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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재천 Oct 18. 2021

연어의 사랑 - 4

두려움이 나의 용기를 시험에 들게 하지 않을 테야~

월천(月川)은

가곡천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마을이다.

예전에는 월라리(月羅里)라고 불렀으나 물길이 계절에 따라 봄에는 쌍 눈썹(초승달), 여름에는 달항아리(보름달) 그리고 겨울에는 얼음이 얼어서 상현달처럼 보이게 되면서 불려지게 된 마을 이름이다.


가을비가

그치고 며칠이 지나도 월천(月川)의 강물은 좀처럼 줄어들 기색이 없이 만수(滿水)를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량은 점점 더 많아지고 물길은 가파르게 깊어만 갔다. 연어가 알을 낳으려면 25-30cm의 깊이와 완만한 속도의 물흐름이 필요하다. 벌써 센티오(séntio)부부는 야트막한 여울을 찾아 상류인 ‘산양마을’로 떠났고, 마을 앞 속섬 호수에는 뒤늦게 합류한 연어 부부들과 미처 상류로 떠나지 못한 연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가곡천에 연어 가족들이 늘어나면서 ‘죽음의 물고기’들이 더 많이 새까맣게 모여들었다. 이를 보다못해 피데스(fides) 연어가 주도하여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동료 연어들과 대책을 협의하였다. 몸집이 가장 작은 연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가까운 연어들끼리 작은 무리를 지어 알을 낳고, 서로 교대로 알을 보호하면서 ‘죽음의 물고기’를 물리쳤으면 좋겠어요.”

     

두 눈이 부리부리한 연어는

“우리가 강바닥을 깊이 파서 알을 낳고, 그 위에 자갈을 덮어 다른 물고기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얼씬도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내자 아빠 연어들은 가장 현실성 있는 제안이라고 지느러미 박수를 치면서 좋아하였다. 하지만 “갓 태어난 우리 연어알은 물거품이 필요해요~”라는 엄마 연어들의 반론에 부딪히면서 논의가 길어졌다. 기나 긴 토론 끝에 연어들은 “우리가 아이들로부터 떠나기 직전에 자갈을 덮어 알을 보호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의견으로 중지(衆志)를 모았다. 마지막으로 쌍꺼풀진 연어가 “위험한 일이지만 황새들을 유인하여 ‘죽음의 물고기’를 몰아내자는 의견을 내었지만 ‘누가, 어떤 방법으로 황새들을 유인하느냐?’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면서 그 제안은 흐지부지되었다.


연어들이 회의를 마치자 피데스(fides) 연어는 물결 위에 꼬리로 파장을 일으키면서 결의된 두 가지 의견을 가곡천 연어 가족들 모두에게 전파하였다.




월천교 그늘,

물살이 잦아진 웅덩이를 찾아 유영하면서 눈 맑은 연어는 ‘죽음의 물고기’들이 다시는 두렵지 않았다. 피데스 연어가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연어들이 알려준 방책도 있었지만, 그녀가 처음으로 마주친 가장 무서운 순간인 ‘죽음의 물고기’와의 만남을 통해 ‘두려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앞선(어쩌면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이야!

그것(걱정) 때문에 나는 얼마나 많이 주저하고 망설이고,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나는 다시는 ‘두려움’이 나의 용기를 시험에 들게 하지 않을 테야~


그녀는 어금니를 질끈 깨물고 반짝이는 이마로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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