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래의 감촉, 내게 건네준 회복의 시간

해변에서 얻은 작은 위로

by Sunny Sea

비가 내리던 어느 날, 나는 다시 본다이 비치로 향했다. 우산을 단단히 쥐고, 거센 바람과 비를 맞으며 해변을 걷는 동안, 10여 년 전 한여름 골드코스트에서의 기억이 또렷하게 되살아났다.


그곳의 해변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광활했다. 태양에 달궈진 모래는 발바닥을 뜨겁게 파고들었고, 나는 그 강렬한 감각에 온몸이 깨어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광활한 백사장과 드넓은 바다, 그리고 바람에 실려오는 파도 소리만이 주변을 감쌌다. 사람들의 소음은 거의 없었고, 그 고요함이 오히려 내 안에 쌓인 무언가를 서서히 녹여내는 듯했다. 나는 그 열기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골드코스트의 해변은 끝없는 수평선과 고요함이 어우러진 풍경이었다. 그에 비해 본다이 비치는 조금 더 아담하고, 도시의 활기가 스며든 곳이다. 하지만 두 해변 모두, 바다와 모래, 그리고 바람이 만들어내는 깊은 침묵 속에서 나를 마주하게 해준다. 그날의 뜨거운 모래, 바다와 맞닿은 하얀 백사장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삶에 지치고 교직생활에 권태기가 찾아올 법한 시기, 운이 좋게도 시드니 대학에서 몇 주간 연수차 호주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오후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즐길 수 있었고, 본다이 비치를 따라 이어지는 ‘Bondi to Coogee Coastal Walk’ 산책길을 걷던 기억도 잊을 수 없다. 맑은 공기와 탁 트인 바다, 그리고 발밑을 감싸는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이 내 몸과 마음을 천천히 풀어주었다.


주말 여행을 통해 찾았던 골드코스트에서는 해변의 아름다움과, 발가락 사이로 흩어져가는 하얀 모래의 색과 감촉이 더욱 깊게 마음에 남았다. 이 하얀 모래는 권태기와 피로, 스트레스로 지칠 수 있었던 내 삶에 새로운 원동력과 생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Sunny Sea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은퇴 앞둔 중학교 영어교사, 작가, CHaT 연구소 대표, 디지털튜터, 2025연구년 파견교사, 일렁이는 바다 위의 태양과 등대를 닮고자 한걸음씩 나아가는 삶을 기록합니다

9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나의 향, 딥티크(Diptyque) 34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