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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섬 May 13. 2024

쟁탈전

루공 마카르 총서 제2권

작품 배경

      

〈쟁탈전(La Curée)〉은 1871년 9월 29일부터 《라 클로슈(La Cloche)》 지에 연재되며 발표된다. 『루공-마카르 총서』의 제1권 〈루공가의 운명〉이 총서의 서문 또는 기원이라면, 이 총서의 구체적인 첫 번째 이야기가 〈쟁탈전〉이다. 이 소설의 구상은 〈루공가의 운명〉이 끝나기도 전에 시작되었으며(1868~1869), 1871년에 《라 클로슈》 지에 연재되다가 근친상간 장면으로 인해 출판 금지되었다. 이후 1872년, 제정이 무너진 후에 책으로 출간된다.

     

〈쟁탈전〉은 제2제정 시대 파리 상류층의 쾌락을 쫓는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파리를 세계적 중심지로, 현대 문명의 중심지로 바꾸려는 오스망(Haussmann) 백작의 야심찬 파리 재개발 시기(1853~1867)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작업은 엄청난 작업과 경비를 요하는 장관이었다. 토지 수용배상, 도로를 내기 위한 땅의 분할, 신파리 건축으로 일어난 투기 붐으로 인한 졸부들의 등장 등, 졸라를 언제나 매혹시켜왔던 쟁탈전의 주제에 걸맞는 배경이었다. 이 시대가 발자크의 『인간희극』 시대보다 갑작스러운 경제 발전과 위기, 풍속의 부패,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른 민중에 강하게 노출되어 있었던 만큼, 졸라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충동과 욕망을 훨씬 더 격렬하고 광적으로 드러낸다. 졸라는 당시의 사회를 ‘한 무리의 사냥개’ 같다고 비유했으며, 발자크가 그려낸 ‘참을성 있는 동물’이 제2제정과 함께 그악스러운 군단으로 형성되어 나타난다고 보았다. 졸라는 제정을 반대하는 공화파 신문들에, 금융계의 곡예와 투기 열풍을 야기한 대규모 파리 개발 계획과 이로 인해 태어난 벼락부자들의 사치스러운 행각들, 제정의 비윤리성과 수치스러운 행태들에 대해 비판적인 글들을 기고하는데, 여기에서 다루어진 퇴폐적 풍조들이 곧 소설의 주제가 된다. ‘사냥개들에게 나누어주는 고깃덩어리’라는 ‘La Curée’의 본래의 뜻이 함의하고 있듯이, 개발시기의 파리를 갓 잡은 고깃덩어리로 보고 그것을 서로 차지하려고 물어뜯는 사냥개들 마냥 투기 열풍에 휩싸이는 제2제정 하의 인간 군상들이 〈쟁탈전〉의 주인공들이다.

     

졸라는 이 작품에 열정적이었으며, 극도의 정확성과 놀랄 만한 입체감을 작품에 주려고 했으며 성공을 확신했다. 그러나 1871년 파리코뮌이 들어선 상황의 여파 때문인지 예상과 달리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이 작품은 4년 후 〈목로주점(L'Assommoir)〉의 성공 이후 다시 비평가들의 눈을 끌게 되면서 찬사를 받았다. 지금도 『루공-마카르 총서』 중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군으로 분류되며 주제와 모티브들이 서로 얽혀 있는 졸라의 복잡하고 정교한, 그리고 완벽한 건축물의 좋은 예로서 ‘현실 세계의 전형적인 현상들을 환상적으로 투사시킨 소설-시’로 표현된다. 




 

줄거리

 

1장 

 

     1860년대 가을, 파리 사교계 전부가 모인 불로뉴(Boulogne) 숲의 산책에서 돌아가던 길, “호숫가 길을 따라 아주 혼란스럽게 뒤엉켜 있는 마차들 탓에 르네(Renée)와 막심(Maxime)이 탄 사륜마차는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시월의 밝은 회색 하늘 아래 구름이 얕게 깔린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중이었다. 바랜 듯한 불그스레한 빛이 꼼짝 못하고 길게 줄 서 있는 마차 행렬을 물들였다. 바퀴들에서 반사되는 날카로운 금빛 섬광들이 사륜마차의 누르스름한 부각 장식들에 고정되어 있는 것 같았다.”  르네 사카르(Renée Saccard)와 양아들 막심은 그들의 사륜마차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권태에 빠진 르네의 나른한 시각을 통해 다른 마차에 탄 사람들, 파리 사교계가 소개된다. 흔들리는 마차 속에서 그녀는 모호하고 관능적인, 그러나 차마 말할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몽소(Monceau) 공원 바로 옆, 새로운 루브르 궁의 축소판이라 할 정도로 엄청난 사치를 자랑하는 사카르의 저택에선 저녁 만찬 준비가 한창이다. 초대된 손님들은 인척들, 제정의 돈과 권력을 대표하는 자들이다. 르네가 연회실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그녀의 화려한 모습에 찬사를 보낸다. 그녀는 정말 여신 같았다. 사람들이 많다 보니 쉽게 공통된 화제를 나눌 수 없어, 사람들은 만찬 동안 파리 개발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소한 잡담을 나눈다. 이들의 무의미한 대화는 인물들의 공허함을 드러낸다. 


