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팝 신보 소개(12월 첫째주)

몇주간의 신보 한번에 나갑니다.

부득이하게 몇주동안 제때 업로드를 하지 못했는데,

몇주간의 주요신보를 묶어 한번에 보내드립니다.

더불어 운 좋게도 래드윔프스의 신보를

발매전에 미리 들어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번 신보는 진짜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래드윔프스의 새 장이 열리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리고 이달 말~차주 초중에 2018년 결산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일본의 유명웹진인 skream!의 형식을 빌어

저도 올해의 앨범과 더불어

올해의 Newcomer, 제가 본 올해의 Live 등도

함께 뽑아볼까 하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Single) 널바리치(Nulbarich) 'Voice'

블랙뮤직에 밀착한 그루비하면서도 서정적인 도시음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감과 동시에 JQ의 팔세토가 어느때보다 귓속을 간지럽히는, 한밤중에 들으면 괜시리 센치해질 만한 감성적인 곡조가 인상적이다. 사실 시티팝에는 음악적 스타일 뿐만 아니라, 어두운 밤풍경 속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처럼 화려함러 이면에 헛헛함과 공허함을 간직한 도시인의 정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들은 누구보다도 뛰어나게 독자적 레트로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셈.

뮤트 피킹으로 리드미컬하게 끊어지는 기타사운드와 슬쩍슬쩍 뒤로 밀리며 푹 곡 안에 안착하는 퍼커션과의 매칭이 기분 좋게 매칭, 여유롭고 흥겹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대중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할 수 있을 곡이다.

(Single) 야마자키 마사요시(山崎まさよし) 'アイムホーム'

우리나라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연출한 < 초속 5센티미터 >의 주제가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로 잘 알려져 있는 야마자키 마사요시. 그 절절하면서도 힘 있는 가창으로 오랜시간 사랑받아 온 그가 2년만에 내놓은 싱글이다. 올드하지만 어딘가 가슴 한 쪽을 쿡 찌르는 듯한 애수의 모양새를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실체화 시키는 그의 작법과 노래는 이번 작품에도 충실히 담겨 있다. 기타와 피아노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타고 흐르는 이별과 만남에 대한 송가가 어느 하나 과한 부분 없이 들려오는 것은 그가 진심을 다해 뮤지션으로서 곡을 만들고 노래를 하고 있기 때문일 터. 시간이 흘러도 빛바라지 않을 또 하나의 스탠다드가 이렇게 탄생했다.

(Single) 오쿠 하나코(奥 華子) 'クリスマスの夜'

참 여전하다. 애니메이션 <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의 주제가 ’変わらないもの'로 잘 알려진 그녀의 신곡은 감성충만한 크리스마스 송. 워낙 타깃과 시즌을 노린 노래라 그 노림수가 뻔하다는 생각을 할 찰나에 들려오는 달달한 음색은 결국 두손 두발 들게 만들어 버리는... 계절을 이미지화 한 현악과 아카펠라 코러스의 조합이 곡의 의도를 잘 구현하고 있으며, 헤어짐을 잊지 못하는 화자의 쓸쓸함을 절절하게 표현한 가창이 사람들의 경계심을 한발 무르게 만드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 곡이다. 다만, 정작 이별한지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이 노래를 들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넘 슬플테니까 ㅠㅠ.​

(Single) 하타케야마 미유키(畠山 美由紀) '愛はただここにある’

신곡을 죽 훑어보다 그 원숙한 음색이 너무 좋아서 넋을 잃고 듣고 있었다. 2001년에 데뷔했으니 근 20년에 가까운 활동기간이건만 이렇게 멋진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가수를 알지 못했나 하는 안타까움이 ㅠ. 이번 곡은 이키모노가카리의 미즈노 요시키가 작사작곡을 도맡았으나, 작곡가의 성향보다는 가수의 보이스 컬러에 맞는 어덜트 컨템포러리로 마감질 되어 있다.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되짚어보는 내용으로, 연령대에 맞는 가사이기에 보다 호소력있게 다가온다. 전형적인 시즌송의 느낌을 가지고 있으나, 동시에 젬베와 같은 이국적인 퍼커션을 통해 단순히 평범한 결과물에 한 걸음 물러나 있다는 점도 맘에 든다. 보석같은 싱어송라이터, 늦긴 했지만 이렇게 또 한명 발견했다.

(EP) 마이 헤어 이즈 배드(My Hair is Bad) < hadaka e.p. >

여전히 누군가에게 보여주면 변태로 낙인찍힐만한 재킷으로 승부하는 마헤베의 EP. 차분함 속 여전한 격정을 살짝 숨겨놓고 있는 '次回予告'를 지나면 이들의 시그니쳐 사운드라 할만한 직관적인 사운드의 '惜春', 돌리고 돌려 말하다 어느 순간 훅 하고 들어오는 시이키 토모미의 가사가 잘 드러나 있는 '微熱'가 기다리고 있다. 라우드를 도입해 보다 빡센 광경을 연출하는 天才っていいな'와 '아무리 사랑과 교양을 내비쳐도 도착하는 것은 결국 알몸이다'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裸'까지. 얼마간의 음악적인 시도와 미처 말하지 못했던 것을 담아내고자 하는 의지가 맞물려 짧은 시간을 허투름 없이 활용하는 강한 임팩트를 지닌 작품. 라이브에서도 딱 이 정도의 텐션이면 좋을텐데... 라이브 MC가 넘 부담스러워서 ㅠㅠ

