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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Mar 26. 2024

봄 봄 봄!!!

봄꽃에 마음 내주기

며칠 바람과 함께 비 오면서 밖을 나가도 우산 움켜쥐느라 주위 둘러보기를 대충 했더니 오늘 아침 수영장 가는 길에 혼자서 "우와"를 마구 외쳤다.  초록과 봄꽃이 어느새 산책길을 아기자기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며칠 전부터 피어 있는 매화는 "나 좀 봐" 하며 봄소식을 꽃잎에 올려놓고 나풀거리고 있었다.  매화의 입장에서 보면 봄소식을 먼저 알리는 봄의 전령으로 그 위치를 좀 누리고 싶었겠지만 지구 온난화라 불리는 요즘의 세상은 애석하게도 매화 혼자 전령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매화는 자신의 역할축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나의 성향을 좀 넣어서 이야기한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조금만 더  즐기고 싶지 않았을까 한다.


매화, 개나리, 휘늘어진 영춘화, 목련 그리고 "이제 진짜 봄이다 다 나와"하는 신호수의 역할을 하는 벚꽃마저 피었다.  벚꽃에 근접해서 보니  "살짝 벌어진 게 아니라 이렇게 활짝 개화를 해버렸네..." 뭔가 놓친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꽃들도 개화의 순서가 있는데 이젠 어쩔 수 없이 그 순서가  달라진 장소도 나오곤 한다.  어쩌면 머지않아 어떤 아이들은 봄엔 온갖 꽃들이 한꺼번에 피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찌하였거나 무거운 외투를 강제로 벗어야 할 것 같고 뿌연 하늘이 늘 함께이지만  외출이 설레는 봄이다.  지난주 월요일 서대문 근처에서 홍매화를 보고 그 짙은 분홍의 색감에 내 마음 다 내주고 와서 오늘 아침 마주한 벚꽃에게는 내년 봄 꽃에 내어줄 마음을 당겨서 또 다 주고 왔다.  긴 겨울을 지나 봄꽃을 보는 것은 없는 마음도 주고픈 그런 것인가 보다.


봄이다

여린 초록도 이쁘고

방울 머금은 꽃몽우리들도 사랑스럽다.


이 비가 그치면 예상치 못하는 속도로 기온이 오를 수도 있다.  살짝 차가운 바람이 있을 때 겨울의 마지막 자락과 봄의 첫 자락을 얼굴에 스치는 바람으로 한꺼번에 느껴봄도 좋을 듯하다.  문 열고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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