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곁에 가닿을 온전한 빛

에필로그

by 그루 햇살나무

이 글은 브런치북 ⟨두 세계의 햇살을 품다⟩의 마침표입니다. 이 여정의 온기를 온전히 느끼시려면, 첫 번째 풍경부터 순서대로 걸어오시기를 권합니다.



글을 갈무리하며 가만히 창밖을 본다. 낯설기만 했던 뉴질랜드의 풍경이 어느새 이전보다 편안한 일상으로 내 안에 스며들고 있다.


이 열한 번의 기록을 써 내려가는 동안, 나는 자주 멈춰 섰고 또 자주 뭉클했다. 그것은 지난 시간 내가 통과해 온 경계의 고단함 때문이기도 했고, 나와 같은 혼란을 겪으며 기어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던 수많은 이들의 얼굴이 떠올라서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낯선 이방인에게 기꺼이 곁을 내어 준 이곳 사람들의 따스함이 있었기에, 나의 문장들은 비로소 온기를 얻을 수 있었다. 글을 쓰는 일은 결국, 흩어져 있던 시간들을 주워 담아 나의 모든 조각들을 있는 그대로 안아주는 과정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굳이 국경을 넘지 않더라도, 필연적으로 이방인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몹시 불안하고, 나만의 색깔이 무엇인지 희미해져 모호한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무언가 단단한 뿌리를 내리지 못해 부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작아지기도 한다.


그럴 때 이 글들이 당신 곁에 가닿아,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겪어내는 그 혼란과 애매함은 결코 흠결이나 결핍이 아니다. 나를 이루는 다양한 햇살들을 기꺼이 품고, 마침내 가장 온전한 나로 빚어지는 경이로운 여정이다.


투박한 껍질 속에 감춰진 내면의 초록빛을 믿는다.


이제 우리는 흔들리는 경계 위를 서성이는 어정쩡한 이방인이 아니라, 두 세계의 햇살을 모두 품어낸 가장 고유하고 단단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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