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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08. 2022

새 EP는 20대 초반의 감정을 남겨두기 위한 작품

하루노(春野) < 25 > 서면 인터뷰

처음 이 아티스트를 접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보카로P/우타이테 신의 한 축을 담당하던 아티스트였지만, 그가 풀어놓는 독자적인 트렌디함은 당시 유행하던 보컬로이드 뮤직과는 다른 유니크함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자신의 목소리를 전면에 드러놓게 된 지금, 일본 대중음악신을 선도하는 아티스트로서 사람들이 기다리던 사운드를 아낌없이 풀어 놓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시대의 바람이 부는 자리에 안착하기 위해 진화를 끊임없이 도모하는 새 시대의 뮤지션 하루노. 인생의 한 챕터를 정리하는 작품 < 25 > 발매에 맞춰 성사된 서면 인터뷰를 이 자리를 빌어 공개하고자 한다.


안녕하세요, 우선 한국 팬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루노 : 안녕하세요, 하루노 입니다. 싱어송라이터로, 작편곡도 직접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 EP < 25 >를 선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보는 어떤 작품인지, 그리고 본인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작품인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루노 : 새 EP<25>는 제 현재 나이에 포커스를 두고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과 현재의 사상이나 입장, 그 모든 것을 자서전처럼 기록한 작품집입니다. 저에게 있어 소중한 20대 초반이 끝나고 다음 스텝을 모색하다가 이 감정을 남겨두기 위해서 이러한 테마를 가지고 제작하기로 정했습니다.



두번째 EP가 나오기까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데요. 메이저 활동을 막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이 마냥 같지만은 않을 것 같고, 그러한 생각을 정리하느라 꽤 시간이 걸린게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하루노 : 맞아요. 저에게 이 1년 반은 정말 제 자신의 사상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그리고 음악과 마주하기 위해선 시간을 가져야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저는 이 변화를 숨기지 않으려 했고, 변화는 가사와 트랙 어레인지 등 여러 요소에 실현되었습니다. 그건 어쩌면 “하루노”라고 하는 우상을 뒤흔드는 행위일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좋은 방향과 결과를 향해 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의 특징이라면 동료 뮤지션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곡들이 많다는 것인데요. ‘Angel’은 신 사키우라 씨와, ‘D(evil)’은 야마씨와, ‘cash out’은 싱가포르의 알앤비 밴드 brb와 함께 했는데, 왜 이 뮤지션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협업을 통해 발견하게 된 것들이 있다면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하루노 : 일단 이번에 콜라보레이션 하신 분들은 다들 귀가 너무 좋고요. 그러면서도 음악과 문화적 루트에 대해 엄청난 경의심을 느낍니다. 사운드나 릴릭, 노래에서 그러한 진심을 느꼈을 때 제가 모두에게 공동작업을 제안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게스트이면서 한 팬이기도 한 거죠. 그러한 영역에서 교류함으로써 저의 지견이나 프라이드가 유연해지고 확장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Angel’
‘D(evil)’
‘cash out’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전작인 < CULT >(2019)와 < IS SHE ANYBODY? >(2020)과 비교해 리듬의 강약이 보다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수록곡들이 훨씬 그루브하면서도 역동적으로 다가왔는데요. 실제 이런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신 건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하루노 :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그런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을 했던 건 아니고 순수하게 제가 받아들이고 소화해내는 음악의 질이 변화한 것 같아요. 이 EP 수록곡 중 처음 만든 곡이 'Dream'인데 듣고 보니 확실히 이 곡이 가장 예전 스타일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앨범을 들으며 하루노 씨가 바라보는 삶은 마냥 긍정적이고 밝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그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여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느껴졌고요. 한편으로는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선 나 자신에게 먼저 솔직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하루노씨가 이번 앨범을 통해 담으려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하루노 : 글쎄요... 사람은 인생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기 때문에 옳은 것도 잘못된 것도 있습니다. 거짓말을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 언뜻 보기에 옳지 않은 진실도 나 자신이라고 인정해야 됩니다. 거기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걸 조금이라도 전해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츠네 미쿠를 활용한 ‘ルーム’가 음악활동의 시작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곡을 업로드하며 인지도를 쌓아갔는데, 커리어를 보컬로이드 프로듀서(보카로P)로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요?

하루노 : 매우 심플한 이야기로, 보카로P 부터 커리어를 시작한 것은 그 때에 보카로P를 동경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深昏睡’는 한국의 우타이테가 커버영상을 올리는 등 이 곳에서도 일본 만큼이나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아티스트 본인으로서도 놀라운 성과였을 것 같은데, 당시 이 곡이 히트하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하루노 : ‘深昏睡’는 사실 초동의 반응은 그렇진 않았고 1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 히트하기 시작했는데요. 당시는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그 상황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우와 대단하네~’ 이런 느낌이요.


