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어지럼증이 있어 고개를 똑바로 하고 모니터만 보고 있다.
계속 좀 무리한다 싶었는데 바로 증상이 나타났다.
내 얘기다.
요즘 그림 작업에 탄력이 붙은 터였다.
컬러링 중인 작품도 제법 괜찮게 완성되어 가고 있고
후속 시안도 멋지게 나와 빨리 배경작업을 하고 싶었다.
결국 화실에서 집으로 50호 캔버스를 다시 들고 와
집업실(집 + 작업실)에서 어제 퇴근 후 새벽까지 배경 밑작업을 하고야 말았다.
반짝거리는 구슬패턴을 배경으로 정해두고
어떤 방법으로 그려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하나하나 자를 대고 스케치하는 대신
아크릴물감과 스티커를 활용해 작업에 들어갔다.
일단 밝은 색 아크릴 물감으로 밑색을 깔고
2.5cm 간격으로 마스킹 테이프를 붙인 후
같은 크기의 원형 스티커를 테이프 라인에 맞추어 하나하나 붙여나갔다.
끙끙거리는 엄마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옆에 있던 딸아이가 다가와 같이 스티커를 붙여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붙인 원형 스티커는 자그마치 1,200여 개.
한숨 돌린 후,
다시 까만색 아크릴 물감으로 캔버스 전체를 다 덮어버리고
건조 후 1,200여 개의 스티커를 다시 하나하나 떼어내기 시작했다.
남편과 딸아이도 손톱이 까매지도록 같이 스티커 제거작업을 도와주었다.
그랬더니 구슬을 컬러링 해야 하는 영역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곤 했었지만
진짜 이렇게 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터라 좀 불안했는데
막상 이렇게 작업의 결과가 좋으니 신난 표정이 감추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더운 날 저녁부터 새벽까지 초집중해서 한 작업의 결과로
결국 오늘은 어지럼증으로 힘든 날이 되었다.
직장을 다니고 있고 가족들도 챙겨야 하기에
항시 비축된 에너지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늘 나의 에너지는 제로베이스를 향해간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즐겁고
작업에 대한 욕심이 생기니
적정한 때에 멈춘다는 것이 참 어렵다.
그래도 가족들 도움으로
하룻밤만에 배경 밑작업을 해놓았으니 일주일 정도의 사간은 번 것 같다.
여하튼 오늘은 이 어지럼증이 빨리 지나가길...
그리고
"나를 응원해주는 가족들 너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