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서 얻은 작은 위로
비가 내리던 어느 날, 나는 다시 본다이 비치로 향했다. 우산을 단단히 쥐고, 거센 바람과 비를 맞으며 해변을 걷는 동안, 10여 년 전 한여름 골드코스트에서의 기억이 또렷하게 되살아났다.
그곳의 해변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광활했다. 태양에 달궈진 모래는 발바닥을 뜨겁게 파고들었고, 나는 그 강렬한 감각에 온몸이 깨어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광활한 백사장과 드넓은 바다, 그리고 바람에 실려오는 파도 소리만이 주변을 감쌌다. 사람들의 소음은 거의 없었고, 그 고요함이 오히려 내 안에 쌓인 무언가를 서서히 녹여내는 듯했다. 나는 그 열기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골드코스트의 해변은 끝없는 수평선과 고요함이 어우러진 풍경이었다. 그에 비해 본다이 비치는 조금 더 아담하고, 도시의 활기가 스며든 곳이다. 하지만 두 해변 모두, 바다와 모래, 그리고 바람이 만들어내는 깊은 침묵 속에서 나를 마주하게 해준다. 그날의 뜨거운 모래, 바다와 맞닿은 하얀 백사장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삶에 지치고 교직생활에 권태기가 찾아올 법한 시기, 운이 좋게도 시드니 대학에서 몇 주간 연수차 호주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오후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즐길 수 있었고, 본다이 비치를 따라 이어지는 ‘Bondi to Coogee Coastal Walk’ 산책길을 걷던 기억도 잊을 수 없다. 맑은 공기와 탁 트인 바다, 그리고 발밑을 감싸는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이 내 몸과 마음을 천천히 풀어주었다.
주말 여행을 통해 찾았던 골드코스트에서는 해변의 아름다움과, 발가락 사이로 흩어져가는 하얀 모래의 색과 감촉이 더욱 깊게 마음에 남았다. 이 하얀 모래는 권태기와 피로, 스트레스로 지칠 수 있었던 내 삶에 새로운 원동력과 생기를 불어넣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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