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김호상 씨? 저 손 정남 사장입니다. 하늘 크린요." 김 씨는 손사장의 전화를 받았다. 3년을 꼬박 같이 일한 영목이가 허리디스크가 생겨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적어도 석 달 동안은 일을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손사장은 이미 많은 사란들이 그만두는 핑계의 질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영복은 아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다. 손 사장은 일단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는 고독사 현장 청소를 나갈 사람이 필요했다. 이번에는 쓰레기집과 고독사가 겹친 가장 골치 아픈 케이스다 . 절대 현기와 둘이서 치울 수 없는 양이다. 손사장은 급한 김에 김씨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적어도 내일하루는 일을 해보고 그만 두더라도 급한 불을 끌 수는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김 씨는 자신에게 연락해 준 손사장이 반가웠다. 두말 않고 일을 나갈 것이라고 했다. 손사장은 일단 지금이라도 사무실에 들러 설명을 들어야 내일 차질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자신의 집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하늘 크린으로 운전해서 갔다.
"일단은 냄새가 엄청납니다. 아시죠? 앞집에 사셨으니 어느 정도 짐작은 가시죠?"
"그럼요. 내가 그 냄새를 한 달은 맡았는 걸요."
"아, 그런데 집 안에 들어가서 바로 앞에서 맡는 건 몇 배이상입니다. 열 배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시체가 썩으면 가스가 생기거든요. 그러면 배가 막 이렇게 부풀고요, 거기서 살이 약한 부분으로 피하고 체액하고 기름 같은 게 막 빠져 나오거든요. 그리고 온몸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도 다 나옵니다. 그게 흘러내려서 침대나 장판이나 다 스며들어요. 그걸 다 손으로 닦아내야 하는 겁니다. 물론 장갑을 끼고 하지만 처음하는 사람은 그게 사람 몸에서 나온거라고 생각해면 아주 끔찍하거든요. 제가 이 업체를 차리고 나서 수 십 명이 일하다 말고 도망가는 걸 봤거든요. 도망 안 가고 버틴 사람은 현기하고 영목이 그리고 세 명이 더 있는데 , 그게 다예요.
낼 만약 나오셔가지고 일하다 말고 도망가실 거면 아예 시작을 하지 마세요. 저희도 상황이 그렇게 되면 죽을 맛이거든요. 못 하신다고 하면 저희도 이번 일은 다른 업체에 넘기는 게 나아요. 괜히 섣부르게 덤볐다간 이도저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니까요. 이해하시겠어요?" 손사장은 김씨에게 새로운 사람을 쓸 대마다 수십 번은 얘기했던 내용을 토씨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말하고 있었다.
"제가요. 이제는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어요. 이 일 아니면 저를 받아 줄 곳도 없고요. 가족들 하고도 연을 끊은 사람입니다. 나 같은 상황에 몰린 사람이 가릴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냄새에 대해서는 이미 경험도 있고 각오도 돼있습니다. 내일 하루 시켜보시고 생각해 보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씨는 혼신을 다해 손사장에게 어필하려고 했다. 손사장은 이미 씨처럼 호언장담하던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김씨의 말은 귓 등으로 듣지도 않은 채 내일 하는 일을 마무리 해줄것만 연신 강조했다.
김씨는 천안에 있는 허름한 주택가에서 새벽같이 손사장과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 저렇게 큰소리치는 거 보니까 , 저 사람도 틀려먹었어. 내일 하루라도 잘 버티면 다행이지. 영목이는 하필 이럴 때 디스크가 터져가지고 !"
손사장은 김씨에 대해 부정적인 평을 내놓았다. 그도 그럴것이 김씨처럼 호언장담한 사람 일수록 하루를 못 채우고 중간에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 저는 의외로 잘하실 것 같은 데요?" 현기는 분명한 실체를 잡을 수는 없었지만 왠지 김씨 아저씨한테서는 자신과 같은 절실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