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혜림 Jan 30. 2022

주니어 UXer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고민, (2)

밑도 끝도 없이 질문하는 연쇄질문마


주니어는 쉽게 '어떡하지'라고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상태에 빠진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어느 날이란 가정을 해보자. 언젠가부터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구글, 네이버 키워드를 보면 수요를 의미하는 키워드의 검색량은 꾸준히 증가하는데, User retention이 영 시원치 않다.


어떻게 해야 사용자의 마음에 우리의 서비스를 들이게 할지 고민하다 Backlog를 쳐다보며, 특정한 액션을 선택해본다. (Backlog가 없다면 만들어내기 위해 솔루션을 마구 떠올렸을 것이다.) 멋있는 UX writing으로 Push 알림을 쏠까? Push 알림은 어떻게 보내더라? 이미 보내고 있던 건 뭐가 있었지? 그리고 이내 상상 속 솔루션을 이리저리 굴려보며 여러 시안을 만들어낸다.


이런 고민을 Wireframe을 만들기 직전에 관두었다면 다행이겠지만, 화면까지 나온 후 기획이 흐지부지 되는 상황에 부딪히곤 한다. 그러면 또다시 어쩌지, 안절부절못하고 불안에 떠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간다.




이전 글은 회사에 막 적응하기 시작했거나, 사용자의 경험의 현주소를 알기 위한 방법을 정리했다면, 이 글은 그보다 높은 고도에서 할 일을 정리한 글이다. '내'가 하는 고민과, '고객'이 하는 고민 그 위에 올라서서, 왜, 무엇으로 인해 고민하는지 한번 더 묻는 Uxer의 능력을 가져보자.


지난 글 : 'User'의 맥락을 이해하는 방법, 해피 패스 그리기

이번 글 : '왜?'하고 묻는 연쇄질문마 되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방향'과 '확신'

우리는 자주 방향을 잃는다. 목적지는 분명한데 시야가 어두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을 종종 맞닥뜨린다. 일단 솔루션부터 내놓아야 한다거나 아이데이션조차 어쩔 줄 모르겠다는 불안은, 360도로 열린 모든 방향 중 시야를 좁혀 '딱 이 길'이 좋겠단 확신이 없기에 피어오른다.


막힐 때마다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달려가 본인이 처한 상황을 브리핑을 해보라는 조언도 할 수 있겠지만, 회사에 내 모든 고민을 들어줄 사수와 매니저가 있는 건 환상에 가깝다. 설령 그런 귀인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알아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능력을 길러야 한다.


주니어에겐 없는, 시니어의 '확신'은 어떻게 갖는 걸까?




(1) 'Know thyself', '무지의 지', 메타 인지

메타 인지라고 하는 단어를 종종 들어보았을 것이다. 메타 인지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타인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인식에 대해 의식하는 것을 말한다. 으레 학문이 그렇듯 메타 인지도 다양한 단계와 의미를 가지고 있겠지만,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위해선 '내가 지금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알아채는 것'이라 쉽게 풀어쓸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전지적인 시점을 가졌다고 감안하고, 눈앞의 솔루션에 몰두하고 있는 어리석은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메타인지는 어두운 길에서 반디를 찾는 방법이라기보다는 달의 시야를 갖는 방법에 가깝다. 고민을 해결하는 '' 아니라 '들어주는' 새로운 눈과 귀를 가짐으로써 어딘가 몰두해있는 열정을 잠시 거두어낸다. 그러고 나서 훨씬 깔끔해진 시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잠시 멈춰 서서 '' 보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었지?
'저건 왜 저렇게 됐지'


바꿔 말하면, 아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다.


'나는 왜 Retention을 push message라는 솔루션으로 해결하려 했지?'
'애초에 Retention이 떨어진 이유는 뭐였지?'
'내가 뭘 놓치고 있지?'




(2) '어떻게'가 아니라, '왜?'

