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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y 03. 2022

"이번 공연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

모노아이즈 인터뷰

*2015/10에 진행했던 대면인터뷰입니다.



일본 음악이 낯선 이들일지라도, 그의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본 펑크(Punk)의 힘을 널리 알린 엘르가든(Ellegarden)에 이어 자유로운 음악적 자아를 투영한 하이에이터스(the HIATUS)까지. 근 17년에 걸친 밀도 높은 활동으로 어느덧 일본 록의 중심 인물이 된 호소미 타케시(細美 武史)의 이야기다. 2008년 <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의 헤드라이너를 비롯해 다수의 내한공연으로 한국과의 인연 또한 깊은 그가, 하이에이터스의 서포터 드러머였던 이치세 마사카즈(一瀬 正和), 아트스쿨(ART-SCHOOL) 출신의 토다카 마사후미(戸高 賢史), 스캇 앤 리버(Scott & River)의 스캇 머피(Scott Murphy)와 의기투합해 모노아이즈(MONOEYES)라는 새로운 명찰을 달고 다시금 한국을 찾았다.


이번 내한은 한국, 일본, 대만의 밴드가 한데 모여 3개국을 도는 < Far East Union >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나라는 다르지만 알고 보면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 간의 교류와 우호를 위해 해당 공연을 기획했다는 호소미 타케시는, 인터뷰를 통해 젊은 뮤지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현실을 반영한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전언을 남기기도 했다. 세상의 통념과 싸우며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무사(=武史(타케시))로서의 위용은, 처음 데뷔했을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호소미 타케시씨의 새로운 밴드라 그런지 국내에서도 모노아이즈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팀명이 특이한데요. 이에 대한 유래를 알 수 있을까요?

호소미 : 일본 애니메이션 건담을 보시면, 지온군 측 로봇 중에 빨간 외눈박이 녀석이 있는데요. 그 로봇의 이름이 모노아이에요. 악당이긴 하지만 배드보이의 상징이라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4명이니까 복수를 붙이면 되겠다 싶어 모노아이즈라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누구 아이디어였나요?

호소미 : 제 아이디어입니다만, 처음에는 그렇게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웃음)(원래 토크 어바웃 케빈(Talk about kevin)이라는 이름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묻자) 아, 어떻게 아셨어요. 스캇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별로야!”라고 하는 바람에...

스캇 : 여러 이유가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제 남동생 이름이 케빈이라서...(웃음)


소식을 듣기로는 솔로앨범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시 밴드로 회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호소미 : 혼자서 곡 작업을 끝낸 후, 지금의 멤버들과 스튜디오에 들어가 레코딩을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제 솔로작품을 이 사람들과 한다는 느낌보다, 모두 함께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는 느낌이 강해졌죠. 녹음이 끝날 즈음엔 이미 밴드라는 인식이 생겨났기 때문에, 다시 팀의 형태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녹음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각자 자기 파트를 알아서 준비해 와서 한꺼번에 맞추는 식이었나요 아니면 작은 디테일까지도 같이 의논해서 결정하는 식이었나요?

호소미 : 일단 제가 후렴을 만든 다음 한, 두 번 정도 반복해서 데모를 완성합니다. 그런 다음, 레코딩할 때 “이걸 제대로 된 곡의 형태로 만들어보자”하고 진행을 하죠. 그렇게 전개방식을 정하고, 인트로나 아웃트로를 붙이는 작업을 모두와 함께 합니다. 물론 '이런 방향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지점은 데모에 이미 포함되어 있어요. 이번 < A Mirage in the Sun > 앨범은 이런 방식을 취했지만, 다음에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각자의 개성이 좀 더 나올 수도 있고, 저 이외의 멤버들이 만든 곡을 수록할 수도 있겠죠.


이치세씨는 하이에이터스에 이어 다시 한번 호소미씨와 한배를 탔습니다만. 하이에이터스에서 연주할 때와 모노아이즈에서 연주할 때의 느낌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이치세 : 원래 하이에이터스에는 카시쿠라 타카시(柏倉 隆史)라는 드러머가 있어요. 물론 전 카시쿠라 타카시를 존중하고, 그분도 “맘대로 쳐도 괜찮아!”라고 이야기해주었지만, 일단은 제가 직접 녹음한 곡이 아니다보니 처음부터 참여한 것과는 그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한 것을 재현한다는 느낌과, 직접 녹음했던 것들을 라이브에서 보여준다는 느낌의 차이랄까요.

