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릴 다리가 없는 주니어 디자이너의 이직을 위한 A to Z
지난 4월, 잠정적으로 퇴사한 이후로 작성하는 사실상 첫 글이다.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요즈음,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기업 탐색과 자소서, 면접에 소모하느라 속도가 더디다. 1년짜리 주니어면서 경력 3년 이상 공고에 지원했다가 면접에서 광탈하고 속상함에 쓰게 웃다가 한 달이 지났다.
첫 직장인 스타트업은 정석적인 절차를 거쳐 입사한 케이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직을 결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취업의 제대로 된 방법부터 알아가느라 꽤나 허덕였다. 어디에 유효한 공고가 올라오는지 어렴풋하게만 알았으니 말 다했다(...)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러 회사와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 입사 논의를 진행 중인 위치까지 다다라 뒤를 돌아보니 미리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들이 참 많다. 중요한 기억은 사라지기 전에 정리해야 한다.
이 글이 도움될 수 있을 분들
○ 취준을 시작한 신입 혹은 주니어 UI/UX 디자이너, 혹은 유관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
○ 채용 공고 사이트의 종류와 차이를 알고 싶은 분들
○ 1년 차 경력의 취준 프로세스가 궁금하신 분들
목차는 이렇게 구성된다!
[첫 번째 글] 채용 사이트 정리 - 디자이너는 어디에서 공고를 볼까.
[두 번째 글] 이력서, 포트폴리오 제작 팁 - 서류는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
[마지막 글] 면접 팁 -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인터뷰
채용 공고 사이트는 정말 많다. 잡코리아, 잡플래닛, 인크루트, 사람인, 자소설닷컴, 원티드, 로켓펀치, 리멤버, 블라인드 등등. 학교 다니면서 적어도 한 번씩은 들어봤을 테지만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채용 공고는 IT 대기업의 경우에는 각 기업 홈페이지의 채용란, 중견 +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원티드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이유는 아래에) 하지만 다른 채용 사이트도 디자이너가 쓸 용도를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 공고 사이트를 주관적으로 중요도를 기준으로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디자이너라면 모두가 알고 있을 채용 공고 사이트. 내로라하는 (대기업 제외) 중견기업, 유니콘 스타트업, 일반 스타트업의 공고를 제대로 나뉜 직군 구분으로 서치 할 수 있어서 사실상 이 곳이 전부다. 사랑해요 원티드! UX디자인과 UI/GUI를 나눠준 것만 해도 감사하기 따름... 게다가 서류 지원, 통과, 탈락, 통과 등의 추이를 한꺼번에 보고 관리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감동스러운 서비스다. 하지만 기업에서 서류가 통과되었어도 '서류 통과'로 데이터를 넘겨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이건... 개선해주세요. 주니어가 지원할 수 있는 경우라면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의 공고가 많지만 숨은 보석도 있고 이따금씩 유니콘 기업의 주니어 공고도 올라오니 매일 들락거려 보자. 그리고 가끔 원티드를 통해서 오퍼가 들어오기도 한다.
Tip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이력서 포맷도 꽤나 정돈되어 있는 편이긴 하지만, 디자이너가 본인의 색채를 입혀 직접 깔끔하게 정돈한 이력서가 통과율이 조금 더 높은 것 같다. 원티드 이력서 포맷을 사용하면 서류 통과율이 40%가 올라간다고 하던데... 그건 디자이너 직군이 아닌 경우만 그렇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어림짐작 해본다.
자소설닷컴의 캘린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채용 공고가 굉장히 유용하다. '자소설'닷컴이라는 네이밍 때문에 자소서 소스를 쉽게 모아볼 수 있는 서비스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잡코리아에 올라온 자소서를 리스트로 보여주는 정도. 서비스 전반에 걸쳐 UI/UX 디자인이라는 포지션이 웹/앱 디자인이라고만 표현되어 최근 동향을 잘 담아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 하지만 원티드에서 찾아볼 수 없는 대기업의 공고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캘린더 + 필터 조합으로 공고를 한눈에 가장 많이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또, 진행 중인 전형의 과정을 칸반 보드의 형태로 정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물론 응용프로그램인 노션이 압도적으로 더 편하긴 하다.)