보통 사용자의 문제적 현상은 '그들이 느끼고 이해한 바'에서 발생한다. 그들이 특징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알고 나면 해결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데, 그 이유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단서가 필요하다. 메타 인지는 단서를 들여다볼 침착함을 마련해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서를 찾아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집요한 질문이다. 5 whys로도 유명한데, 특정 문제에 대고 대여섯 번만 '왜?'라고 질문해도 근원에 가까워질 수 있다. 물론 5번, 6번이라는 방법론적인 프레임을 소재로 글을 가두고 싶지 않다. 요지는 질문을 '억수로' 많이, 의식적으로 하라는 뜻이다.

내 노션의 대문을 장식하는 질문 두 문장.


실무에서는 아래처럼 문제에 대한 사유가 단순하거나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서비스의 이해관계자가 많을수록 복잡한 이유가 얽혀있을 수 있으나 간단히 예제로 들어보자면,




(1) User Retention이 떨어졌다. = 이탈이 많아졌다.
(2) '왜' 떨어졌지?
(3) 최근에 배포한 기능의 사용성이 좋지 못했나? 서비스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있었나?
(4) 가설로는 알 방법이 없다. 이탈한 사용자에게 직접 물어볼까?
(5) 이탈 사용자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하기와 같은 이유를 말해줬다.
    1. 알림이 너무 자주 와서 지워버렸다. -54%
    2. 타 서비스로 갈아탔다. - 24%
    3. 내게 필요한 서비스가 아니다. - 22%



몇 번 질문하지 않았음에도 여러 이유를 찾아냈다. 서문에 써둔 것처럼 Retention을 끌어올리기 위해 단순히 Push를 많이 보냈다면, 사용자 이탈의 그래프가 더욱 가팔라졌을 것이다. 이제 이전과는 정반대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시에서는 사용자의 VOC를 조사하는 것으로 찾아냈지만, 실무에서는 User tracking tool(Mixpanel이나 Amplitude 같은)의 Data, QA결과, VOC, Survey 등 알아내고자 하는 명제에 맞는 더 다양한 방법과 frameworks를 사용하게 된다. 




문제

언젠가부터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구글, 네이버 키워드를 보면 수요를 의미하는 키워드의 검색량은 꾸준히 증가하는데, User retention이 영 시원치 않다.


가설과 뒷받침할 정성, 정량적 조사

사용자가 이탈하는 이유는, '우리가 알림으로 사용자를 괴롭혀 내쫓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이탈 사용자 50명의 설문, VOC를 통해 도출했다. 실제로 우리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알림은 push 알림, 카카오 알림톡, sms 문자가 있는데 매일 특정 행동을 완수할 때까지 20번까지도 push를 보낸다.


솔루션

지워도 지워도 끝없이 오는 알림은 당연히 질릴 수밖에 없다. 알림의 개수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하나의 알림에서 '누를만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컨텐츠를 마케팅 팀과 협업하여 개선한다. 이로써 새로운 사용자의 유입을 늘림과 동시에 유저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




결론은,

사용자가 겪고 있는 문제의 해답은, 기가 막힌 화면 & 피쳐라는 시각적 결과나 뻔하디 뻔한 솔루션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물질계가 아닌 심리의 문제이고, UXer는 그 심리를 밝혀내는 마술사가 되어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누구보다도 '전지적' 시점을 가져야 하며, 질문을 던져 핵심을 노려볼 줄 알아야 한다.


인지과학의 대부이자 UX의 시작을 찍은 Donald Norman도,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복잡함과 단순함의 구조는 '얼마나 이해하기 쉬운가'에 의해 귀결된다고 했다. 조타실의 무수한 버튼을 단 하나의 버튼으로 만들어버린다면, 시각적으로는 편안할 수 있으나 선장이 0,1만으로 코딩을 해야 하는 상황과 다를 바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어떡하지'로 말미암아, 배워왔던 대로 '복잡한 과정을 쉽게, 단순화시켜버리자' '수동으로 작업하던 걸 자동화시켜버리자' '한 피쳐에서 보이는 정보량을 줄여버리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수 있음을 새길 수 있도록 하자. 문제의 해결은 '나'와 '사용자'가 어떻게 문제를 바라보고 이해하는지에서 시작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