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효녀가 아닙니다

by 비니

입이 마르다며 엄마는 그때마다 귤을 찾으신다. 사다 놓은 귤을 거의 다 먹어서 근처 마트에 갔다.


전에는 많이 보이던 귤 박스가 거의 안 보여서 사장님에게 물었다. “귤 사러 왔는데 있나요?”. 마트 사장님은 이제 귤이 끝물이라 들어오는 물량이 없다며 천혜향이 어떠냐고 했다. “엄마 드실 건데 천혜향은 커서 한 번에 다 못 드세요. “. “친정 엄마 사다 드리려고 그러시는 거구나.” 감동이 한가득 담긴 사장님의 말이 내 귓등을 무겁게 내리친다. 나는 재빨리 이렇게 속으로 외쳤다.

‘저, 진짜 효녀 아니에요.’


아픈 엄마와 지적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는 시기와 갱년기가 겹쳐서인지 화가 더 많아진 나는 효녀라는 말이 정말이지 부담스럽다. 나는 ‘효녀’가 아니라 그냥 ‘딸’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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