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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태풍과 강풍 대비 공기역학적 건축 디자인

종말과 재난에 대비한 건축-생존학개론

by 이동혁 건축가
9부: 생존 건축의 세부 기술과 응용


제57화. 태풍과 강풍 대비 공기역학적 건축 디자인 – 바람을 이기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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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기상센터는 태풍 '바일런트(Violent)'의 상륙을 공식 발표했다.
순간최대풍속 72m/s.
이 도시에서 태어나 처음 보는 수치였다.

그러나 해안선을 따라 고요히 우뚝 솟아 있는 그 건물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바람이 분 것이 아니라, 마치 건물이 먼저 바람을 '흘려보낸 것' 같았다.

그곳은 **공기역학(Aerodynamic)**이라는 무기를 품은, 생존을 위한 집이었다.


�️ 바람은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것이다


건물을 관통하는 바람은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양력(Lift)

항력(Drag)

이 두 힘이 동시에 작용할 때, 건물은 전복되거나 지붕이 들리는 사태로 이어진다.
그러나 공기역학적 설계를 적용하면, 바람은 마치 물처럼 건물을 감싸고 저항 없이 흘러간다.

이것이 바로 바람을 이기는 건축의 본질이다.


�️ 첫 번째 생존 전략: '형태(Form)'를 바꿔라


태풍이 몰아칠수록, 사각형 건물은 가장 먼저 무너진다.

✅ 곡선형 외피 디자인

바람을 분산시키는 곡률 구조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 압력 손실 최소화

항공기 동체, 고속열차와 유사한 형상

실사례: 오키나와 ‘바람의 집’ – 완만한 곡선 지붕과 벽면이 바람을 미끄러뜨리며 태풍에도 손상 無.


✅ 다각형 및 원형 평면 구조

바람이 정면으로 충돌할 면적을 줄임

각 방향에서의 풍압 분산 효과

지붕 들림 현상 방지

“둥근 것이 살아남는다.” – 이는 자연과 공기의 원리다.


� 두 번째 생존 전략: '구멍(Hole)'을 만들어라


✅ 바람의 통로, '풍경로(Wind Path)'

건물에 의도적인 틈과 구멍을 만들어 바람의 흐름을 유도

과도한 풍압이 한 지점에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

내외부의 압력 차를 줄여 구조물 손상 방지

예시: 싱가포르의 마리나 바이지구 고층 주택은 타워 중앙에 거대한 '에어패스'가 있어, 태풍에도 안정된 압력 유지

✅ 이중 외피(Facade) 시스템

외부 공기 유입과 내부 압력 조절 기능

외피와 본체 사이 공기층을 형성해 단열 및 압력 완충


�️ 세 번째 생존 전략: '기초(Foundation)'를 땅에 묻어라


✅ 반지하 및 반매립 설계

건물 하부를 지면보다 낮게 설계해 무게 중심을 낮춤

풍속이 강한 상부 구조는 유연하게, 하부는 단단하게

✅ 깊은 파일기초와 유연한 지지대

바람이 아니라, 땅과 함께 흔들리는 설계

구조적으로 '뿌리박은 나무'와 같은 구조


� 네 번째 생존 전략: '지능'을 심어라


✅ 스마트 루버 시스템

바람의 방향에 따라 자동 회전

내부 환기와 함께 풍압 분산 효과 제공

외피의 유연한 움직임으로 바람을 해소

✅ AI 풍압 센서 & 실시간 구조 제어

풍속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

위험 구간 자동 차단, 셔터, 보강판 작동

건물의 유연성 범위를 AI가 제어


� 사례로 보는 공기역학적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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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살아남은 건축은, 바람을 '이해'했다


‘바일런트’가 도시를 강타한 뒤, 수많은 건물이 유리처럼 부서졌다.
그러나 바닷가 절벽 위, 유선형의 주택은 그대로였다.

외벽에는 먼지 하나 묻지 않았고, 내부에서는 태풍의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집은 처음부터 바람을 적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람과 함께 숨을 쉬는 생존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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