‘ルーム’
‘深昏睡’

사실 타이트한 록과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중심이 되었던 당시 보카로P의 경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스타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프로필에도 적혀 있듯 재즈나 힙합, 80~90년대 팝, 최근의 퓨쳐 베이스, 칠아웃에 이르기까지 여러 트렌디한 요소들이 하루노씨가 가진 정체성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누자베스와 니시하라 켄이치로와 같은 일본의 재즈 힙합도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또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뮤지션이 있다면 누구였는지 궁금합니다.

하루노 : 딱 한 명으로 꼽아서 말씀드리기는 너무 어려운데요. 제 음악에는 몇 가지 전환점이 있었습니다. 피아노를 축으로 하는 곡이 많은 것은 유년기에 사카모토 류이치를 동경해서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리듬이 강한 비트를 선호하게 된 건 FKJ나 Mac Miller의 스타일에 감격했기 때문이고요. 그리고 직접 노래를 부르는 스타일로 바뀌어 간 데는 ZICO와 DEAN에 대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이른바 일본의 재즈 힙합도 지나왔고, 많은 인풋이 있었기 때문에, 제 음악에서 다양한 음악적 루트를 느끼는 것은 그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정적이고 가라앉은 무드와 보컬로이드의 음색을 매치 시키는 것이 초반에는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 초반 자신의 음악을 구현하는데 있어 가장 난관이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요?

하루노 : 처음에는 누구나 그럴거라고 생각하지만, 우선은 자신이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범위에서만 어떠한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스타일로 만들고 싶다고 의도했다기보다는 아마 당시 제가 만들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완성시킨 곡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저에게는 피아노를 배웠다고 하는 중심축이 있기도 하고 그때까지 들어왔던 많은 음악의 인풋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정된 소스를 사용하여 퍼즐처럼 조립해 가는 것 같은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보카로P로 첫 작업물을 업로드한 지 2년여만에 < CULT >(2019)으로 아티스트 데뷔를 완수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셀프 커버를 해오셨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자신이 직접 노래를 부른 결과물이 하나의 작품으로 나오는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을 텐데요. 이때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음악을 만듦에 있어서도 보컬로이드가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활용함에 따라 이전에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더욱 신경써야 했거나 하는 점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하루노 : 기본적으로 저는 제가 작품집을 발매하는 것에 따라 다음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이 때도 마찬가지로 별로 흥미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달성감 만큼이나 새로운 과제가 보이게 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노래하는 것을 시야에 넣고 나서는 정말 여러 나라의 음악을 듣게 되었습니다. US의 빌보드 차트, 한국의 빌보드 차트, Spotify의 플레이리스트 'Today's Top Hits' 등… 그때까지는 보컬로이드 음악 밖에 듣지 않았었지만 그러한 의미에서는 장벽이 무너져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과거 발표했던 곡들을 들어보면 오히려 지금의 트렌드에 딱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대를 앞서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3~4년간의 일본 음악신은 이전보다 훨씬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느껴지는데, 그것을 미리 캐치해 음악으로 구현한 듯한 인상이랄까요. 이제서야 일본의 대중들이 하루노의 음악 스타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자신을 향한 과거의 반응과 지금의 반응의 차이점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루노 : 그렇네요, 일본의 요즘 음악씬은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US의 트렌드에 민감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추세죠. 팬분들의 반응 차이에 대해서는 음악씬 이상으로 제 자신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확실히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층은 넓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너무 감사하죠. 이대로 열심히 해 나가고 싶습니다!


코로나가 일상을 덮친지도 벌써 3년째가 되어갑니다. 함께 공유해야 할 감정들을 맘껏 나누지 못하는 거리두기의 시대를 겪으며 음악을 대하는 태도, 혹은 음악을 작업하는 방식에 있어서 달라진 점이 있으신지요.

하루노 : 의외일 수도 있지만 큰 변화가 없네요. 원래도 혼자서 시작한 활동이라는 것도 있고 또 제가 혼자서 일을 추진하는 것이 성격에 잘 맞는 것 같아서 코로나로 인해 크게 부정적인 영향은 많지 않았습니다. 단지 주변의 환경이 어수선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기도 해서 기분이 내면으로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아직 라이브 경험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투어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라이브는 무엇인지요? 그리고 앞으로 본인은 어떤 라이브를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하루노 : 사실 아직 한 번도 무대에 서서 라이브를 해 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의 예정은 아직 이야기 할 순 없지만 조금씩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적은 빛이 드는 방 같은 연출로, 또 적은 악기 편성으로 연주해 보고 싶습니다. 이상적인 건 여러분들과 동조하고 공감하게 되는 것 일까요. 스무스한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계획, 그리고 대중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진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루노 :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하루노의 음악을 보다 많은 나라에서 들어주시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저는 일본 아티스트이지만 좋은 노래와 좋은 트랙, 그리고 좋은 멜로디가 있다면 어느 나라의 음악이든 관계없이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창작을 추구해서 좋은 의미에서 이질적인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 : 황선업

번역 및 진행 : 제이박스엔터테인먼트(J-BOX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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