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이기고 도전한 춤추기 인증의 첫걸음
방학 중 근무일이라 아침 일찍 출근한 교무실의 적막을 깨우며 노트북을 열었다. 평소라면 차나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업무 메일을 확인하거나 자료를 점검할 시간이지만, 오늘은 특별한 도전을 위해 누군가 들어오기 전에 얼른 마쳐야겠다는 생각으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올해는 내가 평소 하지 못했던 일들에 과감히 도전해 보자고 마음먹은 터여서 춤추기 인증 모임 카톡방에 얼떨결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매일 춤추는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인증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방이다. 들어간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 그동안 쑥스러움에 망설이기만 했다.
이번에 도전할 곡은 APT다. 다른 선생님들이 올리신 풀 버전 영상을 보며 '나도 할 수 있겠다'라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몸은 오른쪽, 손은 왼쪽, 발은 제멋대로, 마음은 저 멀리 달아나 버린 듯했다. 오십이 훨씬 넘은 나의 몸은 마치 따로국밥처럼 모든 것이 제각각 흩어져버린 느낌이었다. 화면 속 선생님들의 우아한 춤사위가 얼마나 많은 연습의 결과물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미루고 미뤄오던 춤 인증, 오늘만큼은 꼭 해내리라 마음먹었다. 이른 아침, 아직 아무도 없는 교무실은 나만의 작은 무대가 되어주었다. 노트북으로 동영상을 틀어놓고 휴대폰 카메라의 각도를 맞추느라 한참을 씨름했다. 아침이라 몸도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태였지만, 용기를 내어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찍어보았다. 누가 들어올세라 불안한 마음으로 추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처음 춰봤는데 내 모습이 어정쩡하고 영 엉성하기 그지없었지만, 첫 도전이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완벽한 동영상은 아직 멀었지만, 오늘의 도전이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몇 초짜리 영상 컷을 잘라서 공유할만한가 아무리 영상을 돌려봐도 쓸만한 게 없었다. 춤추는 장면들을 몇 개 캡처해서 VLLO로 간단히 편집하여 올리기로 했다. 비록 풀 버전의 영상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큰 진전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앞으로 인증을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춤출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때까지 한 곡, 한 곡씩 도전해 나가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리라 다짐해 본다. 오늘의 나에게 작지만 큰 박수를 보내며, 내일의 도전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