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에게

by 한 이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에게>>



나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야

춤은 시작되었고 모두의 시선은 그 원안에서 회전 중이야

그의 품엔 붉은 드레스를 입은 당신이 안겨 있었고

당신은 내 말로 나의 연인을 사랑하고 있었어

익숙했어 어깨 위로 젖혀지던 흰 턱의 기울기

호흡 같은 쉼표

알면서도 덧붙인 물음표 같은 것들 말이야

모든 것이 나를 비껴가 당신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나는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지

나의 말이 나보다 먼저 키스로 도착한 광경을


붉은 드레스는 점점 선명해졌고

나는 그림자의 외곽으로 번져갔어

여전히 서 있었지만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고

나조차 나를 잃었나봐

춤이 끝날때, 당신의 움츠린 허리가 그의 팔 안에서 활처럼 휘었고

오래전 내게서 옮아간 광기처럼, 드레스 자락은 펄럭였지

네가 나의 방식으로 웃는 소리를 다시 들었을 때,

그 순간 알았어 난 이미 사라져버린 걸



※ 이 시는 에드바르 뭉크의 회화 〈삶의 춤 The Dance of Life〉(1899–1900)를 모티프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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