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늘 궁금했어. 네가 쓰는 블로그 글, 인스타에 간간히 찍어 올리는 사진, 가끔씩 단톡방에 나타나서 건조하게 남기는 '알았어' 한 마디. 너는 늘 다 보여주질 않고, 난 그래서 자꾸 네가 생각나더라.
시작은 별 거 아니었어. 그냥, 담담하고 약간 긴장한 듯한 얼굴이 네 첫인상이었지. 그때 나는 내 앞에 펼쳐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느라 급급했고 네 얼굴을 볼 새가 없었어. 너도 아마 그때 내 얼굴은 기억도 안 나지 않아? 기억하려나. 하면 뭐 좋고.
그러다 시간이 흘렀는데, 어느 순간 봤는데. 그러니까 정말로, 어쩌다가 본 거야. 네가 웃고, 볼에 보조개가 포옥 패이는 모습을.
그때 알았다. 나는 보조개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티비 속 연예인들을 보면 진하게 파이는 보조개를 가진 사람도 있고 은근한 보조개를 가진 사람도 있잖아. 그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좋지 않았거든. 근데 왜 너는 다를까. 왜 좋았을까.
그때부터였어. 포옥 패이며 생기는 보조개를 한 번쯤은 손으로 만져보고 싶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너랑 친해지고 싶어졌어. 목적은 보조개.
그거 그냥 안면근육이잖아. 근데 그게 뭐 그리 예뻐 보이지? 그렇게 좋지? 하필이면 고 자리에 고렇게. 보조개가 생겨버릴까. 신기하네. 왜 그렇게 자꾸 생각날까. 이상하네. 귀엽다. 귀엽다고 느껴도 되는 건가?
나는 너를 자꾸 생각하게 되더라고. 어느 날엔 꿈에도 네가 나왔어. 앞서나가서 미안한데, 네가 나한테 프러포즈하는 꿈이었거든. 들으면 아마 너는 기겁하겠지. 안 봐도 비디오야. 눈에 보이네. 근데 들어봐, 진짜로 네가 집을 해왔다고. 신혼집을. 2층짜리 주택이었고 들어가자마자 노란 조명이 보이는 그런 집을 해와서 나더러 같이 살자고 했다니까.
이걸 듣는 너도 어이없겠지만, 꿈에서 깬 그날 아침의 나는 또 어땠겠니. 갑자기 꿈에 네가 나와서 얼마나 황당하던지. 애당초 나는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이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얼른 순순히 널 좋아하지 않고 딴짓거리, 뭐 하냐고 꾸짖는 것도 아니고. 그게 뭐인지 대체.
너는 나랑 달라. 인정받으려는 생각이 없어서 과하게 하지 않고 뭐든 적당하게 해. 나는 그러면 아무도 몰라줄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나고 그래서 엉망이 되는데 말이야. 너는 적당해도 괜찮고 아무도 몰라도 괜찮은 거야. 그게 너무 낯설었어.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어떻게 사람이 저러지. 인정욕구에 치이며 늘 가난한 나와 달리 꾸준하게 여유로운 네가 좀 멋있어 보이더라.
너는 날 보며 어떤 생각을 해? 네가 나를 보며 이럴 것 같은데, 저럴 것 같은데 하고 짐작할 때 나는 마음이 둥실둥실해, 알아? 나를 궁금해하는 네가 좋아. 파악하고 싶어 하는 네가 좋아. 나를 알고 싶어 하는 네가 좋아. 나를 알아내는 네가 좋아.
더 알아줘. 나는 계속 변할 테니까.
사랑을 좋아하고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주는 사람. 그렇게만 표현되기에는 나는 사실 도망도 잘하는 사람이라서. 나를 그저 구멍 난 주머니로만 본다면 조금 서운할 것 같다고 말했잖아. 나는 튼튼히 기워 쓰는 실용적인, 말하자면 너의 애착 가방 그런 느낌으로. 오래 남고 싶어.
너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고 싶어. 내 쓸모라는 게 결국 나와의 대화, 나와의 유대감, 애정, 그런 거였으면 좋겠어. 내 껍데기는 아무래도 좋다고 말해주면 좋겠는데, 그건 자신이 없네. 예쁜 껍데기가 이왕이면 더 좋다고 말할 것 같아서.
너에게 내 바닥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아니 정확히는 내 바닥을 채우려고 너를 소모시키고 싶지 않아. 나는 그냥 나대로 존재하며 나아지고 나아가고, 너는 너대로 존재해 줘.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네가 아주 잘하리라는 믿음이 있어. 너는 그냥 계속 그럴 거야. 잘할 거고 잘 될 거야. 잘하니까. 나도 그러고 싶거든. 그래서 네가 멋있고 좋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