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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뇨 Oct 05. 2021

노력의 결과...결국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영화나 드라마의 뻔한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파도 싫어한다. 예측 가능한 전개도, 복잡하게 흘러가던 사건이 갑작스럽게 해결돼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도 모두 비현실적이라 생각해 싫다.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데. 그렇지만 내 삶에 있어서만큼은 항상 뻔한, 내가 예측하고 예상한 결말이 찾아오길 바랐다. MBTI가 ㅇㅇㅇJ인 나에겐 계획대로 삶이 흘러가는 일이 참 중요했다. 그래서 항상 내가 꿈꿔온 결말이 찾아오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겠는가. 뜻대로 인생이 풀리는 사람은 아마 지구 상에 아무도 없을 테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지독히도 운이 좋은 거겠지. 인생의 크고 작은 실패 이후 이 간단한 진리를 깨달았다. 그 뒤로부터는 최소한 계획에서 완전히 틀어지지 않을 정도의 결말을 얻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내 계획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결과를 얻는 일조차 쉬운 일이 전혀 아니다. 세상엔 이것도 얻지 못해 괴로워하는 이가 더 많다. 모두에게 행운이 따라주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끊임없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며 운도 따라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원하던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운이 조금 더 따라준 것일 뿐이다. 결과가 항상 노력에 비례하지도 않으며 세상은 그리 공평하지 않다. 오징어 게임 속 프런트맨이 '공평'을 외치지만 선천적 조건 자체가 공평하지 않은데 게임이 공평하다고 하는 건 공염불일 뿐이다.



내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간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단지 준비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을 얻는 것일 뿐. 오히려 계획에서 틀어진 결론이 때론 더 좋은 결과일 수도 있다. 물론 그 결말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흘러 되돌이켜 보면 좋고 나쁨이 많이 달라지기도 한다. 또 삶이 매번 예상대로 흘러가면 재미도 없다. 조금은 틀어져야 한다. 안정성과 확실성보다 불확실성이 주는 재미가 분명 있다. 인간의 삶이 의미 있는 건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고 또 살아가는 거다.






이걸 깨닫게 된 첫 번째 계기는 대학 입시다. 관악에 있는 대학은 대한민국 수험생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은 꿈꿨을 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기 어려우니 그다음 두 개 대학이 목표가 된다. 그중 독수리와 파란색으로 상징되는 신촌 모 대학이 너무 가고 싶었다. 세련된 엘리트 이미지를 풍기면서 번화가에 있는 대학이 멋져 보였다. 신촌에서 캠퍼스를 누비는 모습을 재수 시절 내내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처참히 떨어졌다. 인생이 그렇게 끝나는구나 싶었다. 재수를 했는데, 삼수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절망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왔다. 독수리 대학의 라이벌인 호랑이 대학에 합격한 것이다. 학창 시절 내내 이곳에 다니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던 대학이었다. 딱히 관심이 없기도 했고, 나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물론 좋은 학교기에 당연히 원서는 썼다). 세상이 끝나고 내 모든 걸 부정당했다고 느꼈을 때, 그렇게 원하고 목표하던 곳은 아니지만 비슷한 대학에 가게 됐다. 


인생이 그렇다. 항상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다고 그것이 항상 나쁜 건 아니다. 되레 돌이켜 봤을 때 내 인생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나는 이 대학에 왔기에 특유의 문화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새롭고 재밌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경험들이 내게 많은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에 참 감사하다. 






입사도 마찬가지다. 결국엔 합격을 했다. 지난한 시간을 거치고 난 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포기하려고 했을 때 합격이 찾아왔다. 당연히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전환형 인턴 최종 면접 대상자가 되지 않은 이후 이 공부를 그만두고 싶었다.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부족한 점이 있고 회사와 맞지 않은 부분도 있었으니 떨어졌겠지만, 나의 모든 걸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그 어떤 회사에도 들어가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정말 다 포기하려고 했을 때,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예상치 못한 합격이라는 행운이 찾아왔다. 


교수님이 옳았다. 난 계단식으로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니 이를 알아봐 주는 회사가 생겼다. 입사하게 될 거라곤 생각해본 적 없는 회사였다. 회사 인재상이 나랑 안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잘 맞는 회사였다(그러니 뽑혔겠지?..). 또 여러 조건을 따져보니 오히려 내 계획 속에 있던, 가길 원했던 회사보다 더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아도 열심히 하다 보면 큰 틀 안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구나 싶었다.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회사 전형이 상대적으로 짧아서 합격 직후에 살짝 허무하기도 했다. 수차례의 전형을 겪으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합격이 이렇게 간단했나?'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날 합격으로 이끌어준 것은 그간 해온 공부와 숱한 탈락을 통해 얻은 교훈 때문이었다. 그 과정이 없었더라면 난 절대 합격할 수 없었다. 전환형 인턴 때 무서운 선배 밑에서 혼나면서 배우지 않았더라면, 부서 배치받았을 때 어렵다고 열심히 하지 않았더라면, 또 잘 모르고 어려운 분야라고 평소에 공부를 안 했더라면, 외국어 공부를 소홀히 했더라면. 아마 난 절대 합격하지 못했을 테다. 탈락할 때마다 그간의 경험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졌었는데, 다 의미가 있었고 도움이 됐구나 싶었다. 인생의 수많은 우연들이 지금의 합격으로 날 이끌어주었다. 






결과는 내가 정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일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재수 시절 담임 선생님이 매번 내게 해주셨던 말이다. 당시에는 참 무책임한 말이라 생각했는데, 이 말만큼 힘든 시절을 버텨내는데 도움 되는 조언이 없는 것 같다. 힘든 취준 시절 내게 여러 조언을 해주셨던 교수님도 비슷한 말을 하셨었다. 하다 보면 문이 열린다고. 어느 회사를 가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고. 그래서 그전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실력 쌓고 공부해야 한다고. 절대 문이 안 열릴 것 같아도, 반드시 언젠간 열리게 되어 있다고. 그게 언제 열릴지 모르니 하루하루 충실해야 한다고.



결국엔 이건 가보다. 계획했던, 바랐던 회사는 아니지만 그에 걸맞은 급의, 아니 어찌 보면 더 좋은 회사를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내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한다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아가다 보면 결국 내 노력을 알아봐 주는 곳이 있다. 나도 나를 찾아주는 회사가 아무 데도 없을 거라고 느꼈던 순간에 문이 열렸다. 막다른 길에 다 달아 앞길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을 때 빛이 보였다. 인생이 그런가 보다. 신은 딱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주나 보다. 



인생은 수많은 우연의 귀결이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바라는 이 일수록 더욱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연의 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는 실력을 만드는 일.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절대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행운이 찾아온다. 목표했던, 완벽한 결과가 아니더라도 내 인생에 도움되는 좋은 결과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그러했고, 주변인들이 그러했다. 인생은 또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꿈이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자. 


이제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나도, 이 글을 읽을 이름 모를 당신도 빛을 볼 그날을 위해 힘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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