사실 서핏은 채용 공고 확인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가 아니어서 넣을지 말지 많은 고민을 했는데, 채용 사이트가 아님에도 사용 빈도는 1~2위를 석권하는 존재라(기준은 나 자신) 넣어두었다. IT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위 서비스의 채용 탭이 원티드만큼 꽤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시작페이지에서 바로 새로운 공고를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접근성 차원의 장점이 가장 크고, 올라오는 공고의 직군이 잡코리아나 사람인처럼 '웹디자이너'라고 퉁치는 분류가 아니라 좋다. 게다가 최소 경력 정보나 기간, 회사 소개 페이지 링크 등 지원에 가장 필요한 정보만을 가볍게 쏙쏙 골라서 정리해 보여줘서 무척 편리하다. 기나긴 스크롤 압박에서 자유로워서 서핏의 채용 공고 페이지에서는 마음이 비교적 편안한 편. 아직은 디자인과 개발 직군의 공고만 확인할 수 있지만 곧 기획, 마케팅, 스타트업 공고도 분류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력서, 포트폴리오를 발사하기 전, 회사의 네임벨류와 실질적인 기업문화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편이하게 해주는 서비스다. 현직자와 퇴사자만 작성 가능한 기업에 대한 신랄한 평가를 볼 수 있는 서비스인 만큼 원티드 지원 전 후로 가장 많이 챙겨보곤 했다. (구독 서비스이긴 하지만 이전에 다녔던 직장에 대한 리뷰를 남길 수 있다면 무료나 다름없다.) 물론 애사심을 갖고 출근하는 직장인은 드물어서 유니콘 기업이 아니라면 대개 5점 만점에 3점대 중반에 머무른다. 학점 바이브다. 기업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른 만큼 본인의 몫이지만 일관적으로 퇴사자가 불합리 구조에 대해 언급한다면 귀 기울여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지원하는 회사의 평점이 1~2점대는 조금 더 고민해보자. 또한 회사의 평점뿐만 아니라 직위별 평균 연봉도 함께 알아볼 수 있으니 입사 시 연봉 논의 전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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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크레딧잡이나 블라인드도 있는데, 잡플래닛과 블라인드 조합으로 충분히 조사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세 사이트의 경우에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대기업, 중견기업의 자체 홈페이지 공고를 모아서 보기에 유용하지만 포지션 구분을 모호하게 표현한 기업이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생각하고 있는 직군은 UX 디자이너인데 공고에는 '웹디자이너'라고만 표현되어 있거나 웹디자이너의 직무에 콘텐츠 디자인, 마케팅 디자인 등 여러 직군의 업무도 혼재되어 있는 식이다. 애초에 서비스에서 포지션 그룹을 시대에 맞게 잘 제공하고 있지도 않다는 감상이 크다. 그래서인지 대기업의 공채를 제외한 유효한 직군 공고를 찾아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합격자의 자료를 마음껏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꽤 괜찮은 원천이다. 기업 합격 자소서나 최신 뉴스를 가공되지 않은 형태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필요할 때에 가끔 챙겨보는 정도.
앞서 언급한 서비스 외에도 채용 공고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많다. 리멤버, 블라인드, 로켓펀치 등. 하지만 대개 이러한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고는 대부분 원티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찾지는 않는다. 리멤버나 블라인드의 경우 커뮤니티의 기능으로 더 많이 쓰고 있는 편.
