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가압공간 설계

달에 건축으로 생존하기 프로젝트

by 이동혁 건축가
2부. 무重력에서 지은 집: 구조와 형태의 반란 - 지구 밖 건축의 구조적 혁신


제14화. 가압공간 설계 – PVDF, Kevlar, Mylar의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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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벽은 공기를 막는 게 아니라, ‘죽음을 막는 마지막 막’이다.”
— 정우, 내부 기밀 구조 설계 기록


정우는 구조실에서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한숨조차 지금 이 설계가 틀어지면 영영 쉴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 한가운데를 누르고 있었다.

기압 1.0 atm.
지구의 그것을 달에서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달에서 건축을 한다는 것 중 가장 본질적이고 어려운 과제였다.

그 벽 하나를 기준으로, 한쪽은 진공, 한쪽은 생명, 그것이 곧 정우가 지금 설계하는 구조체의 실체였다.


개념: ‘내부 압력 유지’는 구조공학이 아닌 생존공학


달에는 대기가 없다.
즉, 구조체 내부에 기압을 설정하는 순간,
벽 전체가 풍선처럼 팽창하려는 힘을 받는다.

정우는 수치를 적었다.

구조물 반경: 3.5m

내압: 101.3kPa

구조체 외벽에 작용하는 총 팽창력: 약 9.2톤

“이 압력은 구조체가 아니라, 필름 하나에 집중된다.
벽이 아니라, **피막(Membrane)**이 문제다.”


후보 1: PVDF (Polyvinylidene Fluoride)

― 유연성과 내구성의 균형점


정우가 가장 먼저 테스트한 건 PVDF였다.
항공우주에서 오래 쓰인 재료로, 가볍고 유연하면서도 내기압 성능이 뛰어났다.


특징:

인장강도: 35~55 MPa

신율: 20~30%

자외선 저항성: 중

방사선 내성: 우수

표면 자가복구 코팅 가능

적용 가능성:

내부 라이너로 최적

구조물의 마지막 방어막

‘숨결이 닿는 벽’


“PVDF는 벽이 아니라, 사람과 우주 사이의 유일한 막이다.”


후보 2: Kevlar

― 폭발과 충격에 대응하는 장갑


케블라는 고강도 아라미드 섬유로, 우주복 외피나 충격 방어재로 널리 사용된다.


특징:

인장강도: 3600 MPa 이상

신율: 2.5~4% (매우 낮음)

열저항성: 고온 유지

단점: 취성(깨짐), 낮은 유연성

적용 가능성:

외피 보강용 차폐막

MMOD(우주먼지 충돌) 대응 구조

구조체 내피 파열 시 2차 방어막 역할

“이건 숨 쉬는 벽이 아니라, ‘터지지 않도록 벽을 싸매는 섬유 갑옷’이다.”


후보 3: Mylar (BoPET)

― 열을 반사하고, 빛을 조절하는 표면의 기술자


마이러는 가볍고 반사성이 높은 고분자 필름으로, 태양광 반사막, 보온재 등으로 쓰인다.


특징:

열반사율: 95% 이상

인장강도: 100~200 MPa

내열성: 150~200℃

투광 조절 가능

적용 가능성:

열 차폐 및 빛 확산용 외피

내피와 외피 사이에 반사층으로 삽입

돔형 구조물의 광 조절 시스템에 활용

“마이러는 벽이 아니다.
이건 우주에서 ‘빛을 다루는 기술자’다.”


최종 구조 설계: 다층막 복합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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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결국 세 가지 재료를 조합하는 다층막 구조체를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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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막 사이에는 **0.5~1cm 간격의 유연층(비활성 가스 또는 진공 완충층)**이 존재하며, 기압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갈 경우 내부 PVDF막이 스스로 접히며 파열 부위를 수축시키는 기능까지 탑재됐다.


위기 시뮬레이션: 내피 파열 테스트


정우는 마이크로 우주먼지 크기의 파편을 PVDF막에 고속 충돌시켰다.
직경 2mm의 파열이 발생하자, 0.3초 내에 센서가 파악했고, 자가복구 수지층이 열에 의해 응고되어 막힘을 형성했다.

전체 기압 손실률: 2.6%
복구 시간: 1.8초

“2초 이내에 대응하지 못하면 죽는다.
우주에서의 건축은 ‘1초의 생존’을 설계하는 일이다.”


인간이 살아 숨 쉬는, 가장 얇은 공간


정우는 완성된 모듈 내부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대었다.
그 벽 너머는 아무것도 없는 진공, 그리고 단 1mm 두께의 막만이 그것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그 벽은 단단했다.
믿을 수 있었다.
정우가 직접 설계하고, 실험하고, 고른 재료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긴 진공이다.
하지만 이 벽 너머에서 나는 숨 쉰다.
그것이 건축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