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국 끓여줄게, 감기 걸렸지?”

기억은 향기처럼 돌아온다

by 이동혁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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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엄마의 온기


2화. “국 끓여줄게, 감기 걸렸지?”


“코 훌쩍이네. 감기야?”

너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네 목소리는 이미 조금 쉰 듯했고

손등으로 훔친 코끝은 벌겋게 달아 있었지.

“밥은 먹었어?”

“아니… 그냥 좀 누웠어.”

그래, 엄마는 알아.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것들을.

누운 채로 세 끼를 건너뛴 하루,

혼자 있는 방의 차가운 공기,

창문 밖 흐린 하늘만 바라보다가

겨우겨우 답장을 보내는 마음의 무게.

나는 말없이 냄비를 꺼냈단다.

너의 집은 멀지만,

이 마음 하나는 그 거리를 다 뛰어넘을 수 있거든.


국 끓이는 법은 참 간단하지만,

엄마는 늘 시간과 마음을 넣어 끓여.

물을 올리고,

무를 썰고,

국간장 한 숟갈,

멸치 다시마 넣고 푹 우려내고.

중간에 간을 보면서

“아, 이건 네 입엔 좀 짤라나?”

혼잣말도 섞어.

그렇게 완성된 국은

그저 속을 데우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을 데우는 온기가 돼.


예전에 너 어릴 때,

겨울마다 꼭 감기를 달고 살던 시절이 있었지.

콧물 줄줄 흘리면서도 놀겠다고

눈밭을 뛰어다니다가,

밤이면 열이 펄펄.

그때마다 내가 끓이던 건

된장국이었어.

된장 풀고, 애호박 동동, 두부 송송.

네가 “국물 맛있어”라고 말하면

그 순간, 감기도 좀 물러나는 것 같았단다.


이젠 내가 옆에 없어서,

직접 국을 건네주지 못하지만…

“국 끓여줄게, 감기 걸렸지?”

그 말 안에 들어 있는 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단다.

“괜찮아.”

“약 먹었어.”

“나 나이도 먹었는데… 엄마…”

그래도 엄마는 알아.

네가 어떤 하루를 버티고 있는지.

그러니까, 이 말 하나만 기억해줘.

아플 땐, 그냥 말해.

내가 국을 끓이는 동안,

세상은 잠시 멈춰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