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중간 점검
브런치 3개월 차에 슬럼프를 많이 겪는다고 한다.
첫 글을 올린 지 이제 3개월이 조금 지났다.
사실 슬럼프는 2개월쯤부터 느꼈다.
'브런치, 이게 뭐라고...'
나는 이 문장을 두 가지 상황에서 사용한다.
초반에는 '이게 뭐라고 이렇게 재미있지?' = 도파민, 욕구충족, 자아도취
요즘에는 '이게 뭐라고 이렇게 많이 하지?' = 회의, 허탈, 반성
출간이나 공모전 등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나는 솔직히 글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아직 잘 모른다. 오로지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들끓었고, 글 쓰는 플랫폼을 찾게 되자 순식간에 빨려 들었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취미가 어딨어? 글쓰기, 글읽기, 이건 유튜브나 드라마 보는 것보다 훨씬 유익하지."
글을 쓰면 쓸수록 내가 글쓰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 이렇게까지 즐긴다면 어떤 형태로든 글쓰기와 관련된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닐지, 혹시 그것이 나의 천직이나 소명은 아닐지, 잠시나마 그런 쑥스러운 생각까지 스쳤다. 제대로 배워본 적도 제대로 써본 적도 없지만 글쓰기의 쾌감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스스로 '중독'이라는 단어를 쓰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브런치는 소셜미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브런치도 소셜미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야장천 브런치를 붙잡고 있는 모습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나의 태도와 방향을 살펴봐야 할 시점이었다.
내 인생은 항상 초반에 빡세게 빠른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 결국 지쳐버리기 일쑤였다. 브런치 글에는 '천천히 가자', '느긋해지자' 그렇게 수도 없이 써놓고, 내가 정작 브런치를 중독적으로 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했다. 언행일치가 안되고 있었다.
그래서 브런치에서 목표가 생겼다. '꾸준히 놓지 않고 한번 가보자.'
브런치를 열정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브런치를 건강하게 하는 것을 나의 목표로 삼았다.
이미 글 발행 횟수는 줄여왔다. 글읽기와 글쓰기는 꾸준히 한다. 초고는 작가의 서랍에 쌓이지만 발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다소 여유로워졌다. 앞으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조절할지는 모른다. 언젠가는 몇 달에 한 번씩 발행을 하거나, 글을 읽기만 하게 될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이런저런 조율 끝에 나에게 꼭 맞는 지점을 찾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짧은 브런치 경력이지만 그동안 느낀 점도 기록해두고 싶다. 예전에도 브런치 사용기를 썼었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이다.
우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알아나가게 되었다.
짧지만 힘 있는 결말. 여운이 맴도는 글. 색다른 각도에서의 해석.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 그런 글쓰기가 끌린다.
언제든 바뀔 수는 있지만, 나를 발견해 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때는 내가 꽤 남다른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해서 나에게는 흥미로운 글감이 많다고 느꼈다.
그런데 서서히 내 삶이 그렇게까지 독특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화 시대에 해외생활, 국제결혼, 이민, 유학, 여행 등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삶이 되었다.
그래서 내 삶이, 내 에세이가 과연 흥미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브런치에서 수많은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깨달았다.
계속 읽히는 글이 꼭 파격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잘 쓴 글은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의 한 조각에도
공감, 웃음, 위로, 사유를 정성스레 얹어 놓은 글이었다.
계속 읽히는 글, 돌아가서 또 읽고 싶은 글은 그런 글들이었다.
연재브런치북도 처음으로 시작해 보았다.
조금 더 노출될 기회가 많을 거라는 생각에서 시도한 것이었다.
하지만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것도, 크게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닌 나 같은 경우 별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았다.
깨달은 것은 매거진이든 브런치북이든 핵심은 첫째도 '내용', 둘째도 '내용'이었다.
좋은 글은 어디에 속해 있든지 계속 읽게 되었다.
연재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된 것에 큰 의의가 있다.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다. 알게 되어 만족스럽다.
여전히 정답이 없는 것은 '과연 내 글은 좋은 글인가'라는 것이다.
내 글이 실제로 어떤 수준인지는 도통 모르겠다.
수업이라도 받으면 전문적인 평가를 얻을 수 있겠지만, 글에 얼마나 전념하고 싶은지 정하는 것이 우선일 테다.
나는 여전히 글쓰기에서의 최종목표가 무엇인지 모른다.
분명한 건 글을 쓸 때 즐겁다는 것이다.
그저 시도 때도 없이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글쓰기는 어떤 목적이 아니라 그저 '내 삶의 일부'인지도 모른다.
아직은 꾸준히 써보려 한다. 단, 나만의 건강한 속도와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