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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에서 만난 전통의 삼중주

- 한복, 먹거리, 그리고 쌍화차

by Sunny Sea

겨울날의 한복 여정


3년 전, 형님네 조카의 결혼식을 기점으로 우리의 가족은 기쁜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작년 말, 우리 사랑하는 딸의 결혼식이 있었고, 올 3월에는 또 다른 조카며느리를 맞이할 예정이다. 한복을 입을 일이 거의 없지만, 혼주가 될 동서가 새로 맞춤 한복을 해준다고 하여 3년 전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며 종로 5가의 광장시장 내에 있는 태현 실크로 발걸음을 옮겼다. 블로그에서 그 당시의 리뷰를 살펴보니, 그때는 장마철로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합창처럼 울려 퍼지던 날이었다. 지금의 한파와는 사뭇 다른 온도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시절의 하늘이 그리워졌다.


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만남


매서운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늘, 광장시장의 끝자락에 늘어선 노점들은 상당수가 문을 닫아 3년전 북적거려 발디딜 틈이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적적한 분위기였다. 나는 막내 동서와 함께 이른 시간에 도착해 몸을 녹이기 위해 주인장이 주문해 준 따뜻한 한방 수제 생강차 마셨다. 이 와중에 우리는 한복의 색상을 고르기 시작했다. 3년 전의 우리 취향을 잘 기억하는 주인장은 진심 어린 추천으로 어울릴 만한 옷감을 제안해주었다. 나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흑색 계통의 저고리를 선택했고, 동서는 내 치마와 함께 조화를 이루는 색상을 고르며 각자의 스타일을 찾아 조언해주며 색상과 재질을 정했다.



가족의 정성이 모이는 한복 맞춤


한복을 고르는 과정에서 동서와 나는 고름 color를 통일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세트처럼 맞추기로 했다. 다가오는 봄 결혼식을 고려하여 연분홍색 저고리도 함께 선택했고, 치마 안감까지 세심하게 고르는 일은 빼놓을 수 없는 작업이었다. 곧 혼주가 될 동서가 교회 청년들과 함께 도착했으며, 시동생도 합류하여 한 분위기를 더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고르니 가격 혜택도 누릴 수 있고, 모두에게 특별한 기회가 되었다.


전통 먹거리의 향연


한복의 치수를 모두 확인한 후, 우리는 1층 맛집인 박가네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광장시장의 자랑인 탕탕이육회, 빈대떡, 고기 완자, 마약김밥, 떡볶이, 오뎅탕을 푸짐하게 맛보며 한끼 즐겁고 풍성한 식사 시간을 가졌다. 혼주가 될 동서가 마다하지 않고 식사비를 부담해주어 더욱 즐거운 식사가 되었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자리에서 가족 간의 유대가 더욱 깊어짐을 느꼈다.


광장싸롱에서 만난 특별한 쌍화차


식사를 마치고 우연히 발견한 광장싸롱은 정말 뜻밖의 보물 같은 곳이었다. 전통 찻집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음료도 갖추고 있어 젊은 세대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홍삼 쌍화차, 전통 쌍화차 그리고 전통이 오래고 유명한 계란 동동 쌍화차도 주문했다. 젊은 친구들은 그들의 취향대로 아이스 커피와 생과일 음료를 선택했다. 궁중 다과를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찻잔에 담긴 쌍화차는 따뜻함을 전했고, 벌집꿀, 견과류, 용안, 헛개나무 열매와 함께 정성스럽게 제공되었다.


전통의 맛과 멋을 담은 차 한 잔


우리는 쌍화차의 쓴맛을 벌집꿀로 달래 입맛을 돋궈보았다. 견과류는 씹는 재미로, 헛개나무 열매는 건강을 더해주며, 차의 은은한 한약재 향이 속속들이 몸에 스며들었다. 함께 대화할 때마다 퍼지는 웃음 소리가 우리의 만남이 특별하고 행복한 시간임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진한 쌍화차를 다 마시고 나니 그동안 보살펴주지 못했던 나의 몸을 극진히 대접해 준 듯한 기분이 들어 만족스러웠다. 한결 건강해진 느낌이 들었고 밖의 강추위를 거뜬히 이겨내고 걸어갈 힘이 비축된 듯했다.



추억이 쌓이는 광장시장


한국의 전통 의상, 음식, 차문화를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광장시장은 이제 내게 소중한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이곳은 외국인들에게도 매력적인 여행지로 인식되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개 되었다. 두 번의 방문은 단순한 쇼핑을 넘어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 이제는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 광장시장, 이곳에서의 모든 순간이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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