더불어, 이번에 호소미가 아이들도 듣기 쉬운 스트레이트한 곡을 지향한 덕분에, 제 본래 연주 스타일과도 굉장히 잘 매치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결론적으로, 하이에이터스가 드러머로서 큰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다면, 모노아이즈는 멤버로서 드럼을 친다는 느낌. 그런 차이점이 있네요.


토다카씨와 스캇씨도 각각 아트 스쿨이나 알리스터, 스캇 앤 리버에서 활동할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요. 전과 비교했을 때 연주의 측면, 혹은 마음가짐에 있어 변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토다카 : 뭔가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감정을 중시한다는 느낌이 좀 더 강하네요.

스캇 : 저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후 일본으로 건너온 케이스이고, 더군다나 이번에 처음으로 일본 사람들과 밴드를 하는 거잖아요. 아시다시피 제 일본어가 그렇게까지 능숙한 건 아닙니다. 그래서 리허설 할 때 일본 스태프들이 쓰는 용어가 약간 낯설었고,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을 표현하는 것도 조금 힘들었다는 점. 그런 차이점이 있었지만, 녹음할 때는 좋은 곡들을 연주할 수 있어서 엄청 즐거웠어요.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던 하이에이터스의 최근 앨범 < Keeper Of The Flame >(2014)에 비해, 훨씬 스트레이트하고 심플한 스타일의 곡들이 담겨 있습니다.  모노아이즈라는 팀을 통해,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호소미 : 잠깐 생각할 시간을.(웃음)

이치세 : 그래도 역시 라이브를 생각하면서 만든 거잖아? 이번 앨범.

호소미 : 그렇지. 음.... 보통 뮤지션이 이 정도로 경력을 쌓게 되면, 연주 면에서도 스킬 업이 되고 이전보다 복잡한 곡을 만들게 됩니다. 록밴드지만 재즈처럼 임프로바이제이션(Improvisation : 즉흥연주)도 즐기게 되고요. 하지만 저희들은 한 번 더, 16살 때 만든 음악, 처음 록밴드를 했을 때 만든 음악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일종의 초심회귀랄까요. 또 하나는, 대지진 후 토호쿠 지방에 기타 하나 매고 공연을 가곤 했었는데요. 그런 조그마한 공연에서 느낄 수 있었던, 축제처럼 함께 즐길 수 있고 미소를 띠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림잡아 이렇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작사나 작곡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이에이터스의 곡을 만들 때와 가장 다른 점이라고 하면 무엇이 있을까요? 또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썼는지도 궁금합니다.

호소미 : 하이에이터스는 연주가 주가 되는 밴드입니다. 드럼, 피아노, 기타, 베이스의 프레이즈를 만든 후 그 위에 멜로디를 만드는 개념이었죠. 그에 반해 모노아이즈는 완전 반대에요. 작곡자 입장으로서, 멜로디를 가장 중심에 두었습니다. 만약 좋은 멜로디가 나오면, 이 선율을 더 멋있게 전달하기 위해 기타와 베이스, 드럼을 어떤 식으로 조화시킬지에 집중했습니다.


앨범을 들으니 딱히 '이 곡이 싱글곡이다'라는 느낌이 없습니다. 전곡이 완성도가 높아 어느 곡을 싱글로 발매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데요. 그 중 'My instant song'을 싱글로 내세운 이유가 있으시다면요.

호소미 : 언급하셨듯이, 어느 곡을 싱글로 발매해도 상관없었어요. 무엇보다 싱글이 될 수 없는 곡을 앨범에 수록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보통 다른 곡은 슬플 때 들으면 기운이 난다거나, 즐거울 때 들으면 더욱 즐거워지는 느낌이었는데. 'My instant song'은 정말 아무 때나 들어도 힘이 나더라고요. 즐거울 때 들어도, 슬플 때 들어도, 아무 일이 없을 때 들어도, 아침에 들어도, 낮에 들어도, 밤에 들어도.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이 곡을, 아직 모노아이즈라는 존재가 없는 세상에 내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모노아이즈다'라는 감각으로.



그러면 이번 공연 이야기로 넘어가보죠. 3개국의 밴드가 함께 자신들의 나라를 도는 굉장히 이색적인 투어인데요. 호소미 타케시씨의 제안으로 시작된 공연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번 투어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요.

