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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작가 Jul 12. 2024

어쩌다보니 단순작업 마니아

나는 단순작업을 참 싫어하는 사람이다. 


하다못해 집에서 멸치나 콩나물 다듬는 것도 정말 싫어해 아예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 같은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한다는 것 자체를 스트레스로 여기기에 

애초에 그런 일들은 벌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그림 작업에서는 단순작업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어떨 때는 배경패턴으로 체크를 설정하고 빗금만 수천번(어쩌면 수만 번) 그리고 있기도 하고

어떤 작품에서는 수천 개 동그라미를 하나하나 그리고 다시 한 개씩 색을 칠하기도 한다.


배경에 들어간 1,200개 가량의 동글뱅이. 


작은 선생님은 나의 이런 작업 방식을 걱정한다.

결과는 좋게 나올 수 있지만 스스로를 갈아 넣는 작업이라며

그림 작업은 장기전인데 금방 지쳐버릴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이런 작업 방식이 좋다.


아직 작업방식이 서툴어 효율적인 방법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순간에는 잡념없이 작품에 빠져드는 초집중의 순간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물론 작업 후에는 머리가 핑 돌 정도로 기운이 빠지기도 하지만)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커지곤 한다. 

부작용은 이 작품은 팔지 않고 평생 내가 소장해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는 것!


지금 계획 중인 50호 작품이 있는데

배경처리 방식에 대해 원장선생님과 작은 선생님의 의견이 다르다.



까만색 바탕에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배경인데  


원장선생님은 수많은 별들을 하나하나 직접 찍는 작업이 낫겠다 하시고 

작은 선생님은 큰 붓에 물감을 묻혀 뿌리는 방식으로 쉽게 해보자 한다.


물론 나는 원장님 방식에 마음이 더 간다.


큰 붓에 물감을 묻혀 뿌리며 가는 작업방식이 더 쉬울 수도 있지만

해봤던 방법이 아니기에 과연 표현이 제대로 될 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별들을 하나하나 찍어내는 방식은 시간과 노력은 많이 들겠지만

나 스스로 배경 속 별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든다. 


아직까진 방법을 정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작업 방식을 고민하는 과정은 즐겁기만 하다.


벌써 금요일이다.


이번주는 월화수목 퇴근 후 계속 그림을 그렸고

오늘 오후는 정말 오랜만에 반차를 내어 하루종일 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나의 일상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오늘은 그림을 그리면서 여러모로 불안한 내 마음을 다잡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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