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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Nov 04. 2024

어... 이거 그 순간인가????

- 난 니 친구자녀!!!

2024년 10월 26일 쓴 글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 벨소리를 무음으로 해 놓는 탓에  전화가 온 줄 몰랐다.  다른 지방에 있 친구라 웬일인가 하고 다시 걸었더니 천에 있는 딸아이 집에 왔단다.  친구는 먼저 나의 일정을 묻지 않고 갈대축제를 보러 서울 어느 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축제를 가겠다고 했다.  


나는 오늘 작정을 하고 동절기 준비를 하려는 획이었으므로 대화의 시작부터 머릿속은 온통 옷가지와 침구들을 정리하고 온밤에는 따뜻하게 자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보니 친구 목소리에 너무 매가리없었다.   친구는 갑자기 전화해서 같이 가자고 하기가 뭐 했는지 인천에서 하늘공원까지 두어 시간 걸리니 운동삼아 가보려 한다는 말만 다른 표현을 빌어 계속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자꾸 아픈지 모르겠어...." 했다.  친구는 근 몇 년에 걸친 이혼소송을 끝냈으므로 내 생각으로는 그간의 짐스러움을 다 떨치고 날아다니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문득 어느 글에서 본 한 구절이 생각났다 "내가 그때 친구가 그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그 친구를 만나 이야기라도 들어줄걸..".  나에게 그 순간이 온 것인가? 하며 대화의 자세를 적극적으로 바꾸어 "죽은 놈 소원도 들어주는 판에 살아있는 년 소원 못 들어주냐" 너스레를 떨며 친구와의 동행을 자처했다.


우리는 월드컵공원역에서 만나 하늘공원 쪽으로 걸었다.  친구는 목소리에만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몸뚱이도 곧 쓰러질 것 같이 힘없어 보였다.  하늘 공원 쪽으로 가다가 내가 배가 너무 고프니 잠시 간식하고 가자고 핑계를 만들어 공원입구에 친구를 앉혔다.  사실 친구는 1시간 이상 타고 온 지하철에서도 힘들었다고 했다.  모든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혼의 과정이 친구를 이렇게 만들 정도로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판결이 나기 전까지 본인 모르게 긴장했을 터이고 그 긴장의 끝에서 친구는 그제야 온몸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내가 누군가?  나는 에너지 대마왕!!!  친구에게  최근 나의 바쁜 상황을 웃기게 풀어놓으며 친구를 웃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에도 친구는 그 사이 응급실에 실려갔던 이야기며 최근 악화된 병원의 상황으로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며 불안해했던 이야기.... 를 한다.  나는 입을 다물고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친구는 외롭고 무서웠던 것 같았다.  대뜸 친구에게 내가 한 번 만나보고 싶은 한의사님이 있는데 마포에 있으니 가까이 온 김에 우리 가볼까 했더니 친구는 선뜻 그러마라고 대답했다.  귀찮아하지 않고 가겠다는 친구가 고마웠다.  한의사님과 30분 이상 이야기를 나누더니 물리치료와 침치료를 받는 듯했다.  다 하고 나와서 한의사샘이 뭐라고 하더냐고 하니까 온몸이 스트레스로 인해서 뭉쳐 있다고.  그래서  살만 눌러도 너무 아팠다고 했다.  마음이 힘들 때 묵묵히 나를 지탱해 주던 몸이 나 이제 너무 힘들어라고 친구에게  거는 것 같았다.  이럴 때 우리는 몸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쓸데없는 잔소리 같았지만 친구에게 당부했다.  잘 먹고 잘 자고 몸이 너무 늘어지지 않게 약간의 긴장을 주는 운동도 같이 하자고.  


우리는 하늘 공원의 갈대를 보려 했는데 공원 입구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뭐 어떤가 수일 내로 한번 더 가든지 더 건강해져서 씩씩하게 내년에 다시 가면 되지.  어져서 집에 오는 길에  "바쁜데 다 던져두고 친구상태 안 좋아 달려와준 고마운 친구, 사랑해♥♥"라고 문자가 왔다.  친구야,  친구는 그러려고 있는 거 아?  너가 나에게 전화해 주어서 내가 고맙다.


오늘은 침 맞았으나 특히 잘 자고 내일은 오늘 잘 잔 덕분에 또 잘 자는 날이길 바란다.  그리고 매일 밤 너와 나의 숙면을 기도한다 돈 주고 사 먹는 보약보다 더 귀한 것이 오늘 잘 자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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