     식사가 끝난 후 대연회실로 옮긴 손님들의 시선을 통해 화려한 저택의 면면이 묘사된다. “크리스털 장식을 늘어뜨린 세 개의 샹들리에는 천장에서부터 푸르고 붉은 빛을 내뿜었으며, 그 휘황찬란한 빛을 받아 연회실의 모든 금빛이 불타올랐다.”  남자들은 흡연실로, 부인네들은 회랑 다른 쪽 끝에 있는 작은 거실로 물러난다. “벽지와 커튼, 휘장이 모든 금빛 새틴으로 되어 있는 작은 거실은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인 매력을 띠었다.”  이 작은 거실은 저택 옆에 딸린 온실과 통했는데, 르네는 온실의 나무 뒤에 숨어, 모두가 떠난 작은 거실로 들어와 웃음을 터뜨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막심과 루이즈 드 마뢰이(Louise de Mareuil)를 멀리서 지켜본다. 르네는 막심과 루이즈의 즐거워하는 모습에 질투를 느끼고 온실의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 최초로 근친상간의 욕망에 사로잡힌다.

 

2장

 

     1851년 프랑스 쿠데타 당시 공화파였던 아리스티드 루공(Aristide Rougon)은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자 출세하기 위해 파리로 상경한다. 그의 형 외젠(Eugène Rougon)은 쿠데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의원에 이어 장관이 된다. 아리스티드는 형의 도움으로 시청의 도로 담당 보좌관으로 발령이 나고, 외젠과 형제지간임을 숨기기 위해 사카르(Saccard)로 개명한다. 그곳에서 그는 대규모 파리 개발 계획의 면면을 알아낸다. “그는 파리의 보도 위를 가난해 보이는 각진 얼굴, 질투 어린 얼굴로 어슬렁거리며 돈을 모을 계획을 세우고 포식의 날을 꿈꾸며” 보낸다. 


     1853년 초, 아리스티드 사카르는 도로 담당관으로 임명된다. 2년 후 그는 “시청의 모든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세탁실의 전표에서부터 시청의 모든 서류에 대해 알게 된다.”  당시 파리는 “위험한 약물처럼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정치에 지친 마음들이 돈과 쾌락으로 향했다. 가진 자들은 돈을 쓸어 담기 바빴고, 가난한 자들은 흘린 보물은 없나 구석을 뒤졌다. 이 새로운 통치 앞에 납작 엎드린 그런 평화 속에서 온갖 듣기 좋은 풍문과 쾌락을 보장하는 온갖 금도금한 약속이 떠돌았다.” “12월의 피를 거의 씻어낸 도시에서는 썩고 불명예스러운 도당에게 조국을 던져 넣게 될 쾌락의 광기가 자라나고 있었다.” 사카르는 파리 대공사 계획에 따라 허물고 새로 길을 내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엄청난 땅과 부동산 투기에 대한 냄새를 맡고 초기 자본을 구할 생각에 몸이 달았다. 


     사카르의 여동생 시도니 부인(Mme Sidonie)은 파리에 살며 레이스 가게를 표방한 곳에서 밀애나 결혼을 주선해주며 비밀스러운 수요와 공급을 사고팔았다. 사카르의 아내 앙젤(Angèle)이 폐렴에 걸려 죽어가자 시도니 부인은 병문안을 핑계로 매일 저녁 찾아와 죽어가는 앙젤 앞에서 오라비에게 과거 법관이었던 명망 있는 부르주아 가문인 베로 뒤 샤텔(Béraud du Châtel)의 상속녀 르네와 비밀스런 계약 결혼을 제안한다. 르네는 기숙학교를 마치고 잠시 시골 친구 집에 들렀다가 어떤 유부남에게 강간을 당해 임신한 상태였다. 르네의 고모는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사카르에게 엄청난 지참금을 제시한다. 마침내 아내가 죽자, 사카르는 르네와 결혼한다. 사카르는 르네의 지참금을 자본금으로 시청 시절에 훔쳐보았던 문서와 터득한 착취 방식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고, 건물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다. 


