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간극, 그 틈새의 기록

프롤로그

by 그루 햇살나무

비행기가 낯선 땅 뉴질랜드에 닿았을 때, 어느 정도 이방인의 삶을 각오하긴 했지만, 두 세계 사이의 경계가 이토록 묵직한 무게로, 때론 다정한 물음으로 다가올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남반구의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는 자주 서툴렀다. 다른 결의 삶의 방식에 적응하려 애쓰다가도, 때로는 그 막막한 간극 앞에 멈춰 서서 가만히 머뭇거리는 일들이 이방인의 하루를 채워갔다.


그렇게 나의 서툶을 다독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시선은 나와 비슷한 보폭으로 두 세계를 잇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닿기 시작했다.


이민 1세대로서 나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일, 그리고 심리상담사로서 경계에 선 이들의 마음을 마주하는 일. 이 책은 그 두 가지 삶의 궤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길어 올린 기록이다.


나를 비롯해 상담실 안팎에서 마주한 이들은 완벽하게 정착한 승리자도, 영원히 부유하는 이방인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어정쩡한 경계 위에서 서툰 언어 너머로 기어이 진심을 전하고, 주어진 일상의 틈새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빛깔을 빚어내려 애쓰는 다정하고도 치열한 존재들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것 같아 문득 서 있는 자리가 불안해질 때, 이 열한 번의 이야기가 당신을 향한 조용한 초대장이 되기를 바란다.


자, 이제 남반구의 느린 시곗바늘을 따라 당신과 나의 세계가 만나는 첫 번째 풍경 속으로 걸음을 내디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