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사는 시조카 부부가 우리 집에 들렀다. 아이들 과자 한 보따리, 요즘 유행한다는 산토리 위스키 그리고 로이스 생초콜릿을 선물로 받았다.
좋아하는 생초콜릿을 보자마자 아리가토를 외쳤다. 손님들이 다녀간 후 아이들에게 맛을 보라며 권했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초코보이 1호 신랑은 맛을 보더니 자기는 슈퍼에 파는 크런키가 더 좋다 한다(앗싸). 초코보이 2호 둘째는 맛만 볼까라고 하더니 혀만 댄다. 살짝 더 깨물더니 싫다고 한다(앗싸). 셋째는 덥석 집어 한입에 꿀꺽하더니 도로 뱉는다(앗싸). 첫째는 자기는 원래 초콜릿을 안 좋아한단다.
생초콜릿은 맛나요.
그리하여 이 비싼 생초콜릿은 내 차지가 되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서 먹고, 아이들이 싫다고 하면 쿨하게 두 번 권하지 않는다. 난 내가 아직도 먼저인 철없는 엄마이다. 한때 모성애를 의심하기도 했지만, 내가 소중하다고 해서 모성애가 없는 건 아니지 않을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말도 있으니깐. 난 일단 나를 먼저 챙기련다. 아이들이 싫다는 초콜릿의 단내를 입안으로 굴리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본다. 오늘 반찬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미역줄기를 한가득 볶아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