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도시, 무너진 건축: 건축을 둘러싼 미스터리
1부. 사라진 문명과 잃어버린 건축 (1~15화)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그것은 한때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였다. 수천 년 전, 아직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도 존재하지 않았을 때, 아나톨리아(현재의 터키) 고원의 한가운데에 거대한 도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을 ‘카탈후유크’라 부른다.
그러나 그 도시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너무나 철저히 사라졌다. 건물들은 남아 있지만,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 마을 곳곳에 남겨진 흔적들은 평범한 이주의 과정이 아니었다. 벽화 속 기묘한 형상들, 층층이 쌓여 있던 해골들, 그리고 불타버린 집들. 무엇이 그들을 떠나게 했을까? 단순한 환경 변화였을까, 아니면 그보다 더 깊고 어두운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일까?
카탈후유크는 약 9000년 전에 세워졌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고대 문명보다 더 이른 시기다. 놀랍게도, 이곳은 단순한 정착지가 아니라 완전한 도시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수천 명이 살던 이곳에는 벽돌로 지어진 집들이 촘촘히 이어져 있었고, 거리를 대신해 지붕 위를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도시의 건축 방식이었다. 이곳에는 문이 없었다.
집으로 들어가려면 지붕 위로 올라가야 했고, 내부로 통하는 유일한 입구는 천장에 난 작은 구멍뿐이었다. 마치 외부의 어떤 위험을 차단하려는 듯한 구조였다. 왜 그들은 문을 만들지 않았을까? 무엇이 그들을 지붕 위로 숨게 만들었을까? 혹시 그들은 어떤 존재를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카탈후유크에서 발견된 가장 기이한 유물 중 하나는 바로 벽화다. 이곳의 벽화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무언가를 기록한 듯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그림은 거대한 산이 불을 뿜고 있는 장면이었다. 학자들은 이것이 화산 폭발을 묘사한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카탈후유크 근처에는 지금은 사라진 한 거대한 화산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일부 그림들은 더 오싹한 느낌을 준다. 인간과 유사하지만 얼굴이 없는 존재들, 피를 흘리는 수수께끼의 동물들, 그리고 마치 의식을 치르는 듯한 모습의 사람들. 이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어떤 공포를 형상화한 것이 아닐까?
고고학자들은 이 도시에서 대량의 유골을 발견했다. 그러나 기이한 점은 대부분의 시신이 땅속에 묻히지 않고 집 안의 바닥 아래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시신들은 자세를 취한 채 보관되어 있었고, 일부는 해골만이 정리된 상태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유골 중 상당수에서 외부의 공격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자연사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이유로 인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을까?
카탈후유크는 오랜 세월 동안 번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사람들은 이곳을 버렸다. 문제는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새로운 정착지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집 안의 생활 도구들은 마치 사람들이 서둘러 떠난 것처럼 어지럽게 남겨져 있었다.
어떤 학자들은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농업이 힘들어지고, 사냥할 동물들이 줄어들자 사람들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학자들은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주장한다.
혹시 그들은 무언가를 피해 떠난 것은 아닐까?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무언가로부터? 혹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더 거대한 재앙이 그 도시를 덮쳤던 것일까?
카탈후유크는 인류가 최초로 만든 도시였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인류가 최초로 버린 도시이기도 하다. 왜 그들은 그렇게 급작스럽게 떠나야 했을까?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 때문이었을까?
문이 없는 집의 구조는 외부의 침입자를 막기 위한 것이었을까?
기이한 벽화들은 단순한 신앙의 표현이었을까, 아니면 실화를 기반으로 한 기록이었을까?
시신을 집 안에 묻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떠난 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은 아닐까?
아직까지 그 누구도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카탈후유크는 단순한 정착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처음으로 문명을 건설한 장소였으며, 동시에 문명이 최초로 붕괴한 장소였다.
그리고 그곳이 남긴 흔적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