     투기 열풍으로 미친 파리와 대조적으로 르네의 아버지가 살고 있는 베로가의 생루이(Saint-Louis) 저택은 엄숙하고 근엄해 보인다. 17세기 초에 지어진 베로 저택은 유수 깊은 태도로 부르주아의 엄격함을 보여주면서 과거의 다른 시대를 대변한다. 창문을 통해 센 강 끝까지 파리 전체가 보이는 베로 저택의 ‘어린이 방’에서 르네는 막연한 불안함과 즐거움을 느끼며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며 자라났다.

 

3장

 

     사카르는 사별한 부인 앙젤과의 아들인 막심이 1854년 플라상에서 중학교 1년을 마친 해에 그를 파리로 부른다. 막심이 사카르 저택의 커다란 거실에 앉아서 황금빛 천장과 가구들에 황홀해할 때 르네가 들어온다. 스물한 살의 르네는 그녀만큼 키가 큰, 열네 살의 막심을 보고 놀란다. 막심은 조숙한 아이였다. 르네는 막심에게 숲, 극장, 살롱, 상류층의 멋, 파리의 모든 것을 가르치며 막심과 막역한 좋은 친구로 지낸다.


     부동산 투기에서 천재적인 솜씨를 보이는 사카르는 사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회사의 주주였고, 일종의 분노와 같은 열정으로 집을 지었고, 모든 거래에 손을 댔으며, 아주 분명한 이익을 얻은 적도, 눈부실 정도로 엄청난 돈을 벌지도 못하면서 밀려오는 바다처럼 위협적으로 파리를 수몰시키려는 듯했다.” “어느 순간 그는 신문들이 증권거래서에 관한 모든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르네는 “공포스러웠지만 조금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그 난폭했던 강간을 겪은 후 곧 자신을 경멸하고 자신이 모든 삶을 내팽개쳐 버리게 되었다.” “그녀는 항상 들떠 있었고, 항상 알고 싶고, 느끼고 싶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 속에서 앞으로 내달렸다.” 야릇한 관능미의 요정인 르네를 통해 권태로워하면서 희귀한 쾌락을 찾는 제2제정의 문란한 일면이 묘사된다. 르네는 수많은 정부들을 거느리며, 막심과는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가 된다. 막심은 그녀에게 파리 사람들의 숨겨진 외설스러운 비밀들을 전해준다. 자신의 주변의 모든 것을 이용하는 사카르는 아들이 스무 살이 되자 부유한 상속녀인 루이즈 드 마뢰이와 결혼시킬 계획을 세운다. 루이즈는 백만 프랑의 막대한 지참금이 있었지만 일종의 폐병으로 죽어가는 몸이었다. 


     사카르는 시청에서 훔친 땅에다 그의 저택을 짓는다. 몽소 공원 옆 벼락출세자의 환상적인 궁궐 같은, 그러나 수상한 쾌락의 냄새를 풍기는 저택은 사카르가 이룬 부의 절정을 보여준다. 사카르가 성공을 하자 외젠은 그를 튈르리 궁(Palais des Tuileries)으로 초대한다. 궁의 무도회에 초대된 르네는 황제의 눈에 띄고, 그 시점은 그녀 인생에 한 획을 긋는 순간이 된다.

 

4장

 

     2장과 3장에서 과거로 돌아갔던 시점이 다시 현실로 돌아와, 4장의 시작은 1장의 마지막 장면으로 연결된다. 막심과 루이즈가 작은 거실에 앉아서 웃고 있는 동안 르네는 차마 말할 수 없는 근친상간의 욕망에 사로잡혀 격렬한 아픔을 느낀다. 르네는 더욱더 미친 듯이 사교계 생활로 뛰어든다. 


    어느 날 저녁 그녀는 막심을 설득해 블랑슈 뮐레르(Blanche Muller)라는 여배우의 화류계 파티에 간다. 마차 안 어둠 속에서 잠깐씩 반짝이는 막심의 담뱃불 아래에서 보이는 르네의 얼굴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화류계 파티가 그녀의 파티와 별반 다름없자 르네는 실망한다. 막심은 실망한 르네를 데리고 점잖은 부인네는 가지 않을 리슈(Riche) 카페로 밤참을 먹으러 간다. 수상한 방의 분위기, 창문에서 보이는 뜨겁고 쾌락적인 거리는 그녀를 취하게 만들고, 어느 순간 막심이 르네의 몸을 껴안는다. 처음엔 수치를 느끼고 후회하지만, 한 번 실현된 욕망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다. 


