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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 Feb 22. 2024

건조한 사람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삶의 허무함이 구체적인 형태로 다가왔다. 딸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축복이자 기적이었다.


  아름답지만 짧게 피었다 떨어져 버리는 꽃들처럼 스러져간 딸. 나는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딸을 가슴에 품고 살아갈 것이다.

   

   노쇠한 엄마의 눈을 보는 일은 힘들다. 슬픔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겁이 많다. 햇살 좋고 따뜻한 날, 환기를 위해 열어 논 창문을 다 닫고 나가라고 한다. 대낮이라 괜찮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나는 엄마가 원하는 대로 모든 창문을 다 잠그고 나간다.


    젊음의 절정에 잠깐 머물다가 내려간 딸.

    내리막길을 쉬엄쉬엄 걸어가는 엄마.

     

     엄마는 죽음이 두렵다고 한다. 딸은 어땠을까. 딸이 가고 나니 죽음이 무섭지 않다.


      밤새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얗다. 멍한 눈으로 눈꽃이 핀 나무를 쳐다보면서 자동차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피곤함이 밀려온다.

 

      나는 건조기에 돌려 바짝 마르고 크기가 줄어든 면티처럼 악건성 감정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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