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by 황선업

모 음악웹진에 속해 글을 쓴지도 벌써 햇수로 7년이 되었다. 그와 함께 회사일도 꾸역꾸역 5년을 꽉 채웠다. 둘 다 은근 오래해왔구나 싶다. 글은 내가 재밌어하는 일이니 죽을 때까지 써야겠다는 성질의 것이었고, 회사는 재미없으니 언제든 그만둘거라는 마인드로 다니기 시작한 성질의 것이었다. 다만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은 어떤 생각으로 그 일에 임하고 있는 것과는 관계없이 적용되는 감각이라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이 두 가지 일은 참 오묘하게도 균형을 이루어왔다. 생업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은 글쓰기로 채우고, 현실감각은 회사를 통해 채웠다. 다만 둘 다 발전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회사 일은 적성에도 안맞고 의욕이 없어 발전이 없었고, 글쓰기는 욕심만큼 시간과 체력이 받쳐주지 못해 발전이 없었다. 운 좋게 책을 내고, 진급하고, 그와 함께 목표는 사라지고, 책임이 커짐과 동시에 슬럼프는 오고.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다시금 돌아보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은 확실했다.


잘 쓰는 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는 써왔다고 자부한다. 다만 한정된 시간 속 인풋 없는 아웃풋의 연속된 생활은 '쉬운 글쓰기'로 나를 유도하고 있었다. 어느새 비슷한 형식의 글이 단어 몇개만 바뀐 채 완성되기 시작했다. 그 외에 좀 더 정밀한 글쓰기가 필요한 칼럼이나 분석류의 원고는 아예 손도 못대고 있었고. 웹진이란 곳이 그렇다. 부담이 된다. 내 사적 공간이 아니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에 내 글을 언제든 올릴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받을 일이다. 대신 필자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기도 쉽지 않다. 그곳에 올라간 글은 웹진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읽히지 필자 개개인의 이름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때때로 사람들이 쓰는 이를 확인하고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기도 했지만, 사실 본격적으로 필자 활동을 시작하기 전엔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에 대해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닌 것이다.


그러던 중 이 곳을 발견했고, 피난처로 규정했다. 문득문득 예전 싸이월드에 남겨두었던 글들을 보면, 전체적으로 미숙하긴 할 지언정 중간중간 '이걸 내가 썼다고?' 싶은 구절들이 있다. 그런 감각을 다시 되찾고 싶다랄까. 웹진도 좋지만, 좀 더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또 그로 인해 나라는 사람이 부각되는 글을 쓰고 싶었다. 회사에선 아예 내 모습을 지우고 살아가는데, 그 외의 활동, 내가 좋아하고 평생 하고 싶어하는 영역에서조차 내 존재감이 사라지는 건 더더욱 견딜 수 없는 일이니까. 작년에 누군가 나에게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무언가를 거창하게 해야한다는 목적의식이 아니라, 어쨌든 이것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지속해나가는 것. 주어진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좀 더 올바른 곳으로 나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작은 변화가 필요함을 절감한다.


이 곳이 아직은 낯설다. 방금도 마지막 문단을 완성시켜 놓고 저장을 안해서 다 날려먹었다. 그렇다고 아까 썼던 이야기를 굳이 기억해내서 쓰고 싶진 않다. 이렇게 손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 일본음악을 중점적으로 다루겠지만 그 외의 것들도 올라올 수 있다. 해오던 일의 연장선상이겠지만 그와 동시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감각을 가지려 한다. 얼마 전 인터뷰했던 래드윔프스의 노다 요지로가 그런 말을 했다. 음악으로 받은 스트레스는 다른 음악을 만들며 해소한다고. 그렇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휴식으로 풀리는 것이 아니다. 다른 종류의 활동을 통한 자극으로 상쇄가 되는 것이지.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는 것. 그것으로 이 소모의 연속인 삶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많은 이들이 나의 이야기를 함께 즐길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물론 일단은 누가 봐주고 말고를 떠나 꾸준히 업로드하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