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ive Report

일본의 록은 안녕하십니까.

일본 최대 여름 록페 < Rock in Japan 2017 > 관람기

by 황선업

개인적으로 인생경험이라고 일컬을 만큼 인상적이었던 록 인 재팬 관람도 벌써 4년 전 일이 되었다. 작년과 재작년 모두 섬머소닉을 관람했던 차, 일본 로컬 페스티벌에 대한 갈증이 느껴져 올해는 일찌감치 다시 한번 이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로 결심한 것이 지난 4월의 이야기.


록 인 재팬이 어떤 페스티벌인가. 후지 록 페스티벌과 섬머소닉, 라이징 선과 함께 여름 4대 록페로 분류되는 동시에 이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여름 축제 아니던가. 2013년과 비교해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이라면 3일(금토일)에서 4일(토일/토일)로 확대되었다는 점. 27만명에 육박했던 작년 동원 관객수는 일본의 록 신이 80년대 후반을 관통했던 밴드 붐을 웃도는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자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4년 사이에 동원 관객수가 약 10만명 증가. 올해도 4일 모두 매진.


일본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공연이 그렇듯이, 이 역시 소량을 제외하고는 사전에 응모를 해서 당첨이 된 경우에만 구입이 가능. 아무래도 일반 티켓은 좀 아슬아슬한 감이 있어 늘 이용하던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응모 및 티켓 구입을 완료했다. 내가 구입한 티켓은 첫주인 8/5, 6일 이틀권. 금액은 24,500엔으로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페스티벌을 가보면 그 돈이 어디에 투자되었는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덕분에 딱히 불만이랄 것은.... 다만 1차 라인업만이 발표되어 있을 뿐, 아직 어느 날에 누가 나오는지 조차 확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여서 보고 싶은 아티스트들이 제발 첫주에 많이 몰려있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라인업이 발표되는 날...


B'z, 유즈, 그리고 쿠와타 케이스케까지... 그야말로 광광 우럭따....

사실 다른 로컬 페스티벌도 그렇지만, 특히 해당 공연 주관자인 출판사 < Rockin' on > 개최 페스티벌의 출연진은 한마디로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기본적으로 < Rockin' on >이라는 곳이 평론가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프로모션 집단에 가깝기 때문이다. 미래가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들을 발굴해 자사잡지인 < Rockin' on Japan >이나 < Cut >에 지속적으로 인터뷰 및 앨범 리뷰를 실어주며 인지도를 높이고, 자사가 주최하는 재팬 잼, 록 인 재팬, 카운트다운 재팬과 같은 페스티벌에 내보내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매커니즘이기 때문에 뜬금 없는 아티스트가 출연할 확률은 극히 드물다. (이게 다 잡지가 잘 팔리고 공연 티켓이 잘 나가니까 가능한 일...)


다만, 평소 페스티벌에 관심이 없던 레전드급 아티스트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우리 나츠페스에 출연하고 싶다. 섭외하려면 해라!"라는 스탠스를 표하는 경우가 있는데, 올해는 비즈와 유즈, 쿠와타 케이스케 등이 이에 해당되는 케이스. 그리고 운 좋게 모두 첫 주에 출연이 결정! 물론 이는 그 다음주에 있을 라이징 선 록 페스티벌과 출연진을 공유하다보니 생긴 일이겠지만... 2014년에 야자와 에이키치와 야마시타 타츠로(+타케우치 마리야)를 본 것과 필적하는 유니크한 라인업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렇게 기분좋게 휴가만을 기다리고 있는차, 투어버스 업체에서 도착한 메일이 나를 멘붕에 빠뜨렸다. 숙소를 신주쿠에 잡고 직통버스로 공연장으로 오갈 예정이었는데, 주소를 잘못 적어 반송처리가 되었다는 소식이... 급하게 예약한 숙소 주소를 다시 보내주고 그 다음주에야 호텔로부터 해당 버스표를 수령했다는 소식을 접수. 그래도 혹시나 누락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당일 호텔에 체크인을 하자 바로 직원분이 봉투 두 장을 건네주었다. 그것은 바로..

아... 이것 때문에 어찌나 마음을 졸였는지...

이걸 보고 마음이 놓여 그날 밤 사케와 맥주를 들이 붓는 탓에 정작 버스 안에서 굉장히 힘들어했다는... 숙소로부터 공연장까지는 약 2시간 정도의 거리인데다가, 아침 6시 집합이라 정말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를 해야했다. 하, 나란 남자 록페 가려고 5시에 일어나는 남자...


