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내가 왜...?

by 별빛햇살

3월 17일 화요일 밤. 평소처럼 침대에 들어가 브런치를 읽으려 폰을 켰다.


"스토리 크리에이터 선정을 축하드립니다!"


나의 반응은 처음엔 '엥?', 잠시 후엔 '헐...'이었다.


'내가 왜...?'


마음이 살짝 복잡하고 민망했다.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나? 그렇게 잘하지도, 열심히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과분하고 황송했지만, 우선은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소식을 의외로 받아들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브런치 초기에 크리에이터는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해서 찾아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검색결과, 전문성, 영향력, 활동성, 공신력에서 인정을 받아야 했다. '응, 나는 아니야.' 바로 결론을 내렸었다.




혹시 다른 작가님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각 영역의 한 줄 설명에 나를 대입해 설명해 보겠다.


"전문성: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세요."


내 글은 가족, 캐나다, 회상, 고찰, 심리가 주를 이루었지만, 브런치 사용기도 쓰고, 최근엔 시도 종종 올렸다. '한 가지 주제'라기엔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글의 톤이나 결도 그다지 일정치 않았다. 그래도 대부분 에세이였기에 '한 가지 주제'로 평가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깊이 있는'이라는 부분도 걸렸다. 내 글에 깊이가 있나? 대단히 유용한 지식이나 정보는 없었다. 조금 깊은 사유를 다룰 때는 있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속 '깊은' 이야기도 깊이라면 깊이일 수는 있을 테다.


"영향력: 구독자 수를 늘려 나만의 팬을 확보해 보세요."


크리에이터 선정 알림을 받은 날 구독자수는 222명이었다. 너무나도 감사한 숫자이지만, '영향력'이라고 부를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숫자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고, 소통도 시간과 에너지가 허락하는 선에서 했다. 사실 소통에 크게 소질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활동성: 꾸준히, 규칙적으로 콘텐츠를 올려 보세요."


글 발행은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는 편이었다. 많지는 않아도 일주일에 한두 개 정도는 올렸다. 크리에이터가 되었을 때는 글 46편이 있었고, 브런치 생활 4개월 반쯤 되었다. 그러고 보니 글 수량도, 브런치 경력도 소박하다. 괜스레 더 민망하다.


"공신력: 다양한 활동을 인증하고, 프로필을 꾸며보세요."


이 부분은 전혀 충족하지 않았다고 본다. 나는 다양한 활동을 전혀 인증하지 않았고, 프로필도 전혀 꾸미지 않았다. 그 어떤 경력도, SNS나 홈페이지도 공개하지 않았고, 작가소개 딱 한 줄이 전부였다. 글 속에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가 스며있지만, 그것이 공신력을 증명할 수준은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내가 왜 크리에이터가 되었을까 의아했고, 다시 한번 브런치 생활을 되짚어보았다.


특히 내가 무엇에 가장 중점을 두었는지, 어떤 구성원이 되고 싶었는지, 어떤 글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혹시 그런 마음과 태도가 브런치 관계자분들께 닿은 건 아닐까도 싶었다.


물론 좋은 글을 쓰려는 노력이 최우선이었지만, 또 하나 내가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진정성'이었다. 나는 '진정성'있는 글을 쓰고 싶었고, '진정성'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스스로 주의를 기울였던 부분들이 있다.


우선 사람 냄새나는 글을 쓰고자 했다. 느리고, 투박하고, 부족하더라도, 내 머리를 굴리고 굴려서 문장을 엮었고, 나만의 손때가 묻은 글을 정성껏 썼다. 내 힘으로 수없이 고치고 고치는 과정을 통해 실력을 향상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한,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본연의 목적인 '글읽기'와 '글쓰기'에 집중하려 했다. 물론 나도 라이킷, 댓글, 구독 등의 소통을 하지만, 인기를 염두에 둔 소통은 자제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숫자에 무감각해지기도 했고, 내가 여전히 소통에 소심하고 조심스럽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글 속에 나만의 '진정성'이 조금은 스며들었으리라 생각한다. 크리에이터 선정에까지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는 없더라도, 급변하는 세계에서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내가 브런치에서 지향하는 모습이다.




무엇이 되었든, 브런치 관계자분들께서 나의 글에서 좋은 점을 발견해 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얼마 전 이제 브런치를 설렁설렁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는데, 크리에이터가 되어서 좀 뜨끔하다. 혹시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서 배지를 주신 것은 아닐까 엉뚱한 상상도 했다. 이것은 혹시 당근이나 채찍은 아닐까?


개인적인 이유로 요즘 브런치에 조금 소홀했는데, 깊이 있는 글을 좀 더 써야겠다는 의욕이 살짝 감돈다.


끝으로, 브런치 관계자님들, 작가님들,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조금 부족해도 뱃지를 뺏지는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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