(Album) [알렉산드로스]([Alexandros]) < Sleepless in Brooklyn >

< EXIST! >가 '알렉산드로스 in major'를 정의했다면, 이번 신보는 이를 더욱 단단히 굳히는 역할로서 자리한다. 눈에 띄는 시도는 전작에 비해 줄었으나, 개별 곡의 완성도가 훨씬 단단해지고 사운드 또한 풍성해졌달까. 'アルペジオ'가 이에 대한 설명으로 적합한 노래인데, 기존 히트곡들의 노선을 이어가면서도 후반부로 갈수록 살을 붙여가는 연주가 보다 스케일 큰 음악을 추구하는 이들의 의욕을 엿보이게 한다. 메인 리프를 기반으로 이것이 확장되어 가는 그 광경이 재미있게 다가오는 묵직한 디스토션의 'Mosquito bite',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의 접합을 통해 스피디한 일면을 부각시킨 대중적인 선율의 'I don't believe in you'까지만 들어도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터. 슬로우 템포 'Party is over'와 하드록의 문법을 다소 빌려온 'MILK'의 대비, 뉴웨이브의 유산을 빌려온 레트로 'SNOW SOUND' 등 버릴 곡이 하나 없는, 이제는 정말 무적모드가 되어버린 밴드의 파워를 체감할 수 있는 걸작. 이제, 명실상부 일본의 톱 밴드라고 해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는 팀이 되었다.

(Album) 글림 스팽키(Glim Spanky) < Looking For the Magic >

글림 스팽키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그냥 '간지나는 밴드'다. 그 '간지'라는 것은 남들과는 다른 철학과 이를 실행할 의지를 꿋꿋하게 관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데, 그 '멋짐의 폭발'은 첫 곡인 '4 Dimension desert'의 초반 기타 사운드로부터 소름 돋도록 전달이 된다. LA에서 레코딩을 완수한 본 작품은, 이전의 팝적인 성향을 조금 덜어내고 보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향으로의 전진을 본격화한 작품이다. 디스토션은 보다 퍼지(Fuzzy)해지고, 비트는 배의 무게감을 실어내고 있어 이들의 조타수가 블루스와 사이키델릭으로 보다 틀어져있다는 것을 직감케 한다. 와우페달이 동반된 기타의 포효를 중심으로 냉소적인 피아노가 왼손을 거드는 'ハートが冷める前に'는 그야말로 진하게 우려낸 밴드의 엑기스를 보는 듯 하고, 미디어의 위선과 왜곡을 꼬집는 'TV Show'는 스트레이트한 연주에 카랑카랑한 레미의 보컬이 더해져 더욱 그 메시지에 힘을 실어낸다. 잘 잡은 기타 사운드 하나가 곡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시켜주는 '愚か者たち'는 앨범 최고의 킬링 트랙으로 손 꼽을 만 하며, 드라마틱한 편곡으로 팝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해가는 'All of us'까지. 3집에 비해 직관적인 측면은 줄었으나, 들으면 들을 수록 곱씹을 부분이 생겨나는 글림 스팽키의 총체로서 완성되어 있는 신작이다. 정말 라이브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한지가 몇년은 된거 같은데, 어떻게 한국 좀 한번 오면 안되겠니?

(Album) 토시(Toshi) < I'm a Singer >

이 작품은 그냥 까려고 가져왔다. 엑스 재팬의 보컬 토시가 의욕적으로 선보이는 커버앨범으로, 마츠토야 유미, 마츠다 세이코, 오자키 유타카, 나카지마 미유키와 같은 레전드부터 안젤라 아키, 엑자일, 미시아, AKB48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아티스트의 곡을 리메이크해 수록한 작품이다. '엑스 재팬 보컬이 부르는 다른 가수의 노래는 어떨까'라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는 좋으나, 그것이 의미있는 결과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편곡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것도 아니고, 가창 측면에서도 곡을 이해하고 재해석하기 보다는 그냥 자기 쿠세대로 밀어붙인 노래들이 대부분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가 영... 특히 그 화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부르기 보다는 여성스럽게 목소리를 내는데 주력하는 '赤いスイートピー'는 듣기가 힘들 정도... 뭐 한번쯤은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긴 하나, 재결성한지 10년이 넘도록 엑스재팬의 새앨범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도 다시금 돌이켜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뭐 그게 토시 탓이겠냐만은....

(Album) 샴캣츠(シャムキャッツ) < Virgin Graffiti >

어디서 갑툭튀한 밴드인가 너희들은... 영미 인디록 사운드를 일본식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4인조 밴드의 5번째 정규작. 과하지 않은 연주와 표현을 중심으로 덤덤하게 자신들의 정서를 담아내는 와중에도, 심심하지 않게 변주를 주고 다양한 시도를 도입하는 등, 훌륭한 음악적 퍼포먼스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나른한 일상의 시덥지 않은 것들을 툭 내뱉듯 노래하는 'もういいよ', 어쿠스틱 기타와 탬버린, 멤버간의 화음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完熟宣言' 같은 노래들을 듣다보면 개러지록 리바이벌, 시부야 케이, 서프 뮤직 등이 차례로 머릿속을 스쳐간다. 잔잔하면서도 그 파문이 오래간 지속되는, 그래서 다시 그 음악을 찾게끔 만드는 마력을 가진 밴드의 의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