근데 나같은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누군가 물어볼 것 같다. 그렇게 일찍가서 뭐해요?라고. 일단 록 인 재팬 첫번째 공연의 시작시간은 08:50이다. 물론 DJ이긴 하지만... 그럼 그 시간에 관객들이 오긴 와요? 라고 물어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버스에서 내린 시각이 8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음에도 이미 공연장인 히타치나카 해빈공원은 인산인해였다. 굿즈를 사러 갔는데 40분 정도 기다려서 구입했을 정도.


굿즈 천국 일본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정말 굿즈로도 어마어마한 돈을 챙겨간다. 한 사람당 티셔츠 하나만 사도 25만장인데, 사람의 구매욕이란게 여기선 쉽사리 제어가 안된다. 기본적으로 티셔츠 디자인만 스무가지가 넘어가니까. 거기다가 타올도 하나 사야지, 팔찌도 얼마 안하니 왠지 사야 될 것 같고, 또 오피셜 굿즈 외에 아티스트 굿즈로 가면 좋아하는 밴드 티셔츠 하나 정도는 추가로 더 사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미 티켓값만으로도 많은 비용을 지출했는데, 이 곳에서 와서 그만큼의 비용을 추가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정말 장사로는 이길 재간이 없는 곳이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의 페스티벌을 비교했을 때 가장 차이가 난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이 굿즈 부분이다. 특히 타올. 일본 아티스트들이 내한 시 당황하게 되는 점 중 하나는, 타올을 가진 한국 관객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은 1인 1타올이다. 거의 예외가 없다. 그래서 타올을 흔들거나 던지도록 유도하는 시그니처 넘버들을 하나, 둘 씩은 가지고 있는 밴드가 대다수. 오렌지 렌지였던가가 펜타포트에서 "타올을 들어주세요!"했는데 타올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약간 무안한 상황이 펼쳐졌던 기억이 난다.(확실치 않은 기억입니다) 한국을 많이 찾은바 있는 스파이에어 같은 경우에는 "타올이 있으면 들어주시고 없으면 손을 흔들어 주세요!"하고 융통성 있게 넘겼던 기억이.


필자를 압도했던 10-feet의 타올이 만들어낸 장관. 일본관객들에게 타올이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개선점에 대한 빠른 피드백


굿즈를 사고 물품보관소에 물품을 맡기니 거의 10시... 일단 작년에 인상깊게 들었던 마이 헤어 이즈 배드(My hair is bad)의 무대를 보기 위해 파크 스테이지로 이동. 올해 가장 큰 변경점 하나는 파크 스테이지의 확대, 5000명 정도이 캐퍼시티가 약 2배로 증가했다는 점이었다. 록 인 재팬의 메인은 6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글래스 스테이지로, 그 다음이 레이크 였는데, 이번 변경으로 인해 레이크 - 사운드 오브 포레스트 - 파크가 동일한 세컨 스테이지로 발돋움 했다.(고 하지만...) 주최측에 의하면, 총 관객수는 늘어가는 반면 스테이지가 수용할 수 있는 관객수는 적어 모두가 보고 싶은 아티스트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한다. 더불어 모든 스테이지에 대형 LED 스크린을 부착. 어느 곳 어느 각도에서든 무대를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렇게 개선점을 관객들이 바로바로 체감할 수 있으니 관람료가 아깝지 않을 수 밖에.


"파크가 커져서 레이크랑 같은 규모가 되었다고 하던데, 이거 누가 봐도 레이크가 더 크잖아!"라고 했던 파크 스테이지 헤드라이너 큐소... 사실 맞는 말이긴 했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또 하나 바뀐 것이, 오직 하나만 존재했던 레이크 스테이지 -> 글래스 스테이지로의 이동경로 추가. 이를 통해 인원을 분산시킴으로서 좀 더 쾌적한 관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첫째날에는 레이크 -> 포레스트 or 파크 경로와 레이크 -> 글래스 경로가 동일했는데, 통행에 불편을 야기한다고 생각했는지 둘째날부터는 해당 경로를 두 갈래길로 나누어 놓음으로서 관람객의 편의를 도모한 점이 눈에 띄었다. 2013년에도 화장실이 부족하다는 클레임을 둘째날에 바로 조치하는 빠른 피드백을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운영진의 신속한 대응이야말로 완성도 있는 페스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기존 소요카제 루트에 더해 힐사이드 스테이지를 거쳐가는 마츠카제 루트가 추가. 카페도 있어서 한적하니 쉬기 좋았다.