주니어 디자이너라면 대부분 어느 정도는 네임밸류가 있거나, 사수가 존재할 만큼 디자인 팀이 크게 자리하고 있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네카라쿠배당토는 모두가 가고 싶지요...) 하지만 신입을 위한 포지션이 생각보다 적은 만큼 전망이 밝은 스타트업에서 경력을 쌓고 큰 규모의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때 중요한 게 전망이 밝은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인데 이에 밝은 시야를 가지기 위해서라면 소식을 자주 찾아 접하는 수밖에 없다.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컨퍼런스, 워크숍, 세미나 등에 직접 참여해보거나 클럽하우스에서 실무자들의 이러쿵저러쿵을 들어보는 시간을 통해 실제 회사 디자인 팀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다.
그리고 지원할 때 아래에 있는 항목만큼은 챙기면 좋다.
지원하고 싶은 서류 전형을 체크하다 보면 내가 가진 경력보다 더 많은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써도 될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데, 현재 7곳에 지원해서 최종적으로 3곳의 오퍼를 받은 입장에서 보자면 현재 본인의 경력과 지원 가능한 경력의 차이가 3년 이상이 아니라면 충분히 지원해볼 만하다는 점이다. 밑져야 본전이니만큼, 최대한 많이 지원해보고 면접을 경험해보는 것도 굉장한 경험치가 될 수 있기 때문.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와 급여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면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 함께 일하는 동료에 관한 후기를 확실하게 들을 수 있는 곳은 적지만 대략적인 현직원 정보나 급여/연봉 정보의 경우 잡플래닛에서 확인 가능하다. 또, 직무별 평균 연봉 정보는 원티드에서 확인 가능하다.
https://www.wanted.co.kr/salary
사대보험, 연차 사용, 빠른 의사결정 구조처럼 이제는 조금 당연한 조건을 복지로 내거는 경우가 있다. 실질적인 복지는 높은 연봉과 자기 계발 비용 보조, 성과급 제공인 것 같다.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의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해보는 게 좋다. 경험한 모든 면접에서 실제 서비스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지 물어볼 만큼, 서비스 사용 경험은 회사에 대한 관심도를 책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가 된다. 또, 서비스 자체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도 검토할 기회가 된다.
회사에 건너 건너 아는 지인이 있다면 실무진 인터뷰를 신청하는 것도 좋다. 만일 건너 건너 아는 지인이 없다면 참고할 만한 서비스는 블라인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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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에 TIPP(팁 코퍼레이션)이라고 하는 질의응답 플랫폼 서비스가 론칭했는데, 현재는 1,000명의 테스트 사용자로만 운영되고 있는 중이라 마치 초창기 클럽하우스처럼 진입하기는 어렵지만 유명 기업의 실무진분들에게 직접 질문하고 캐주얼하게 대화해 볼 수 있어 꽤 도움이 된다. 운 좋게 테스트 유저로 들어갈 수 있었어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얼른 모두가 알았으면..!
두루뭉술하게 지원하기보다, 여러 포지션 중 선택할 수 있다면 여태 작업한 포트폴리오와 궤를 맞출 수 있는 포지션으로 특정해서 지원하자.
또 지원 요건과 우대사항에 있는 항목은 회사가 데려오고 싶은 인재상. 이에 맞는 본인의 특기가 있다면 강력하게 어필하는 방향으로 준비하자.
이 정도인 것 같다.
자주 사용하는 채용 사이트를 정리하고 자주 들어가서 눈에 익혀두는 것도 취뽀에 좋은 습관이라 생각한다. 위의 '2번 지원하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채용 공고의 우대사항이나 지원 자격에는 대체로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파트이기 때문에 내 경우엔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면 좋을지 로드맵을 그려보고 싶을 때 대체로 유니콘 기업 채용 공고의 지원자격과 우대사항을 가장 먼저 확인한다. 이 두 영역에서 시니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통달해야 할 영역을 미리 볼 수 있어서 유익하다. 요즘은 창업 경험이 있거나 초기 서비스 운영 경험, Data Driven UX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경우에 우대한다는 걸 자주 보는 듯하다. 데이터와 한 몸이 되자...
다음 글은 지원을 하기에 앞서 챙겨야 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 관한 자잘한 팁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디자이너의 유일한 무기나 다름없는 창과 방패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