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한국사회의 부동산 집착

서진학교 이야기

by 써니사이드업
서진학교 (출처: 네이버 거리뷰 캡처)

서진학교는 2020년 서울 가양동에 문을 연 지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입니다. 사실 이 부지는 이미 2013년에 특수학교 용도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오랫동안 건립이 지연되고 있었죠.


반대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장애인 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 이 한마디였어요. 그 속에는 장애인을 불편한 존재로 여기는 편견과, 부동산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심리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반대 여론이 워낙 거세다 보니, 지역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특수학교 대신 한방병원을 유치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출처: ChatGPT 생성 이미지)

2017년에 마침내 주민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장애 학생들의 어머니들과 지역 주민들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싸늘했고 주민들의 반대는 여전히 강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믿기 어려운 장면이 벌어졌습니다. 어머니들이 학교 설립을 허락해 달라며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입니다. 이 장면은 곧 언론에 보도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여러 해를 질질 끌던 갈등은 결국 2020년에야 끝이 났습니다. 서진학교가 문을 연 것이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릎을 꿇으며 호소했던 어머니들의 자녀들은 이미 성장해, 정작 새로 문을 연 서진학교에 다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들의 희생과 용기는 다음 세대 장애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가 부동산에 얼마나 집착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주민들이 우려했던 집값 하락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학교가 운영되자 주민들과의 갈등은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의 인식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학교는 결국 동네의 또 다른 일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출처: 네이버 도서)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정의’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한국에서만 200만 부 가까이 팔렸는데, 정작 미국에서는 10만 부 남짓 팔렸습니다. 내용이 결코 쉽지 않은 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 사회가 정의와 공정성에 대해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죠.


하지만 정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해서, 곧바로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는 한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잣대라 하죠.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막상 개인의 이해가 걸린 순간에는 여전히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거나 주저하는 모습이 드러나곤 합니다. 서진학교를 둘러싼 갈등은 바로 그 단면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갈등을 뚫고 만들어낸 변화는 분명한 진보였습니다. 서진학교의 설립 과정을 돌아보면, 한국 사회가 어디에 서 있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다시 한번 묻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노력과 용기가 있었기에, 한때 혐오와 반대가 가득했던 자리에 지금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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