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루고 미루었던 돋보기안경은 맞췄다.
한 3개월은 버텼던 것 같다. 나는 아직 괜찮다며, 견딜만하다며...
근시에 짝눈이긴 했지만, 시력 자체는 20대 때와 별 차이가 없었기에 그동안은 밤에 운전할 때 안경을 끼는 것 말고는 평소에는 그냥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였을까, 그림 작업 중 디테일한 표현이 필요해 캔버스에 바짝 붙어 작업을 진행할 때면 붓 끝에 초점이 잘 맞지 않아 얼굴을 찡그리게 되는 일이 많았다. 이러다 주름만 늘까 싶어 조심하려고는 했지만 그러면 또 안 보이고, 다시 얼굴을 찡그리고 무한 반복이었다.
좀 더 버텨보려 한 이유로는 화실에서 쓰는 안경이 하나 있어서 이기도 했다. 2년 전쯤 새로 맞춘 안경인데 일반 안경이다 보니 그림 뒤에 조금 떨어져서 전체적인 작업내용을 확인할 때 한 번씩 껴보는 용도였다.
계속 쓰고 작업하기에는 불편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안경으로는 가까운 건 여전히 안 보이는 것이 문제였다.
얼마 전 주말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 안경점에 들러 돋보기를 맞췄다.
돋보기지만 그래도 할머니 같은 느낌은 싫어서 딸아이와 함께 가장 젊어 보이는 안경테를 골랐다.
그리고 작업할 때 돋보기를 껴보니 와, 정말 너무나 잘 보였다.
너무 잘 보이니, 그 동안 나의 부족한 표현과 완성도가 한 눈에 들어와 너무 부끄러웠다.
물론 돋보기를 끼고 오랜 시간을 작업하면 다음날 눈이 너무 피로해 온몸이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작업 퀄리티가 조금은 올라간 것 같다.
벌써 내가 돋보기안경을 끼는 나이라니.
여전히 마음은 젊은데 몸은 조금씩 티가 나나보다.
생각해 보면 45년 동안 썼으니 어딘가 고장이 나고 약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리라~
그래도 눈이 더 나빠지지 않게 영양제도 챙겨 먹고 스마트폰, TV 등을 보는 시간을 줄여보려 한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오랜 시간 그리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게 눈 건강과 체력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