마니아를 위한 축제에서 범국민적인 휴가코스로


전에 비해 확연히 느껴졌던 것은, 록인재팬이란 페스티벌이 점차 록 팬을 위한 축제에서 범국민적인 휴가장소로 탈바꿈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공연관람태도에 있어서도 음악/관객 성향이 강성인 10-feet, maximum the hormone, 큐소네코카미 정도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분위기가 보다 차분해졌고, 무엇보다 가족단위의 관객이 정말 많았다. 4년 전에 비해 늘어난 10만 관객 중, 마니아보다는 그 곳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라이트한 음악팬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추정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 삼삼오오 이웃이나 친척 가족들끼리 텐트를 쳐놓고, 빙수가게처럼 꾸며놓은 뒤 음악을 벗삼아 아빠와 아들이 얼음을 갈고 있는 모습은, 정말 보고 있는 나까지도 힐링되는 광경이었다.


이런 애들도 있는가 하면
그 못지 않게 이런 관객들도 많았다.

다만 이와 동시에, 누구나가 다가갈 수 있는 '스탠다드함'이 깊숙이 정착한만큼 페스티벌만의 개성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또한 떨칠 수 없었다. 물론 지금의 보편성이 록 인 재팬만의 장점이며 '여름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감지하기에는 가장 좋은 행사임에는 이견이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제 아티스트 주최 페스티벌 - 10-feet의 교토대작전이나 키시단의 키시단만박, 티엠 레볼루션의 이나즈마 록 페스티벌 등 - 과 같은 좀 더 특성이 명확한 곳으로 발걸음을 돌려보고 싶다는 욕구가 이번 관람을 통해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뭐 그래도 결국 몇년 후에는 다시 가장 정답에 가까운 이 곳을 다시 찾게 될 것 같기는 하지만...


관객이 많다는 것의 의미


이번 관람을 마치고 재고하게 된 것이, 바로 '관객이 많다'라는 사실이 가진 의미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는데 그곳에 있는 관객 수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어떤 아티스트를 500명과 함께 보는 것과, 5,000명과 함께 보는 것과, 50,000명이 함께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이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느껴지는 그 행복과 충만함은 어디에도 비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더불어, 이런 많은 관객 앞에서의 퍼포먼스는, 밴드 입장에선 그야말로 한번에 많은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고퀄리티의 퀘스트와도 같다. 기본적으로 일본의 팀들이 라이브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은,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서 겪은 수많은 라이브경험 덕분이다. 그리고 지평선이 아득할 정도의 무대가 있다는 것은, 신인들에게는 하나의 목표이며 베테랑들에게는 색다른 자극을 주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이들에겐 자신들의 장악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곳이며, 경력이 꽤 된 이들에겐 마약과 같은 저 풍경을 다시 보고자 현상태를 유지하고픈 욕심이 절로 생겨나는 절치부심의 장소다. 흔히 생각하는 높은 수요 = 고수익의 단순한 계산 안에는, 이처럼 관객과 밴드의 결코 단순하지 않은 화학작용이 쉴새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메인 스테이지의 규모를 잘 보여주는 아레키의 무대... 그래 아레키는 원래 이런 밴드였어 ㅠ


보여주기 위해 놀 것인가 자신을 위해 놀 것인가


아, 그리고 인상적인 것 또 하나.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핸드폰으로 무대를 촬영하는 사람이 정말 단 한명도 없었다.(각 잡고 찾으면 뭐 몇명은 있었겠지만...) 물론 촬영자체가 금지사항이고, 허구헌날 공연을 하는 팀들이라 희소성 자체가 상대적으로 떨어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좀처럼 출연하지 않는 비즈나 쿠와타 케이스케의 공연에 조차 카메라를 들지 않는 모습은 좀 놀라웠다. 물론 그들도 트위터나 라인 계정에 페스티벌에 대한 감상을 남기곤 하지만, 그것이 - 영상이나 사진을 배제한 - 타인을 향한 '보여주기'로의 선을 넘지 않는 모습으로 하여금 '즐김'의 지향점이 자신에게 향해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위한 영역으로 남겨두는 관객들의 이 애티튜드야말로,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느껴지는 부분.


올해 유독 지산과 펜타의 관객이 줄어든 모습과 대비되어서 그런지, 모든 연령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한 이 페스티벌의 전경이 참으로 부럽고 아름다웠다. 각자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음악이라는 교차점 위에서 서로의 안위를 확인하는 세레모니가 벌어졌던 그 곳은, 스스로도 참 많은 기를 받고 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현장이었다. 언제 다시 찾을지는 모르겠지만, 갈 때 마다 나에게 역대급 추억을 안겨주는 이 곳을 나는 또 수도 없이 곱씹을 것만 같다. 관객들과 어울려 어느 때 보다도 나 자신을 위해 사용했던 이 귀중한 이틀. 내가 히타치나카에 흔적을 남겼듯, 내 안에도 깊게 또 아련하게 히타치나카의 흔적이 남았다.


운영진이 이걸 봤으려나... 여튼 잘 놀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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