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7일의 새벽, 나로 살아낸 이야기
20년 동안 싱글 워킹맘으로 살아왔습니다.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고, 늘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아들만 잘 키우자’는 생각 하나로 버틴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들이 성년이 되던 날.
나는 마치 오래된 숙제를 끝낸 사람처럼,
처음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날 밤, 나는 삶을 마감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내 역할은 끝났다고,
더는 버틸 힘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사랑하는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내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이대로 사라지면 안 된다는 생각.
내가 무너지는 모습을 아들에게 유산처럼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처음엔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저 어두운 새벽에, 괜히 눈이 떠졌습니다.
그렇게 48일 동안 새벽 3시에 일어났습니다.
밤을 겨우 붙잡고 있다가 겨우 잠든 내가,
또다시 스스로 눈을 뜨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새벽은 너무 외롭고 막막했지만,
이상하게도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견뎠습니다.
그러다 4시 30분으로 새벽과 타협했습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매일 나와 마주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아무 말이나 적기 시작했습니다.
일기, 필사, 긍정일기, 마음챙김일기…
뭐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으니까요.
하루하루, 나를 적었습니다.
감정을 붙잡아 적고, 그 감정 속에서 나를 바라봤습니다.
처음엔 다른 사람에게서 답을 찾으려 했지만,
계속 쓰다 보니 알겠더라고요.
답은 결국 나에게 있었다는 것.
새벽에 차 한 잔을 내리고,
작은 불빛 아래 앉아 나를 마주하는 시간.
그 고요한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나를 믿게 되었습니다.
877일.
빠지는 날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벽을 맞으며,
나는 다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 아들이 나의 등을 보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진짜 어른이 되기로 했습니다.
누구의 엄마이기 이전에,
'나'라는 존재 그대로 살아가기로.
이 글은
삶의 끝에서 다시 시작한 한 사람이
다시 자신으로 살아내기 위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