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시산책05. 칼릴 지브란의 시 「고통」을 읽고

-상처는 교사의 속살을 키운다

by Sunny Sea


레바논 시인 칼릴 지브란의 시 「고통(Pain)」을 배철현 교수님의 포에트리 클래스에 참여하신 선생님들과 함께 감상했다. 이 시에서 지브란은 고통을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깊은 질문이라고 말한다. 고통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하는 창이라고 말한다. 그는 기쁨과 슬픔이 하나의 그릇에 담겨 있다고 표현하며, 고통이야말로 자아의 껍질을 깨뜨리는 도끼라는 은유를 통해, 고통이야말로 정화와 성숙으로 향하는 통로임을 일깨운다.


“선생님이니까요.”


이 짧은 말이 때로 교사를 고통의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는다. 아이의 눈물 앞에서, 학부모의 오해 앞에서, 그리고 동료와의 갈등 앞에서 교사는 ‘선생님이니까’라는 말에 스스로를 기대어 견디고, 이해하며, 자리를 지키려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교사의 삶은 예상보다 훨씬 더 깊은 정서적 부담과 심리적 소모를 동반한다.


며칠 전, 북클럽에서 세스 고딘의 『린치핀』을 함께 읽으며 감정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고딘은 감정노동의 가치를 강조하며, 그것이 사람 사이의 공감과 신뢰를 쌓고, 나아가 우리 안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드러내는 열쇠라고 말한다.


교사로 살아가며 나 또한 감정을 배제하고 내 안애서 요동치려는 신호가 보일 때면 스스로 지워내려 했던 때가 떠오른다. 상처받기 두려워 마음을 닫고, 감정을 멀리하며 상황을 멀찍이 바라보려 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고딘은 말한다.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오히려 그 안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감정을 나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관계는 따뜻해지고, 그 안에서 우리는 더 창조적이고 진실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브란의 시도 그와 다르지 않다. 그는 고통이 우리를 해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꺼내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이라고 말한다. 우리 안의 단단한 껍질을 깨뜨려, 마침내 내면의 진실에 이르게 한다.


교사로 살아가며 겪는 상처는 외롭고 버거운 날도 많다.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 교사는 자란다. 아이와 함께 울어준 날, 교사는 한층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 있게 되고, 지쳐 주저앉고 싶던 날에도 다시 일어난 자신을 보며, 성장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이렇게 남모를 고통을 쓰다듬다 보면 연약한 속살이 채워지고 점점 더 단단해져 감을 느낄 수 있다.


교사에게 고통은 또 하나의 배움이며, 내면의 창조성을 불러내는 기회이기도 하다. 고통을 동반한 이 길 위에서 우리는 더욱 진심으로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계획한 수업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수차례의 시도에도 무반응인 아이 앞에서, 교사는 묻는다.


나는 왜 이 길을 선택했는가?


그 물음 끝에 있는 고통은, 교사가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교사가 아이들의 거울이 되어주는 숭고한 작업을 이어가게 한다.


지브란이 말하듯, 고통을 피하기보다 그 안에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 이전에, 삶의 고통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오늘 흘린 눈물 한 방울은, 내일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래서 다음 고통이 다가올 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괜찮다. 이 아픔은 내가 더 깊어질 기회이다.”



� On Pain by Kahlil Gibran (from The Prophet)

And a woman spoke, saying, Tell us of Pain.

And he said:

Your pain is the breaking of the shell that encloses your understanding.

Even as the stone of the fruit must break, that its heart may stand in the sun, so must you know pain.
And could you keep your heart in wonder at the daily miracles of your life,
your pain would not seem less wondrous than your joy;
And you would accept the seasons of your heart,
even as you have always accepted the seasons that pass over your fields.
And you would watch with serenity through the winters of your grief.


Much of your pain is self-chosen.
It is the bitter potion by which the physician within you heals your sick self.
Therefore trust the physician, and drink his remedy in silence and tranquility:
For his hand, though heavy and hard, is guided by the tender hand of the Unseen,
And the cup he brings, though it burn your lips, has been fashioned of the clay
which the Potter has moistened with His own sacred tears.



� 고통에 대하여

칼릴 지브란 『예언자』 중에서

그리고 한 여인이 말했다.
“고통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그가 말했다.

당신의 고통은, 당신의 이해를 감싸고 있는 껍질이 부서지는 것입니다.
마치 과일의 씨앗이 햇빛을 보기 위해 껍질을 깨야 하듯,
당신도 고통을 알아야 합니다.

당신이 일상 속 기적을 경이롭게 바라볼 수 있다면,
당신의 고통도 기쁨만큼이나 경이롭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 마음의 계절들을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들판을 지나가는 사계절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그리고 당신은 슬픔의 겨울조차도 평온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실 당신의 고통 대부분은, 당신이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
그 고통은 당신 안에 있는 치유자가 병든 자아를 고치기 위해
쓴 약처럼 당신에게 건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치유자를 믿고,
그가 주는 약을 조용하고 평화롭게 마시십시오.

그의 손은 비록 무겁고 거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의 부드러운 인도를 받고 있으며,
그가 건네는 그 잔은,
당신의 입술을 태울지라도,
신의 눈물이 적셔 만든 진흙으로 빚어진 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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