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했다. 수어를 배우기 시작하니 여기저기 농인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이웃에도 농인분이 계셨구나. 또 수어를 매개로 하는 행사들도 알게 된다. 지난 7월 26일 금요일 성수동에있는 "헤이 그라운드"에서있었던 "오늘은 보강"이라는 강연을 갔었다.
처음 수어를 접하면서 많은 질문들이 생겨났고 대부분의 질문은 "농인들은 이것을 어떻게 하지? 어떻게 배우지? 요런 게 가능한가?"라는 우리 생활의 기초적인 부분에서 행해지는 일에 관한 것들이었다. 수영을 하면 농인들은 수영을 어떻게 배울까 그리고 프리다이빙을 하면 아... 이건 수영보다 안전에 관해서 더 많은 주의 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프리다이빙을 배우시는 분들이 있긴 있겠지 등 등 내 생활의 모든 영역을 농인들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던 중 농인 프리다이빙 강사의 강연이 있다는 것을 보고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세상에는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이 존재할 확률이 높다고 하더니 진짜 이런 분이 계셨구나" 탄복을 하며 그분이 어떻게 강사가 되었는지 솔직히 너무 궁금해서 가 보고 싶었다.
강연의 기본 언어는 수어였고 수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자통역서비스가 제공되는 환경에서 강연이 진행되었다. 강연 중에 알게 되었지만 김미림 프리다이빙 강사는 세계에서 한 명뿐인 유일한 농인 프리다이빙 강사였다. 프리다이빙이 어디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지 모르겠지만 협회를 만들고 교육을 시작한 것은 서구사회에서라고 미루어 짐작하고 있던 터라 김미림 강사가 세계 최초의 농인 프리다이빙 강사라는 것에 조금 놀랐다.
강의를 들으며 내가 가진 대부분의 질문은 해결되었고 질문시간에 나는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의식을 잃은 다이버를 구조할 때 구조 과정에서 다이버어에게 "다이버, 정신 차려요"라고 말해야 하는데 말하지 못하는 농인 선생님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나요였다. 김미림 강사도 강사교육과정에서 이 문제에 부닥쳤고 본인이 의식을 잃은 다이버의 입술을 손으로 좌우로 움직이는 것으로 대체했다고 했다. 다행히 이 아이디어가 강사교육 과정에서 받아들여졌다. 김미림 강사는 이 문제 말고도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여 발표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그 발표를 해낸 이야기도 감동이었다. 우리처럼 말하는 사람이 말로 설명하는 것을 글로 다 표현하여 화면에 띄우고 본인은 자신의 언어 -수어-로 발표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강사과정을 맡으신 영국인 강사가 김미림 강사에게 화면에 네가 발표할 내용을 상세하게 띄우고 너는 너의 언어로 마음껏 그 내용을 발표하라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동하여 울컥했다. 방법이 없다고 그녀의 꿈을 분질러버리지 않고 가능한 방법을 같이 찾아간 김미림 강사와 그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글쓴이가 이렇게 감사할 일인가 싶겠지만 농인이 한국인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우리와 다른 언어인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같은 한국인이지만 한국어가 제1언어인 우리와 달리 농인들은 한국어에 대한 문해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농인이 그들에게 외국어나 마찬가지인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김미림 강사의 강사자격증 취득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조금은 짐작이 되어 감동하고 그녀를 향해 진심의 박수를 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김미림 강사는 세계의 농인들이 찾아와서 프리다이빙을 배우는 강사가 되었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리고 청인들도 찾아와 농인 강사에게 다이빙을 배우려 한다고. 그럴 때 김미림 강사는 나는 농인인데 괜찮겠냐고 하면 청인들 또한 괜찮다고 하며 즐겁게 수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 벽은 이렇게 조금씩 허물어져 내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강연에 많은 농인 청년들이 참석했고 그들은 김미림 강사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청인 위주의 사회가 그들에게 주는 많은 제한과 차별을 잘 견디고 자신의 길을 훌륭하게 개척하고 있는 김미림 강사가 그들에게 주는 어떤 메시지가 있어 농인 청년들은 많은 질문을 쏟아 내었을 것이다. 그날의 강연에 참여한 농인 청년들도 사회구조적 또는 농문화가 무엇인지 모르는 청인들이 알게 모르게 만든 제한이 주는 벽을 스스로 깨보고자 하는 마음을 그들의 롤모델 김미림 강사를 보며 다졌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내가 수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을 굳이 오지랖이라 표현하고 싶지 않다. 공부하면 할수록 이 공부가 어떤 이의 꿈을 이루는데 우연히 지나가는 작은 길이라도 그리고 어떤 하루가 조금은 편하게 된다면 나는 그것으로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에 태어났다고 꼭 쓸모 있어야 하는 이유도 없지만 나의 손길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다면 기꺼이 손 내밀어 어떤 쓸모가 되고자 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요즘 수어공부 만큼 공들이는 일은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농인과 농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그냥 대놓고 떠드는 것이다. 그래서 한명이라도 더 농인과 청각적으로 불편한 이들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우리가 표현적으로 "장애인" 이라고 부르는 그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조금씩이라도생겨났으면하는 바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