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쉼 어딨 지

쉼이란 찾지 않는 것이다

by 해센스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느라 못 쉬었다.


주머니에 넣어놓은 목걸이를 찾느라 늦게 잤다.


모션침대 리모컨을 밤에 못 찾아서 침대가 45도 이상 접힌 채로 잤다. 어쩔 수 없이 그리 넓지 않은 침대에서 가로로 잤는데 일어나 보니 올라간 곳에 다리를 두고 평평한 쪽에 머리를 두고 자고 있었다.


일어나서 리모컨을 다시 찾았고 결국 찾았다.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려고 하는데 매일 쓰는 안경이 없다. 계속 찾는다. 왜 모든 것들이 안 보이지?


이상하게 화장실에 안경이 있다.


내일 필라테스에 필요한 니삭스를 찾는데 이상하게 없어졌다. 빨래를 해서 분명 어딘가에 뒀을 텐데 못 찾겠다.


어차피 한 켤레밖에 없으니 더 사자 하고 인터넷으로 찾는다.


요가니삭스 검색


마음에 쏙 드는 게 나올 때까지 찾는다. 더워지는 계절에 적합하면서 저번에 샀던 것과 거의 비슷한 길이와 성능을 가진 것을 찾는다.


못 찾아서 그냥 같은 것으로 주문했다. 덥지만 니삭스를 신어야 운동이 잘 되니 일단 두꺼운 니삭스를 계속 신어보자.


유튜브를 보다가 꼬마아이가 시나몬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갑자기 시나몬빵이 먹고 싶다. 배달의 민족을 켜서 시나몬을 검색한다. 베이커리 전문점과 카페 중 고민하다가 베이커리를 선택해 주문한다.


의욕이 충만할 땐 나의 공허함과 심심함의 틈을 메꿔줄 무언가를 찾는다.


어제는 북카페에 가서 책들을 찾았고 책을 읽었다.


오늘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에 국회도서관 앞에서 하는 책 관련 행사 참가부스 계정 팔로우 해놓은 곳들에서 피드가 올라온다.


타고 들어가서 다른 관심 있는 출판사 계정이 있나 찾아본다. 나와 결이 잘 맞아 보이는 흥미로운 출판사 계정들을 팔로우한다.


출판사를 팔로우하고 나니 다른 책 읽는 계정도 타고 들어가서 구경한다. 팔로우할 만한 계정이 있나 찾아보고 팔로우한다.


스마트폰 화면 세상에서는 찾는 것의 연속이다. 당장 살 것이 아니라도 내가 구매한 아이템 브랜드 홈페이지는 꾸준히 들어간다. 예쁜 것이 있나 계속 찾는다.


혼자 쉬고 나면 어떤 흥미로운 모임을 가서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사실 책을 많이 보고 리얼리티 프로를 많이 보고 싶고 사람은 한 명만 자주 만나고 싶다.


한 명만 만나려면 연애를 해야 한다. 당장 연애를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사람을 한 명만 자주 만나려면 일단 여러 명을 만나서 그중 한 명을 찾아야 한다.


소모임 어플에서 독서모임 몇 개를 가입했다. 가입인사를 쓰려고 공지사항을 보니 규칙이 엄격해 보인다. 몇 개는 다시 빠른 탈퇴를 한다.




내 목걸이 어딨 지?
내 리모컨 어딨 지?
내 안경 어딨 지?
내 운동 양말 어딨 지?
시나몬빵 어딨 지?
재밌는 책 어딨 지?
팔로우할 계정 어딨 지?
돈 생기면 지를 아이템 어딨 지?
괜찮은 사람들 어딨 지?
내 미래 남자친구 어딨 지?


내 쉼 어딨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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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이란 찾지 않고 하던 것을 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보던 프로그램 보고 먹던 음식 먹고 읽던 책 있는 게 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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