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살고 싶다
태어나서 처음 타향에 나온 셈입니다만 저한테는 그 타향이 제가 태어난 고향보다 훨씬 마음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중략) 배우가 제일 연기하기 어려운 곳은 고향의 극장이고, 더욱이 일가친척이 모두 늘어앉은 좁은 공간에서는 아무리 명배우라도 연기 같은 것은 할 수 없지 않을까요?(p.29)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중에서
행복한 기억이 많다면 고향이나 집을 그리워하겠지만 <인간 실격>의 주인공인 요조처럼 가족 사이에서 힘들게 지낸 사람은 오히려 독립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내 딸이다. 몇 년 전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딸에게 슬쩍 물어본 적이 있다.
“독립해서 사니까 어때? 불편한 건 없어?”
“아니. 완전 좋은데?”
예상했던 답이었다. 한 번도 혼자 살아 본 경험 없는 나의 장래 희망은 남편이 퇴직하면 그 좋아하는 시골로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김소월, ‘진달래꽃’ 중에서)를 외친 후 혼자 사는 것이다.
남편에게도 가끔 이렇게 말하며 세뇌시키고 있는 중이다.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것보다 가끔 만나야 더 사이좋게 지낸다고 하잖아. 걱정하지 마. 시골에 내려가 있으면 내가 가끔 놀러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