13년 다닌 회사를 떠났습니다.
40대 문과 출신의 이직 이야기
13년이라는 시간.
내 인생의 3분의 1을 보낸 곳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출산 후 경력단절 여성이었던 나에게 새로운 시작을 선물해 준 곳이었기에, 떠나기까지의 결정이 더욱 쉽지 않았다.
"이제 와서 이직이라니..."
"40대에 새로운 시작이라니..."
"13년이나 다닌 회사를 떠난다는 게..."
처음 이직을 결심했을 때,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안정적인 직장, 익숙한 업무 환경, 그리고 서로를 가족처럼 알고 지내던 동료들.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40대 중반의 나에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매일 아침 설렘과 긴장으로 시작해 책임감으로 마무리했던 일상.
비서로서의 업무는 늘 긴장의 연속이었고, 최고경영자를 보좌하는 자리이기에 그 책임감의 무게도 컸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주어진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했던 그 시간들이 나의 13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 한편에서 울리는 작은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나의 성장은 어디까지일까?"
"새로운 도전은 이제 불가능한 걸까?"
주변에서는 '지금 회사 좋고 승진도 했는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또 고생할 텐데 굳이 왜 가세요?'라고들 했다. 주변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내 마음 한편을 무겁게 눌렀다. 편안한 일상이 되어버린 이곳에서의 모든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 그 용기 있는 결정 앞에서 나는 한참을 망설였다.
마지막 한 달의 기록
퇴사를 결정하고 나서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올해 초 승진 소식을 들었을 때가 떠올랐다. 13년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가슴 뿌듯했던 그날. 그래서 퇴사 결정이 더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왜 퇴사하시나요?"
"더 나은 미래와 제 성장을 위해서요."
말은 담담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 사내 메신저와 이메일로 전해받은 응원의 메시지들. 눈시울을 붉히며 아쉬워하는 동료들을 보며 13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퇴사 이틀 전, 드디어 책상 정리를 시작했다. 그간 인수인계와 정기적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이다. 서랍 속 하나하나를 비우면서, 13년의 기억들이 走馬燈처럼 스쳐 지나갔다.
첫 출근 날의 설렘, 힘들었던 순간들, 동료들과 나눈 웃음, 그리고 수많은 성취의 순간들.
출산 후 경력단절 여성으로 재취업의 기회를 준 곳이었다. 재취업 면접 때의 떨림, 업무에 적응하며 자신감을 되찾아가던 시간들, 동료들과 함께 성장해 온 모든 순간들이 손끝을 스쳐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퇴사한 회사가 그리워질 때 보려고, 마지막 출근길을 영상으로 남겨두면 어떨까?
늘 바쁘게 지나치기만 했던 그 길을 카메라에 담으며
처음으로 제대로 바라보았다.
수많은 늦은 밤, 업무에 지친 어깨를 이끌고 퇴근길을 재촉하며 마주하던 야경.
시간에 쫓기듯 바쁜 하루를 보내다가도, 문득 창밖에 반짝이는 불빛들 속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밤도 함께 빛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얼굴 모르는 그들과 나누는 묵직한 위로,
서로를 향한 보이지 않는 응원.
아침에는 늘 마음의 여유 없이 스쳐 지나갔던 고층 빌딩의 풍경들.
이제야 그 모든 것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새로운 시작을 향해
40대 중반의 이직 도전.
나만의 스토리로 회사의 성장과 함께 한 개인의 성장을 경력기술서에 차곡차곡 한 줄씩 추가했던 13년이었다.
성장 뒤에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때론 외로웠던
그 시간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틈틈이 공부하고, 매일 조금씩 더 나은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열정.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은 나를 다시 한번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서류 탈락과 면접 탈락을 겪으면서 나에 대한 의심이 제일 힘들었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이 나이에 이직이라니, 너무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스스로를 향한 끝없는 질문들이 마음을 무겁게 눌러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떠올렸다.
13년간 한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성장해 온 나의 모습을.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나를 믿어보기로 했다.
새로운 일상의 시작
달콤했던 며칠간의 휴식도 끝이 보이고, 이제 또 다른 첫날을 기다리는 중이다.
13년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비서의 일상에서 벗어나, 휴대폰에서 회사 이메일 앱을 삭제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없이 가벼워졌던 며칠이었다.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인수인계도 무사히 마무리했고, 짧지만 깊은 쉼표도 찍었다.
13년의 시간이 만들어준 단단함으로, 이제는 새로운 길을 걸어갈 차례다.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주인공으로서, 첫걸음을 내딛는다.
<이 글이 이직을 고민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앞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