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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배씨 Mar 04. 2020

어쩌다 희곡

글을 쓰고 싶다더니, 희곡을 배우게 되었다.

무엇을 쓰고 싶은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는 결심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찾아냈다.

그런데 막상 쓸려고 마음먹으니, 평소 써본 적도 없는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한 마음이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쓰고 싶진 않았다.

이왕 쓸 거면, 재밌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완결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많은 경우 ‘무엇을 써야지.’ 하는 마음에서 글을 쓰지 ‘나처럼 뭐든 써보고 싶다.’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다 동네 시민회관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희곡 글쓰기 교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전에도 보고 무심하게 지나쳤던 강좌이지만, 한번 해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등록하게 되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희곡인가 하면, 그때는 별 이유는 없었고 희곡이라면 글 자체로 완벽해야 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재미있는 요소만 있다면, 무대에 올려져 연기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 의해 각색되어 재활용되든 쓸모 있는 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혼자만의 생각에서였다. 그밖에도 여럿이 배우면 피드백도 받을 수 있을 테고, 선생님도 계시고, 희곡이라는 장르라면 나중에 배워뒀을 때 공모전 같은 것에도 응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다 떠나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희곡 글쓰기 교실’이었으니까. 우선 나는 시민이고, 해당 수업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들을 수 있다고 했으니까, 뭐 어때.

 어릴 때 문학이란 타고난 천재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어쩌면 작가란 신이 내리는 영감을 담는 그릇이 되어 세상에 마땅히 있어야 하는 이야기를 내어놓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다소 우습기도 하지만, 정말로 위대한 문학이란 정말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컥 시작한 건 희곡을 무시해서나 그런 건 절대로 아니고 그냥 그런 글도, 이야기도 세상에 별만큼 수없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애들 어린이집 재롱잔치에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 웹툰에도 있고.

장르가 무엇이 됐든 일생 숨 쉬듯이 소비한 대상이 글인데, 나도 어쩌면 대단치는 않아도 그 생산자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지 않을까.

미세먼지 때문이든, 수억 광년의 거리 때문이든 별이 존재한다고  지상에서 빛나는 건 아니니까.


웬 희곡? 갑자기? 셰익스피어라도 되고 싶은 거야? (갑자기의 연속... 내가 이렇게 충동적인 사람인 줄 몰랐다.)


나를 아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하지만 나의 목표는 간단명료했다. “이야기 한편을 완성해보고 싶다.”

소설을 쓰게 된다면 내 성격상 분명히 철자, 어법이 맞는가, 사실과 비교했을 때, 정확한가 아닌가에 천착해 도무지 진도 뺄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내가 문학성 있는 위대한 글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최대한 말하는 것과 가까운 장르로 글을 써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어쩌다 갑자기, 희곡 쓰기를 배워보자. 는 결심으로 나를 등 떠밀었다.


 나중에 배우면서 깨달았지만, 평소 수다 떨기를 즐겨하지 않는 사람에게 정말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글을 쓰는 건 생각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글을 아직   쓰니까, 말하는 것처럼 써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엔 ‘  말도  못하지.’ 하는 현타에 이르게 된달까.

그럼에도 열심히 생각하고 열심히 쓰면, 결국엔 결말을   있다는 게 글쓰기 교실에서 얻은 가장  배움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었다.

휴직 기간 동안 제일 즐거웠던 시간을 꼽아보자면 단연  시간이었다고 말할  있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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