     한편, 파산 직전에 이른 사카르는 르네를 속여 샤론(Charonne) 땅을 얻어내고 투기에 뛰어든다. 장관의 무도회에서 탁월한 아름다움으로 성공을 거둔 날, 르네는 막심을 자신의 방으로 끌어들여 “그녀가 죄라고 여기는 사랑의 잔인한 즐거움을 동경하면서 막심을 안아버렸다.” “그녀는 적극적이었고 의식적이었다.” 르네와 막심은 매일 밤 르네의 침실과 작은 거실과 온실에서 사랑을 나눈다. 르네는 매번 다른 애인이 되었다. 특히 나무 덩굴이 커튼처럼 둘러쳐진 후덥지근한 온실의 열기 속에서 그들은 더욱 광적으로 쾌락에 탐닉했다.

 

5장

 

     언제 닥칠지 모르는 파산의 위험에서 점점 더 힘든 겨울을 보내는 사카르는 샤론 건을 끝내기 위해 르네를 부추겨 더욱 빚을 지도록 유도한다. 막심과 르네는 파리의 쾌락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르네는 빚에 더욱 쪼들리게 된다. 르네는 시도니가 제안한 매춘은 차마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남편에게 자신을 팔고 끔찍한 후회에 빠진다. 어느 날 밤 르네는 〈페드르(Phèdre)〉가 상연되는 극장에서 자신의 초라한 삶을 깨닫게 된다. 막심은 르네가 남편과 다시 관계를 맺은 줄 모르고 다른 정부가 생긴 줄로 생각하고 그녀와 결별한다. 그러나 그는 로르 도리니(Laure d’Aurigny)의 집에서 사카르와 라르소노(Larsonneau)의 음모를 엿듣게 되자 르네에게 사실을 알려준다. 르네는 사카르가 내민 샤론 땅의 양도증서에 사인하는 것을 거부하고 막심과 도피하고자 한다. 사카르는 르네에게 정부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시도니에게 누군지 알아보라고 지시한다. 

 

6장

 

     사순절 세 번째 주 목요일, 사카르는 가장무도회를 연다. 사교계의 유명 인사들이 모두 초대된다. 파티는 무대 위에서 연출된 〈아름다운 나르키소스와 에코 요정과의 사랑〉이라는 시에서 시작된다. 르네가 에코 역, 막심이 나르키소스 역이다. 연극이 끝나고 무도회가 시작된다. 여러 시간 동안 춤이 계속된다. 이어 뷔페가 푸짐하게 차려진 식당 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식탁으로 달려들어 술과 음식을 먹어치운다. 이윽고 무도회의 마지막 불꽃인 코티용(cotillon)이 미친 듯이 돌아간다. 막심과 루이즈의 결혼 발표에 심하게 동요된 르네는 막심에게 같이 도망갈 것을 강요한다. 그녀는 도피 자금을 위해 사카르가 두고 간 샤론 땅에 대한 양도증서에 사인한다. 그리고는 막심을 끌어당겨 그의 입술에 입맞춤한다. 바로 이때 그들의 뒤에 사카르가 서 있다. 잠시 동안 하얗게 질린 채 꼼짝하지 않고 있던 사카르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다가 르네가 서명한 양도증서를 발견한다. 사카르는 증서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천천히 증서를 집어 들어 양복 주머니에 넣는다. 사카르는 긴장된 목소리로 막심에게 드 마뢰이 씨 부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가자며 막심과 함께 나간다. 혼자 남겨진 르네는 “조용히 다정하게” 떠난 부자의 모습에 수치심을 느낀다. 남편의 “침묵은 살인을 저지르는 소리보다 더욱더 그녀를 몸서리치게 했다.” 그녀는 옷장의 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거울 속의 그녀는 자신이 이미 끝났다고, 죽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7장

 

     가장무도회가 끝나고 석 달 후, 사카르는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평가위원들의 거짓 평가의 도움으로 르네의 샤론 땅에 대해 300만 프랑의 배상금을 받아낸다. 지독한 권태 속에서 르네는 무절제한 생활로 다시 몸을 내던진다. “만족시킬 수 없는 뜨거운 갈증 속에서 르네는 죽어갔다.” 


     막심은 루이즈와 결혼한 지 여섯 달 만에 루이즈를 마을 묘지에 묻고 홀아비가 된다. 부인의 지참금으로 부자가 된 막심은 부유한 총각처럼 되는대로 살아간다. 막심을 증오하게 된 르네는 사카르에게 막심이 그녀를 범하려 기회를 노렸다고, 근친상간의 실상을 과장해서 이른다. 사카르는 끔찍이 화를 내며 아들을 더 이상 만나려 하지 않는다. 르네는 두 남자에게 치욕을 안겨 복수했다며 흡족해한다. 


