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의 추억을 보내고, 갤럭시북5프로로 다시 켜는 나의 글쓰기
어느 날부터 시작된 먹통 증상에 당황스러웠다.
서비스센터를 오가며 애써 살려보려 했지만, 결국 기사님의 차가운 진단을 받아야 했다.
"이제 더 이상 사용이 불가합니다."
6년 동안 함께 웃고 울며 나의 꿈과 기록을 담아왔던 그 아이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전원 버튼을 눌러도 반응 없는 검은 화면 앞에서 마음 한켠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이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이니까.
그동안 함께했던 수많은 밤들, 새벽까지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써내려갔던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지인의 노트북을 빌려 쓰는 3개월이라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투박한 자판과 답답한 속도를 견디면서도 글을 써내려갔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나에게 글쓰기가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그 절실함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때로는 느린 속도에 답답해하면서도, 빌려온 노트북 앞에서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다. 내 손에 익지 않은 키보드였지만 그래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매일 빌려온 그 아이 앞에 앉아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써볼까?"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매년 연초가 되면 회사에서 지급되는 복지포인트를 받는다.
올해는 뭘 살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고장 난 청소기 때문에 다이소 2천원짜리 빗자루로 버티고 있어서 다이슨을 살까? 요리 블로거니까 에어프라이어로 요리의 폭을 넓혀볼까?
여러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던 중, 문득 새로운 동반자의 필요성을 느꼈다.
임직원몰 세일 기간이라 사은품도 없고 가방도 없는 본체와 충전케이블만 있는 제품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실용적인 것들보다는 내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싶었다.
포인트와 할부를 조합해서 결정을 내렸다.
그 순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어제 프로그램들을 설치했다.
오늘 새벽, 드디어 이 아이와 첫 만남을 가졌다.
전원을 켜는 순간의 설레임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마치 새로운 친구를 만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녀석과 함께라면 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키보드 터치감도 부드럽고 화면도 선명해서 눈이 편하다. 무엇보다 속도가 빨라서 답답함 없이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다.
아 맞다. 자료정리를 제대로 못해던 나, 이번에 큰맘먹고 대용량 외장하드까지 데리고 왔다. 흐뭇 그 자체이다.
포인트 일부를 남겨놓았으니 오늘은 마우스와 마우스패드, 필요한 악세사리들을 쇼핑할 예정이다.
6년의 추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지금, 마음 한켠에는 아쉬움이 남아있지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이 아이와 함께 써내려갈 새로운 기록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것도 이런 새로운 시작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것이 완벽한 타이밍으로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제 더 이상 속도나 용량 걱정 없이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다.
6년 동안 함께했던 그 아이에게는 고마움을, 새로 온 이 녀석에게는 기대감을 안고 오늘도 키보드 앞에 앉는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3개월 귀한 노트북을 빌려준 지인에게 밥한끼로 감사함을 대신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