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나는 말하기보다는 듣는 일을 좋아한다. 퍼센테이지로 따지자면 상대방이 70퍼센트 정도 말하고 내가 나머지를 채우는게 마음이 참 편안하다.
나이가 조금씩 든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달라진 대화법이다. 나란 사람도 예전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끊임없이 온 사건의 구심점이 되어야 마음이 편했다.
나 중심으로, 나를 필두로 시작되는 관계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사람의 관계는 기묘한 모래와 같아 손으로 붙잡으려 해도 바람결에 사라지고, 완전히 툭툭 털어버려도 바지주머니에 남아있는 모습을 볼 때, 필요이상의 말과 행동으로 집착하는 일이 필요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렇게 초연히 받아들이는 말과 제스쳐는 귓가에 맴돌다가 마음을 타고 온 몸을 구석구석 누빈다. 어떤 말이 필요할까- 생각하고 낸 대답은 때로 내 마음같지 않고 딱딱한 구석이 있지만 모두 진심으로 낸 말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소중한 한 마디 한 마디들이다.
물론 때로 흩어지는 말들도 있다.
고심해서 내어놓은 답이 아무 쓸모없이 땅에 떨어지는 날도 온다. 그럴 때는 떨어진 말들이 속상하기도 하다. 다다르지 못하고 바닥에 어지러이 스러진 모습을 보면 불쌍한 내새끼들- 이라는 감정도 든다.
그러나 내가 최선을 다해 보물과 같은 말을 꺼내놓았다 할지라도 상대방에게 그것이 똑같은 보석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것이 참으로 예측 불가라 재미있다. 마치 치열한 두 국가간의 환전상의 대결을 보는듯 하다. 둘은 서로 사용할 수 있는 가치있는 재화(대화)들을 나열하고 상대방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쪽 나라에서 가치있다고 반드시 저쪽 나라 환전상에게 가치있는 건 아니다. 중요한 사실은 저쪽 나라가 가치있다고 믿는 방법으로 대화를 조정하는 일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라는 위대한 조각가가 있다.
그 사람은 내성적이지만 매우 인격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가 일단 대화를 하고자 마음 먹으면 열정적이고 허심탄회한 말을 통해 상대가 스스로 진지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따듯한 성품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종종 “나는 한 번의 대화를 위해 전심전력을 다한다.” 고 표현하기도 한다(제임스 로드, 자코메티: 영혼의 손길, 을유문화사). 나 또한 그런 전력을 다하는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왜냐하면 사람은 한 번 만나기 때문이고 어쩌면 다시는 대화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