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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 매일 펼쳐지는 이야기가 다채롭다

by 노을

2025.11.30

어제는 "서울특별시철인3종협회장배 아쿠아마라톤대회" 라는 긴 이름을 가진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신청 시부터 2시간 10분 컷오프 안에 들어오는 것은 무리 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목표는 4km와 그래도 체력이 남는다면 완주하자였다. 수영장에서 최대로 길게 수영해 본 것이 3.75km였고 체력이 엄청 달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더 길어지면 체력적으로 어떨지 알 수가 없어서 나 잘할 거야 잘할 수 있어하는 주문을 스스로에게 하지 않았다.

기다리든 대회 날이 왔고 오후 3:30 풍덩풍덩 4조 경기가 시작되었다. 열심히 팔을 저어 4km를 달성했고 이미 1시간 30분 이상을 수영하면서 이거 좀 지루한 경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제 출수하면 그만하겠다고 포기선언을 해야지 했는데 출수 쪽에서 관계자분들이 물속에서 남아 있는 참가자들에게 엄청난 박수와 응원을 퍼부어 주셨고 장내 아나운서는 "참가자 여러분 이것은 누구와의 싸움도 아닙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부디 끝까지 싸우셔서 멋진 결과 가져가시기 바랍니다"라고 목이 터져라 외쳐주시는데 진짜 저 포기해요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한 바퀴, 500m를 다해 5km 완주했고 나는 컷오프에서 7분 36초를 지나 물속에서 나왔다. 체력이 아니라 지루함과의 싸움은 다른 결의 갈등을 만들어 냈고 이상하게 포기가 어려웠고 이런 상황에서 포기는 다소 비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체력이 달리면 살기 위해 포기했을 텐데 그 상황의 정신적인 갈등은 좀 찌질했고 갈등의 봉합은 결국 "체력이 남으면 완주하자"라는 초심에 기댈 때 이루어졌다. 나는 어제 또 손가락 한 마디만큼 성장했다. 다음에도 생각이 길을 잃으면 처음 생각으로 돌아가보자 그곳에 길이 있을지 모르니까.....


2025.12.1

도서관에 보고 싶은 책을 신청할 때는 신청 이유를 써내야 한다. 태평이 한 권에 10만 원쯤 한다는 책 이야기를 하길래 도서관에 신청해서 읽으라고 알려주면서 신청 이유 써야 돼 했더니 잠시 머뭇거리며 하는 말 "보고 싶어서". 빵 터져서 웃었다. 맞는 말인데 도서관에서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여기에 뭔가 MSG가 조금 가미된 것을 원하는 것이 자나!!! 그의 단순 명료함에 토를 달기는 뭐 하지만 암튼 친구야 그거슨 쩜 부족해!!


2025.12.1

가족 모임이 있어 부산 가는 기차를 타고 전화기를 열었다. 나의 완주를 자랑해야 했기에 카톡으로 조카와 동생에게 연락하려 했는데 부고 문자가 눈에 들어온다. 어제 같이 수영대회 참가한 친구의 부친이 세상을 떠나셨단다. 어제 대회를 끝내고 더없이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하면서 우린 하하 호호하면서 진짜 행복을 누렸는데 그 사이 친구의 아버님은 세상과 이별을 고하셨다. 수영대회에 대해 더 즐기기가 좀 그래서 손가락을 접었다.


2025.12.1

부산에 계신 태평의 엄마는 요양병원에 계신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혼자 외로워하셨고 더욱이 불편한 다리와의 동거가 힘드셨는지 자진해서 병원으로 들어가셨다. 재활 열심히 받고 들어 가실 때 타시던 휠체어에서 자유로와 지셨다. 대개의 경우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가시면 점점 체력적인 지표는 나빠지는데 엄마는 역주행 중이시다. 이를 아는 모든 이가 이 소식에 놀란다 특히 병원 관계자들이. 우리가 방문해서 엄마 혼자 걸으시는 것 촬영해서 동생들에게 보내고 또 그들은 전화로 때론 방문으로 엄마의 열심을 칭찬한다. 그러면 엄마는 또 우리와의 다음 만남을 위해 재활을 그렇게 열심히 하신다는 이야기를 가까이 사는 동생이 우리에게 전해준다. 응원과 관심과 사랑이 우리 곁에서 잘 작동하는 것을 느낀다. 더 자주 엄마를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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