호소미 : 역시 대만의 파이어 엑스(Fire EX)의 샘이 일본에 왔을 때 같이 후쿠시마에 갔었던 일이 계기가 되었네요. 원전이 폭발했던 곳으로부터 30km 정도 떨어진 곳, 폭발했던 장소가 보일 정도의 거리였는데요. 샘과 그 근처 마을에 크리스마스이브에 파티를 하려던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그 때 술 한 잔 걸치면서, 가만 보면 대만에도 원전이 많고, 학생운동도 빈번이 있는 나라잖아요. 그러다보니 “나라에 상관없이 우리는 같은 문제를 공유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었죠.


한일관계 역시 저희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에 비하면, 인터넷 상으로만 보더라도 훨씬 악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에 대해 '우리들이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 자체도 No Nukes, Anti War, Anti Racist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더욱이 록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는 좀 더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분들이 많잖아요. '언젠가 이 이벤트가 많은 나라들이 참여할 정도로 커진다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믿음이 커졌죠. 규모가 작더라도 그 다음 해에도 하면 되고 그 다음 다음 해에도 하면 되는 거니까, 일단은 첫 테이프를 끊자라고 이야기했었어요. 그리고 일본인으로서, 가장 가까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3개국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양국의 수많은 밴드 중 파이어 엑스와 쏜애플을 파트너로 삼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파이어 엑스 같은 경우는 본래 친분이 있었다고 알고 있지만, 쏜애플은 약간 의외이기도 했습니다.

호소미 : 사실은 칵스(THE KOXX)랑 하고 싶었어요. 근데 군대 가버려서... (제대했다고 하니) 아 진짜요? 우리 정보통이 살짝 늦었네(웃음). 그래서 한국 에이전트 분에게 밴드 추천을 부탁드렸고, 쏜애플을 소개 받았죠. 그 후 섬머 소닉에서 처음 만났어요. 아직 라이브를 못 봐서 반대로 굉장히 기대를 하고 있는 중이죠.(만났을 때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묻자) 뭐라고 했더라? 근데 엄청 잠깐이었어요. 요로시쿠~(웃음) 이따 같이 한잔 하려고요.


내일이 3개국을 통틀어 첫 공연인데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 생각이신지, 무엇을 보여주고 또 얻어가고 싶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호소미 : 라이브는 언제나 즐겁게. 마음과 마음이 겹쳐지는 순간이 있으니 그것을 기대하고 싶어요. 처음부터 뭔가 거창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바라진 않습니다. 함께 보냈던 그 시간 안에서 태어난 것, 그것을 키워나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일본 록의 다양성이 부럽긴 하지만, 최근 들어 신진 밴드들의 음악이 퍼포먼스에 치중한 탓에 약간 가벼워지진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멤버 분들 모두 커리어로 따지면 중진에 가까운 경력을 쌓아왔는데, 신에 오랫동안 몸담은 입장에서 지금의 일본 록 신은 긍정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호소미 : 일단 저 개인적으로는요, 제 활동은 여태껏 변한 게 없고, 신의 일부라는 감각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 음악 자체에 대한 책임감은 있지만, 일본 록 신이라는 전체적인 관점에 대해선 아무런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죠. 하지만 지금 말씀하신 건, 음악 신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진지한 이야기나 책임감 있는 발언을 하지 않게 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뮤지션은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직업이니까, 좀 더 그런 진지한 발언, 책임을 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건 모노아이즈로서가 아닌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어떻게 보면 한국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일맥상통하다고 느껴집니다.

호소미 : 아 그런가요. 사실 인터넷이나 SNS에서도, 민감한 발언을 하면 돌을 던지고 비난하는 경향이 강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무서워서 더더욱 숨게 되는 거 같아요. 저희 세대는, 인터넷보다는 직접 대면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하니까요. 그런 점들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앞으로 모노아이즈로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한국 팬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음악을 들어주었으면 하는지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호소미 : 모노아이즈로서 하고 싶은 건 단 한가지에요. 멤버들, 관객, 스태프 모두가 저희의 라이브를 듣고 즐거워서 미쳐버릴 것 같은 상태가 된다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즐거움으로 거짓 없는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된다면, 그걸로 만족입니다.

스캇 : 이 밴드로 아직까지는 그렇게 많은 라이브를 하지 못했는데요. 그럼에도 굉장히 즐거운 경험들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멤버들과 함께 모두에게 용기를 주는 음악을 하고 싶네요.

토다카 : 편견 없이, 느끼는 대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러고 있거든요.

이치세 : 3개국이 모여서 하는 공연이잖아요. 하나의 라이브하우스에 모두 들어가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수 없게 되죠. 그렇게 모두가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 그림이 될 수 있는 그런 라이브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진행 : 김반야, 조아름, 황선업

정리 : 황선업

취재협조 및 사진제공 : UNIVERSAL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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