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지만, 지금은 작품을 판매할 수 없습니다"

by 퇴근후작가

작가에게는 꿈같은 일이다.

작품을 사겠다는 분께 그림을 팔 수 없다는 말은.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났다.


KakaoTalk_20251209_140151228.jpg '스마일시티, 뉴욕의 밤', oil on canvas, 45.5cm * 45.5cm, 2025


최근 완성한 신작(위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한 외국인이 불어로 작품 가격을 문의해왔다.


가볍게 인사를 건네며 가격을 알려줬는데

잠시 후 그분은 다시 메시지를 보내왔다.


“사실, 이미 당신의 작품을 한 점 가지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지난여름 내 ‘찰리 채플린’ 작품을 구매해간 벨기에 여행객이었다.


★ 관련 이야기

https://brunch.co.kr/@sunthing-art/136


그분이 이번엔 새로 올린 뉴욕 시리즈를 구입하고 싶다고 연락해온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오래 머뭇거릴 수는 없었다.


“너무 감사하지만, 죄송하게도 예정된 초대전에 선보여야 하는 작품이라 지금은 판매가 어렵습니다.”


그분은 이해한다며 언젠가 판매할 수 있게 되면 꼭 알려달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림을 사겠다는 이에게 내가 직접 ‘아니오’라고 말하게 되다니.


그 순간이 조금은 신기했고

조금은 웃기기도 했고 조금은 뿌듯했다.


물론, 고민을 안 한 건 아니다.

그림을 벨기에로 보낼까, 말까.


하지만 첫 초대전이 다가오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보여줄 세계를 온전히 구성하는 일이었다.

나의 서사를 완성하려면, 지금의 작품들이 다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진 작가가 그림 판매를 거절하다니,

불과 몇 달 전의 나였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어제가 초대전 D-100일이었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

또 예상보다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갤러리 관장님과 호흡을 맞추며 이번 전시에 담아낼 나의 세계를

가장 잘 담아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조그만 작업실에서 내 그림을 그리는 지금.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날들인지도 모르겠다


내 모든 것을 담아낼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그렇게, 준비의 시간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흘러가고 있다.


★ 스마일미러볼 윤지선 작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unthing_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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