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물집이 잡혔다. 참 오랜만이다. 물집은 대개 원치 않는 상황으로 인해 일어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어제는 거기서 운동을 끝내고 돌아오다 손바닥에 들어선 물집과 굳은살을 폰 카메라로 찍어두었다. 평소 같으면 에잇~ 짜증을 냈을 텐데 오히려 자부심이 밀려 들었다. 이쯤이야~ 더 한 아픔이 손바닥에 몰려와도 도전해볼 태세가 된 나였다.
집 근처 클라이밍센터에 강습을 나간 첫날부터 예감이 좋았다. 벽에 툭 튀어나온 돌을 꽉 붙잡고 몸을 쭉 늘어뜨리는 자세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이른바 삼지점이라는 자세인데 양 손으로 돌 하나를 잡고 팔을 내리며 양 발은 벌려 다른 돌을 밟고 서는 것이다. 그럼 모양이 어찌 되나. 삼각형!
여기서 무게중심은 손을 모은 지점이다. 한 손을 왼쪽으로 옮겨가보라. 그럼 서 있기가 불편해진다. 무게중심이 왼쪽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때는 몸이 그쪽으로 가야하는데 발을 왼쪽으로 그만큼 옮겨 디디면 된다. 내 손이 가려는 곳에 몸의 중심을 잡아 발을 디디는 것! 이게 클라이밍의 기초다.
엄지발가락을 세워 톡 밟는 모양새가 마치 발레리나가 된 듯, 이제 몸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벽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내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여 중력에 저항하는 것이다. 이걸 볼더링이라고 한다. 얼마 전 서채현 선수가 도쿄 올림픽에서 보여준 장면을 떠올려보라.
나는 지금 석달 넘긴 왕초보지만 40대 갑자기 꺾여버리는 체력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운동이기에 꼭 알려드리고 싶었다. 우리 센터 쌤은 60대 남성이다. 벽에 붙어 삼십분을 내려오지 않고 볼더링을 하는 장면에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특수효과 없는 스파이더맨이라고나 할까.
다시 삼지점으로 가보자.
손을 중심에 두고 두 발이 삼각형을 이루는 자세. 이 자세야말로 클라이밍의 기본이며 안정이요 평화이다. 몸이 한 방향으로 치우치거나 매달린 게 힘들다 싶으면 평화가 깨진 것이다. 우리 인생도 비슷하지 않나.(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