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녀의 첫 에세이 집필기
일어나려던 시간보다 더 자면서 늦장을 부리다가 어떤 소리에 깜짝 놀라 깨었습니다.
꿈이었던 것 같은데 알 같은 것이 와작 깨지면서 그 안에서 새가 빼액~ 하며 날아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연상되더군요.
그 순간 제가 저도 모르게 '피닉스가 태어났다'라고 중얼거렸습니다.
웃기지요. ㅋㅋㅋㅋㅋ
요즘 피닉스 이미지를 많이 생각하긴 했는데 꿈에 나올 줄은 몰랐네요.
꿈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쁜 꿈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비몽사몽.
의식과 무의식 사이.
여기에서 내면의 안내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저 고요히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설 연휴가 끝나고 나니 현실로 돌아온 기분입니다.
이제 책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되나 하고 말이죠.
그냥 책 한 권 내보고 끝, 이게 아니라 평생 읽고 쓰는 삶을 살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새벽에 깨어 명상을 하는데 '책을 어떻게 팔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무척 불편해지더군요.
그 불편한 마음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책 파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내 이야기가 닿아야 할 이에게 잘 닿기를 바라자는 마음을 들었습니다.
그 책을 쓸 때 저의 마음의 어땠는지 떠올려보았어요.
주된 이야기처럼 보이는 저의 덕질 역사는 사실 곁가지였습니다.
진짜 이야기는 지금 삶이 힘든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그냥 제 이야기였어요.
모든 벽이 사실은 문이라는 단 하나의 메시지 말입니다.
7,8년 전에도 출간을 꿈꿨던 적이 있습니다.
정말 절박했었는데 실패했죠.
그러고는 완전히 잊고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절박해서 실패했던 것 같아요.
'제발... 이게 되어야 내가 살아... 제발...' 하면서 불행 속에 불행을 또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불행이라는 상태.
그 상태에 푹 잠겨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거 알지만 그 시간을 보내고 나니까 이렇게 쉽게 말하게 되네요.
저한테 이십 대, 삼십 대, 혹은 사십대로 돌아가 그때와 똑같이 살겠냐고 한다면 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No~를 외칠 겁니다.
그래도 저는 너무 힘들고 죽을 거 같을 때는 그 느낌을 거부하지 말고 그대로 느껴보라고 하고 싶어요.
거부와 저항이 오히려 극단적 선택이라는 행동으로 이끌고, 그대로 느껴보면 이제 그만 끝내고 다 놓아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험으로 얻은 한 가지 진리가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저는 직접 경험을 해봐야 배우는 사람이었던가 봐요.
내가 빛을 향해 몸을 돌려야 안내가 시작됩니다.
등지고 있으면 영원히 알 수 없어요.
잊고 있었던 작가의 꿈도 현재를 돌보면서 다시 생명을 얻었습니다.
첫 책이 에세이가 될 줄은 상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에세이라는 게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자기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저는 저를 드러내는 걸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었는데 그걸 하고 있더군요.
빛을 향해 몸을 돌린 후 처음 미라클 모닝의 의미를 알았습니다.
뭐라도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외국어 공부도 하고 경제 공부도 하고 그랬죠.
그러다 독립출판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예전에는 출판사를 못 찾으면 아예 책을 못 내는 줄 알았는데 요즘엔 방법이 많더군요.
독립서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도 그런 서점이 있나 알아보고 몇 군데 가보기도 했어요.
그중 한 곳의 사장님이 독립 출판물은 아무래도 에세이가 잘 나간다고 하더군요.
그때 처음 '에세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듯합니다.
그때쯤 산책과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음악을 들었죠.
원래 좋아하는 케이팝이랑 팝송을 들었습니다.
그러다 그 노래들과 함께 얽혀있던 저의 지난 시간과 지금의 달라진 내 모습을 연결하기 시작했어요.
맞아, 이 노래들은 이럴 때 들었어 혹은 이럴 때 들으면 좋은 곡이야, 하면서 머릿속으로 주제별로 묶기 시작하더군요.
뭔가 저절로 착착 진행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니까 당장 쓰지 않고는 안 되겠더군요.
작년 1월부터 6월까지 그런 식으로 매일 두세 시간 정도 글을 썼더니 에세이 한 권 분량이 되었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독립출판도 계속 고려하고는 있었지만 그때 경제 상황이 바닥을 쳐서 결국 가을쯤 여러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어요.
행복우물 출판사와 다른 한 군데 출판사에서 답신이 왔습니다.
급하게 결정하면 안 될 것 같아 확신이 생길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렸습니다.
책을 쓰고 원고를 보낸 것만도 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한 것 같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으니 계속해서 내면의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좀 어이없이 들릴 얘기이긴 하지만 제가 행복우물 출판사에 연락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전화번호 때문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동일한 숫자를 계속해서 보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었는데 책을 쓰는 기간 동안에도 반복적으로 봤던 숫자가 있었습니다.
무심코 확인한 시간, 지나가는 자동차 번호판, 거리의 간판 전화번호에서 자꾸만 특정 숫자를 반복해서 봤지만 왜 보이는지 의미를 모르겠더군요.
그런데 그 숫자가 출판사로부터 받은 이메일 하단에 연락처 전화번호에 적혀 있었습니다.
우연의 일치가 잠깐 무섭기도 했지만 결국은 확신이 생겼어요.
이게 맞아... 그냥 가자...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간밤에 꾼 피닉스 꿈처럼, 책이 태어났어요.
그 책을 씀으로써 어둠 속을 살던 저는 죽었고, 책이 세상에 나옴으로써 다시 태어났습니다.
일상이 달라지진 않겠지요.
하던 대로 살며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겠지요.
그래도 마음은 다시 태어났습니다.
적어도 마음먹은 대로 뭐 하나는 해 본 사람이 되었으니 예전의 저를 이제 저는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