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편] 서로를 알아가는 재미수단, 단 과몰입 금지!
MBTI가 왜 나빠?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눠서 정의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MBTI테스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묻는 내 질문에 친구가 한 대답이다.
"애초에 질문 몇 개 던져주고 대충 16가지 유형에 나를 키워 맞추는 거 난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해."
나도 안다.
어떻게 지구상에 이 수많은 사람들이 오직 16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성향"을 파악할 때 당사자의 실제 성격과 유사한 유형을 알아둔다면 그 사람과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걸 다 떠나서
MBTI의 문제는 MBTI의 신뢰성 그 자체보다 MBTI 결과로 선입견을 가지고 Good or Bad 이분법화 하는 사람들의 행동인 것 같은데…. (I면 사회성이 부족하고, F는 이성적인 판단이 어렵고 등등의 편견)
그럼에도 MBTI가 과학자들의 인정을 받은 공인된 테스트는 아니기 때문에 친구의 의견을 존중하고 더 이상 그 친구에게 MBTI를 묻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 세상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MBTI 테스트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 2년 정도 되었나?
처음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심리테스트쯤으로 생각하고 해 보았던 MBTI가 이제는 사람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적어두는 Profile의 한 줄이 될 만큼 보편화되었다.
*MBTI TEST(Myers-Briggs Type Indicator)
- 특정 문항을 통해 무언가를 인식하고 판단할 때 각자 선호하는 경향을 찾고, 이런 선호 경향들이
인간의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파악하여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심리 검사
- 1962년 최조 매뉴얼이 개발되었고, 카를 융의 성격유형 이론을 근거로 제작
- 내향vs.외향/감각vs.직관/사고vs.느낌/판단vs.지각 네 가지 범주에 16가지 성격유형으로 구분
나 역시 '난 어떤 인간이지?'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MBTI홈페이지에 접속해 테스트를 해보았고, 2년 동안 한 번의 변화를 겪었다.
▶ ENFJ → INFJ (E→I로 변경)
코로나 발생과 재택근무에 따른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E 55% + I 45%]의 E와 I의 위치가 바뀌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는 어떻게 검사를 하든 I로 결괏값이 고정되었고, 나는 그때 이후로 INFJ로 MBTI를 검색해 가며 이것의 특징, 장단점, 팩폭 등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일생을 살아오며 '나는 왜 이러는 걸까?'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내 성격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생각보다 적지 않게 놀랐고, 또 나와 같은 유형의 인간이 이 세상에 이렇게 만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그리고 나와 같은 MBTI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글과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보다 많은 위로를 얻었고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
MBTI로 팀원을 뽑아보자
내가 회사를 관두기 전, 마지막으로 있었던 팀은 1년 단기 프로젝트 팀이었다.
특정 과제를 수행하면 해체되는 신생 팀이었고 그래서 신임 팀장님은 각 부서에 흩어져있는 팀원들을 불러 모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존에 있던 팀에서 사람을 착출해야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그런 팀장님의 고충을 들은 그의 보스 상무님은 "캐미 잘 맞는 사람들로 골라봐! 다 데리고 와줄게!"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날 이후로 팀장님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 비슷한 성격, 업무상 필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상무님의 능력인지 팀장님의 운인지 원하는 사람들 모두가 한 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이렇게 잘 맞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구성원끼리 잘 맞았고 그만큼 단합도 잘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막내 팀원의 제안으로 우리 팀 MBTI가 뭔지 단체 채팅방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소름 돋게도 팀원들 대다수의 MBTI가 동일했고, 다르더라도 MBTI 궁합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조합으로 결과가 나왔다.
우리 팀 단합의 비결이 비슷한 MBTI들끼리 모여서였단 말인가?
물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우리 조직 내에서 어느 순간부터 MBT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하계 워크샵에서는 MBTI별 조 편성을 해서 워크샵을 진행할 정도로 MBTI 몰입도가 높았다.
그렇구나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MBTI가 무엇인지 가장 궁금한 인물 1순위, 바로 남편.
하지만 정신과 의사인 그에게 MBTI를 물어볼 때면 "그 쓸데없고 의미 없는 짓을 왜 하느냐.", "나는 할 때마다 매번 다르게 나오던데 그게 무슨 신뢰성이 있냐" 등등의 잔소리를 들었고 그렇게 그의 MBTI는 미궁 속에 빠져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시댁에 놀러 가 시댁 식구들과 다 같이 둘러앉아 MBTI를 하는 시간을 가졌고, 혼자만 소외된 남편은 심심했던지 드디어 MBTI TEST에 참여했다.
결과는 ISFJ <용감한 수호자>
그날 이후 나는 남편의 행동을 보면서 '아니 도대체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 ISFJ 성격 장/단점
- ISFJ 남자
- ISFJ 팩폭정리
등의 검색어를 입력해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고, 신기하게 내 남편과 일치하는 사고방식에 나와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를 한결 수월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전에는 '아니 내가 저런 놈이랑 결혼을 한 거야!'의 반응이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즐기면 편해
MBTI에 과몰입 할 필요도 없다. 친구의 말대로 이건 그냥 16가지라는 아주 단순한 유형으로 사람을 나눠놓은 것일 뿐이니.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이 아닌 만큼 우리가 어릴 때 해오던 "혈액형으로 살펴보는 궁합", "너와 내 이름의 궁합은?"처럼 재미 삼아 해 보면 이것만큼 재미있고, 무릎을 탁 치면서 "오! 내 얘기야!" 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와 같은 이 험한 세상을 과도한 감수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INFJ 동지들!
모두 화이팅! :)
자신의 내면과 삶을 되짚어보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를 향해 자신의 가치와 성격을 보다 긍정적이고 유리하게
전개해 나갈 수 있는 기준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