     모든 애정이 사라진 르네는 하녀 셀레스트(Céleste)의 모성적인 애정에 매달린다. 자신의 근친상간 앞에서도 아무 말 없이 공손하고 조용히 그녀를 보살폈던 셀레스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셀레스트의 헌신에 행복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셀레스트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다. 르네가 아무리 많은 보수와 상냥한 말로 설득을 해도 셀레스트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돈이 다 모아졌다며 완고하고 조용하게 르네를 거절한다. 르네는 혼자 살아갈 생각에 끔찍해져 눈물을 줄줄 흘리며 셀레스트를 보낸다.


     셀레스트를 역까지 배웅하고 돌아선 르네는 혼자 집으로 돌아가기 두려워 숲을 산책하러 간다. 지나간 행복을 떠올리며 다시 새로운 욕망 속에서 삶을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그녀의 눈에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사카르와 막심이 들어온다. 그나마 그녀에게 사카르와 막심 부자간의 불화가 씁쓸한 위안이 되어주었는데, 사카르와 막심이 다정하게 화해한 모습을 목격하자 그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피난처를 찾아 베로 저택의 어린이 방으로 간 르네는 그곳에서 슬픔만을 볼 뿐이며 자신의 잃어버린 순수함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공범인 도시를 생각했다. 휘황찬란한 밤거리를, 숲의 뜨거운 오후들을, 잔뜩 찌푸린 날이나 너무나 뜨거웠던 날, 새로 지은 고급 주택에서 보낸 나날들을 생각”하며 “점점 어두워져 가는 그 방에서 그녀는 흐느껴 울었다.” 


     그해 겨울, 르네는 급성 뇌막염으로 빚만 남기고 죽는다. 그녀의 부채를 갚은 것은 그녀의 아버지였다. 그녀의 인생은 시장의 논리가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는 아무런 영향도 의미도 없다는 듯, 25만 7천 프랑이라는 부채 액수로 간단히 압축되었다.




분석

 

     르네와 사카르의 결혼은 대혁명 이후 싹트기 시작한 민주화의 열망을 돈과 투기로 오도시킨 역사상의 퇴행적 시기인 나폴레옹 3세의 왕정복고 그 자체를 상징한다. 제2제정 하의 파리는 쟁탈에 능한 사람들, 왕정복고를 등에 업고 산업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상인들, 기회주의자들만 승승장구하는 사회였다. 르네는 대혁명 이후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희망 속에서 장밋빛 꿈을 꾸었으나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한 돈을 숭배하고 쟁탈전에 능한 이들에게 자리를 내준 민중이라고 할 수 있다. 승화적 사랑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추악한 불륜이었을 뿐인 르네의 사랑은 곧 이들 민중의 전락을 의미한다. 돈과 권력의 격렬한 쟁탈전 속에서 좋은 먹잇감이 되어 뼛속까지 강탈당한 자신을 보며 회한으로 흐느끼는 르네가 꿈과 희망의 상징인 센 강 앞에서 마지막으로 본 환영은 평화로운 삶을 꿈꾸었던 부르주아와 노동자의 도시였다. 그곳은 시장의 논리, 돈과 기계라는 새로운 신을 섬기는 탐욕스러운 부르주아가 아닌 르네의 아버지 베로 뒤 샤텔처럼 절제와 금욕, 자유와 평등을 꿈꾸며 부단한 노력 속에서 수정과 변화를 꾀하는 개혁주의자들의 도시다. 르네의 실패는 교훈으로 남으며, ‘다시 태어난’의 뜻을 가진 그녀의 이름처럼, 또는 정화의 의미를 가진 그녀의 눈물처럼 새로운 탄생에 대한 희망을 함의한다.

 

 

▶ 참고 문헌 : 〈쟁탈전〉, 에밀 졸라 저, 조성애 역, 지만지

▶ 발췌 논문 : 

    1. 〈글쓰기 속의 도시〉, 이찬규(성균관대)

     2. 〈에밀 졸라의 「쟁탈전」을 중심으로 본 소설론과 소설의 차이〉, 조성애(연세대)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발췌 논문의 내용을 제 임의대로 압축해 각 파트의 형태로 요약 및 인용한 것이거나 불어판 위키피디아 내용을 직접 번역해 인용한 내용입니다.

▶ 볼드 처리된 문장은 논문 작성자가 원작을 번역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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