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맏딸인 내가 돌봄의 주체이다 보니 성격이 급해도 너무 급한 엄마와의 동거는 기하 문제 푸는 것보다 더 어렵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살이 쪄서 그런지 바지가 맞는 게 없어. 여름 바지 좀 사다 줘라. 오늘 병원 갈 때 날도 더운데 두꺼운 거 입고 갔다.”
일주일 전에는 병원 갈 때 쓸 모자 예쁜 걸로 사다 달라는 주문을 받았고, 2주 전에는 아보카도 오일을 사달라고 한 엄마.
고령에 몸이 불편한 엄마가 원하는 물건들은 딸인 내가 사다 드린다. 문제는 그 모든 걸 다 나 혼자 처리해야 하기에 그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물건 사는 게 돈만 있다고 뚝딱 해결되는 게 아니라 적당한 가격과 품질, 디자인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기에 신경도 많이 쓰이고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데 엄마는 그 모든 과정에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는지 별로 헤아리지 않는다.
“바지 언제 입으셔야 해요?”
“7월 18일에 병원 갈 때 입으면 돼.”
그럼 한 달도 더 남았다는 말이다. 일단 옷장에서 바지를 찾아보겠다고 했더니 엄마는 “전에 내가 바지들 착착 걸어놨는데 안 보여.” “제가 정리해서 그래요. 찾아볼게요.” “아냐. 없어.”
딸이 찾아보겠다는데 무조건 없다고 하는 엄마에게 화가 났다. 결국 ‘왜 엄마는 딸의 말을 못 믿느냐,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급하게 사람을 재촉하냐’고 화를 내고 말았다.
성격이 ktx보다도 급행인 엄마와 같이 살기 정말 힘들고 지친다. 연세가 많아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엄마를 이해해야지 하면서도 말처럼 쉽지 않다.
2
잠깐 나갔다가 돌아오니 엄마가 바지를 찾았다고 한다. 찾아보겠다고 했는데도 불편한 몸으로 기어코 옷장을 열어 보신 모양이다. 지팡이를 짚고 힘들게 바지를 찾았을 엄마를 생각하니 속이 상했다.
“옷장에 옷 있으니까 제가 찾아드린다고 했잖아요..” “찾았으니 됐지, 너는 왜 화를 내니. 화 낼 일도 아닌데.”
화 낼 일이 아니라는 엄마의 말에 답답해졌다. 나는 별 거 아닌 일에도 화내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