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환학생 - 25 / 수오멘린나 섬 구경하기
핀란드 헬싱키의 교환학생으로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건 교통이다. 교통카드 하나로 "버스, 지하철, 기차, 트램, 페리"를 모두 탈 수 있다. 학생이라 저렴한 가격에 교환학생이 끝나는 기간까지 이용 가능한 교통카드를 사서 이 교통카드만 있으면 헬싱키 내에 있는 곳들은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그중 페리를 이용하면 갈 수 있는 곳, "수오멘리나"를 소개하려 한다.
1991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섬이자 요새이며, 우리나라의 강화도처럼 군사적 요충지로 이용되었다. 18세기 후반 당시 핀란드를 다스렸던 스웨덴 왕국이 러시아 침공을 막기 위해 건설한 요새로, 18세기 유럽의 군사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며, 오랜 세월을 거친 대포와 방벽으로 이어진 6개 섬으로 구성된 세계적 해상 요새이다.
헬싱키 항구에서 15~20분 페리를 타고 갈 수 있고, 해양 요새와 자연이 어우러진 지역이라 관광객뿐 아니라 헬싱키 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요즘은 예술인 마을로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아, 군사적 요충지라는 아픔을 지니면서도 예술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수오멘리나는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여행지라 오히려 계속 미루게 됐던 여행지였다. 날이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해가 잘 보이지 않던 헬싱키였기에 더욱 미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햇볕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볕이 좋았던 날! 나는 학교 수업이 마치자마자 수오멘리나를 향해 갔다.
학교에서 트램을 타고 헬싱키 항구에 도착했다.
앞서 말했듯, 페리는 교통카드로 이용 가능하고, 만약 없다면 HSL이 적힌 자판기에서 표를 뽑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언제나 교통카드를 태그 한 뒤 교통수단을 이용하지만, 핀란드가 "신뢰의 나라"이다 보니 페리를 탈 때에도 교통카드를 태그 하지 않아도 된다. 단, 가끔 표 검사를 할 때 유효하지 않은 표라면, 기존의 20배 요금을 낸다고 들었다. 참고로 수오멘리나에 갈 때는 검사가 없었지만, 헬싱키 항구로 돌아올 때는 페리 내에서 표검사가 이뤄졌었다.
페리를 탑승한 뒤, 바깥이 잘 보일만한 자리에 착석하여, 바다를 바라보았다. 헬싱키의 도심과 멀어지면서 보이는, 헬싱키대 성당과 관람차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페리가 대중교통수단이라 교통카드로 페리를 이용하는 것도 신기했고, 햇볕이 좋아 갑작스레 떠난 여행이라 혼자 관광을 즐겼던지라, 혼자 하는 핀란드 구경에 의미부여도 하며 수오멘리나에 도착했다.
15분 동안 페리에 앉아 바깥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수오멘리나에 도착했다.
페리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처음 나를 맞이해준 건 웬 분홍색 건물이었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핀란드의 강화도"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너무 인위적으로 예쁜 분홍색 건물이었지만 이 건물이 안내데스크를 겸하는 곳이었다.
그저 관광안내소를 위한 분홍색 예쁜 건물 정도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곳은 러시아 시대에 지어져 분홍색 페인트칠이 된, 250명의 병사를 수용하도록 설계된 부둣가의 막사였다.
안내데스크에 9개 국어의 설명서가 있었으나, 한국어로 설명된 책자는 없어서 영어 책자를 집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한국어 책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뒤로하며 안내데스크와, 데스크 옆의 수오멘리나를 설명하는 곳을 둘러보고 나왔다.
TIP : 이곳에서 화장실을 다녀와야 한다!
수오멘리나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6개 섬으로 이뤄져 있으나, 주로 ABC만 구경해도 1~2시간이 훌쩍 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ABC를 구경한다. 햇볕이 따뜻해서 왔지만, 섬이다 보니 바닷바람이 어마 무시해서 나 역시도 다음을 기약하며 ABC코스만 둘러보고 왔다. (코로나가 올 줄 몰랐지ㅠㅠ)
수오멘리나 교회는 1854년 러시아 정교회의 교회로 건립되었다. 그래서 왼쪽 흑백사진(출처:공홈)에서와 같은 모습을 띄고 있었으나, 핀란드가 독립을 하면서 복음주의-루터 교회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교회의 모습 또한 바뀌게 되었다.
특이한 점은, 항공과 해양 교통용 등대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4번 연속 깜빡이는데, 이는 모스 부호로 헬싱키를 뜻하는 문자 H를 뜻한다고 한다.
수오멘리나가 요새로 쓰이던 때에 주된 입구로 쓰였던 왕의 문(쿠닝칸포르티)은 수오멘린나의 상징이다. 1752년, 당시 스웨덴 국왕이던 아돌프 프레데릭(Adolf Frederick)을 태운 배가 성곽 축조를 점검하던 중 정박해 있던 자리에 성문이 세워졌다. 이러한 역사로 인해 "왕의 문"이라는 칭호를 가지게 되었다.
성곽의 주요 광장과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안뜰?마당?의 중심에는 아우구스틴 에렌스베르의 무덤이 있다. 아우구스틴 에렌스베르는 스웨덴의 해군 제독으로 수오멘리나 요새의 창조자이다. 그가 죽은 뒤, 그의 아들과 스웨덴의 구스타프 3세가 무덤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외 풍경-
수오멘리나는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자연이 아름답고 카페 등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많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약간 우리가 한강공원으로 놀러 가는 것처럼, 헬싱키 주민들은 이곳에 가볍게 놀러 온다고 한다.
겨울에 수오멘리나에 방문했기에 조금은 황량하다고 느껴, 여름이 되면 잔디들도 나무들도 푸르러서 정말 이쁘겠다고 생각했었다. 다음에 꼭 여름의 수오멘린나를 즐겨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