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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센스 May 02. 2024

헤어진 이유, 그리고 차인 이유

왜 짧은 연애를 반복했을까

전문가에게 연애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자칭 연애 상담 전문가가 아니라 심리상담 전문가에게 정식으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친구한테 연애 상담받기 시작했다고 하니까 연애는 네가 잘하는데 선생님이 너한테 상담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한다. 썸을 끊임없이 타고 연애도 꽤나 자주 하고 연애에 대한 글을 많이 쓰니까 연애 고수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진짜 연애 고수 들은 연애는 길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 사람과 연애를 길게 못해서 극내향인에 낯가리는데 어쩔 수 없이 여러 사람과 썸 탔던 것뿐이다. 제발 좀 좋은 사람에게 정착해서 오래오래 한 사람만 알아가고 사랑하고 싶어서 상담사를 찾아갔다.


상담소를 찾아가면 처음 만난 선생님에게 어떤 것과 관련된 상담을 받고 싶은지, 어떤 점이 어려운지 다짜고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마음으로 상담소를 찾은 것이 아니니까 브런치에 연애썰 쓰던 짬밥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혼자 있으면 마음이 너무 평온하고 편안한데, 연애를 하면 너무 불안하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느긋한 성격이라서 너무 바쁘거나 누군가가 압박하지 않으면 평소에 대체로 여유롭고 평온한데, 연애를 하면 연인의 행동 패턴이 평소와 달라지면 불안해지고 그래서 마음이 쉽게 괴로워지니까 연애를 할 때 좋고 설레기도 하지만 마음이 안 좋을 때도 많아서 전체적으로는 내 삶에서 느끼는 감정의 평균이 마이너스인 것 같다고 했다.


선생님이 연인의 행동패턴이 어떻게 달라지면 불안하냐고 물었다. 예를 들면 매일 아침에 굿모닝을 했는데, 어느 날 늦어지면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20대 때는 반응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기다렸다가 나중에 다른 얘기 하면서 무슨 일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그전까지 그냥 혼자 불안해한다고 했다. 선생님이 그러면 연애를 하면 통제불가능한 타인에게 감정이 영향받으니 정말 괴롭겠다고 했다.


내게 연애를 하고 싶냐고 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안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결국 다 연애하고 결혼하면 나도 짝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은데 그러려면 연애를 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왜 가정을 꾸리고 싶냐고 물었다. 완벽한 내 사람을 만들고 싶고, 나의 울타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왜 조급하냐, 지금 연애를 안 하고 싶으면 연애를 안 하면 되지 않냐는 평가나 조언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연애를 하면 마음이 힘드니까 연애를 안 하고 싶은데, 어떤 이유로든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이해받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긴 연애도 해보긴 했는데 주로 짧은 연애를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제일 좋은 연애가 있었냐고 물었다. 한 번에 길게 만났던 그 연애가 좋은 연애였다고 했다. 그때는 안불안했냐고 물었다. 만났던 분이 일상이 너무 루틴하고 규칙적이어서 안불안했다고 했다. 그런데 왜 헤어졌냐고 물었다. 그때는 그 사람과 결혼 생각이 없어서 헤어졌다고 했다.


짧은 연애들은 왜 헤어졌냐고 물었다.


내가 헤어지자고 한 것은 주로 이성적 끌림이 안 느껴져서 헤어지자고 했다고 했다. 차였을 때는 이유가 다양했다고 했다. 상담할 때는 몰랐는데, 차였을 때의 상황의 공통점을 생각해 보니까 보통 내 일상이 힘들었을 때 차였다. 회사라든지, 개인적인 일이 힘들다고 징징댔을 때 주로 연인이 솔직하게 말하든지, 다른 핑계를 대든 지 해서 차였던 것 같다.


이성적 끌림이 없는데 왜 사귀었냐고 물었다. 선생님이 보통은 이성적 끌림을 느껴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냐고 했다.


아하 싶었다. 몰랐다 나는. 이성적 끌림이 부족해도 나는 누군가를 좋아했고, 좋아하니까 사귀고 싶었다. 어쩌면 어떤 다른 이유로 사귀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하고, 사귀고 싶으니까 좋아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이성적 끌림이 아니면 어떤 부분에서 사귀냐고 물었다. 어떤 사람이 편안하고 기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연하도 좋아했던 적이 있고 그에게 기대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서 공통점은 기대고 싶다 보다는 편안함에 있었다.


그리고 편안함은 나를 다른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아주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들에게 느꼈다. 나의 특별함을 알아주기만 하면, 그리고 나의 독특함을 오히려 흥미롭게 바라봐주고, 나를 있는 그대로 감싸 안아줄 것 같은 사람을 보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왜 그런 것 같냐고 물었다. 가족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가계도를 그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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